사건은 이렇다.

1997년 1월 3일, 밤 10시 50분 경, 육군 51사단 전승부대 위병소 앞에 소령 계급장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수도군단 소속 백 소령이라 밝혔다.

그러고는 초병에게 암구호 까먹었으니 암구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초병들은 높은 사람 왔겠거니 하고 경계수칙도 갖다 버린 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에게 암구호를 알려준다.

 

이렇게 백 소령은 위병소를 통과하고 소초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소초 안에는 상황병 한 명과 남정훈 소위가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다.

 

높은 사람이 왔겠거니 하고 큰 소리로 경례를 하는 두 장병.

 

그 후 백 소령은 둘에게 "추운 데 고생 많다", "어떻게 군생활 할만 하냐?" 식으로 친근감을 표하였다.

 

그 후 자신은 최근에 군단으로 전입왔는데 지형 숙지를 위해 순찰을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에 강릉 무장공비 사건이 끝난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음)

 

이 후 백 소령은 행정보급관 도 모 상사를 아느냐, 초소가 어디 쯤에 있느냐, 용두리 포구는 어디 있느냐 등 부대 근처 지형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그러고 백 소령은 본색을 드러낸다.


첩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니 총과 실탄을 빌려달라고 남 소위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남 소위는 일체의 의심 없이 그에게 K-2와 실탄 30발을 넘겨주었다.

 

K-2를 받아든 백 소령은 "이게 K-2구나. 나 때는 M16 썼는데" 라고 말하면서 총기와 실탄을 받고 지형 순찰을 돌겠다고 한 후 부대 밖으로 나갔다.

 

그 후 백 소령은 영영 사라지고 만다.

 

2시간 후 지형 정찰을 나갔다던 백 소령이 돌아오지 않았다.

 

남 소위는 이를 중대장에게 보고하였고 군단에 전화를 해 보니 "백 소령은 특전사 소속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일개 향토사단 부대와 특전사와는 상급부대가 같은 군단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아무런 접점이 없었고

따라서 특전사가 이 부대를 방문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

 

그 후, 진짜 백 소령의 신원을 추적하니 해당 부대에 계속 있었음이 밝혀졌다.

 

괜히 죄 없는 진짜 백 소령은 새벽에 전화 세례를 받은 거임.

 

결국 최악의 상황이 된 부대는 초비상이 걸리고 5분대기조가 출동,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다.



앞서 출동한 5분대기조는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실패하였고 군은 그 부대를 전역한 예비역들을 집중 조사하고

그래도 밝혀지지 않자 경찰까지 가세하여 수사망을 전국으로 확대하였으나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자칭 백 소령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총기를 넘겨 준 초병 및 남 소위는 결국 구속되었다.

 

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인물에게 총기를 넘겨 주었느냐고 추궁 받자 남 소위는

1. 자칭 백 소령이 암구호를 알고 있었고 (하지만 백 소령은 초병에게 높은 사람인 척 행세하면서 암구호를 알아낸 것이었음)

2. 부대 내 행정보급관인 도 상사의 신상을 상당히 자세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마 남 소위는 불명예제대를 당했거나 전역했어도 끝까지 고문관 취급 받았을 듯..

 

장교란 사람이 총기는 군인의 생명이란 철칙을 갖다 버린 셈.

 

신원확인절차만 제대로 거쳤어도 군생활 꿀 빨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걸 되려 걷어차버린 남 소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