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낮시간을 할머니랑 보냈음.
라떼는 알림장이라는게 있었는데, 보호자가 확인 후 싸인을 꼭 했어야 했거든. 다른 애들은 부모님이 알림장에 싸인을 해주셨지만 나는 항상 할머니가 해주셨음. ‘할’에 동그라미. 그걸 보고 애들이 놀리기도 했는데 난 별로 신경 안 썼어. 그리고 할머니 손을 잡고 자야 겨우 잠이 드는 어린이로 자라남.

시간이 많이 지났고 할머니도 나이가 많이 드심. 아주 오랫동안 같이 살다가 고모댁으로 옮겨 가시고, 거기서도 케어가 힘들어져서 요양원에 가셨음. 치매라던지 큰 지병이 있으신건 아닌데 거동이 불편해지셔서..
일요일은 우리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면회하고, 평일에는 고모들이 돌아가면서 계속 할머니를 면회하고 있었어. 매주 빠짐없이.

한 달 전쯤 할머니가 몸이 많이 약해지셨었음. 그러면서 마음이 약해지셨나봐. 올 겨울을 못 넘길 것 같다고 우시더라. 당신한테는 이제 내년이 없을 것 같다고.. 면회 마치고 헤어질때는 와줘서 고맙다고 또 우셨음. 마지막인 것처럼. 그래서 가슴이 너무 아팠음.

면회 안 갈 때도 좀 있었는데,, 그렇게 울먹이시는거 보고나니까 더 자주 가야겠다 싶더라고.

그런데 그 다음 주에 우리 가족 전체가 코로나에 걸려버림. 특히 내가 심하게 아팠고 한 달 동안 기침이 안 떨어져서 고생했음. 지금도 완전히 낫지는 않았고.. 그래서 거의 한 달 동안 면회를 못 갔음. 우리 가족 대신 다른 고모들이 면회 가주심

그 사이에 기원의 섬 이벤트가 시작됨
유각, 적일많벌, 로또당첨, 메가럭키, 트라이 성불 등등 이것저것 빌고 있는데
그래도 제일 먼저 할머니 건강을 빌고있음

그리고 오늘 너무나 오랜만에 할머니 면회를 다녀왔거든 코로나 걸린 후 처음으로
근데 얼굴이 평소보다도 훨씬 좋아보이는거야 혈색도 너무 좋아졌고 목소리에도 힘이 생김.. 요양원 들어오기 전 모습 같더라 ㅎㅎ
마음 약한 얘기도 안 하시고, 요즘은 더 열심히 운동하고 더 잘 드시려고 하신다고도 하고

기원의 섬 효험이 통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음ㅋㅋ

이미 나이가 아흔이 넘으셨는데.. 살아계실 때만이라도 건강하셨으면 좋겠어
계속계속 빌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