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티
2024-10-29 02:04
조회: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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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한 번만 달래줄 수 있냐내일 아니 오늘이 아버지 돌아가신지 49일 되는 날이라 제사 지내기로 했어
돌아가신 후로 거의 2달이 다 되는 시간동안, 처음 며칠은 정말 너무 힘들더라. 그렇게 며칠이 또 지나니까 무뎌진건지, 실감이 안 나는건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인지는 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더라. 안방을 들여다보면 아버지가 TV를 보고 계실 것만 같고.. 아버지랑 사이가 좋았느냐, 추억이 많았느냐 고 하면 사실 그거까진 잘 모르겠어. 나 어릴 땐 아버지가 사업을 해서 집에 안 계실 때가 조금 많았고, 내가 중고등학생 일 때는 아버지한테 욕도 많이 먹고 맞기도 많이 맞았고, 대학생이 되어버리니까 내가 바쁘고 지치니까 교류가 점점 적어지고.. 집 형편이 좋지도 않아서 좋은 식당, 좋은 여행지 한 번 못 가봤다. 돈 때문에 엄마랑 아빠가 투닥거릴 때가 많아서 집밥조차 최근에는 같이 먹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거든. 아버지가 당뇨로 힘들어하셨는데 당장 병원 갈 돈도 없어서 약도 못 챙겨 드실 정도기도 했고. 그런 아버지가 최근에 이상하다 싶을만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더라고.. 남는건 결국 가족뿐이라고.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서, 부쩍 아버지가 나를 자꾸 위로해주시더라. 내가 취업이 자꾸 안 되어서 무너져 내리려고 하니까 '너무 조바심 갖지 마라, 너는 착한 사람이니 잘 될거다' 그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흔한 위로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는, '아빠가 없더라도 엄마, 그리고 우리 강아지는 꼭 책임지고 끝까지 가야한다' 라고 하시기에, 많이 힘드신가보다 하고 '아빠 힘내' 라고 해드렸다. 그리고 그 날 밤에, 갑자기 아버지가 편의점에 가서 인스턴트 햄버거를 하나 사다 주시더라. 편의점에서도 제일 비싼 그 큰 햄버거 있잖아. 담배값도 없으실텐데 사다주시길래 의아했다. 난 아직도 후회된다. 잘 먹을게 아빠 라던지.. 잘 먹었어 아빠 라던지.. 그 한 마디도 못 한게 후회된다. 햄버거를 건내주시던 그 모습이 아버지 마지막 모습이었거든. 몸도 안 좋으시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어 시달림 당하시고, 가족이랑 따뜻하게 지내기도 힘들고, 여러모로 많이 힘드셨던 것 같더라. 참 충격이 크더라. 사는 게 죽는 것 보다 더 힘들으셨겠구나.. 싶어서 마음도 너무 아프고, 그렇게 좋은 아버지라곤 말은 못 하지만 그럼에도 빈 자리가 느껴지고, 내가 당한 것들보다 내가 못 해드린 것들만 후회가 되더라. "열심히 살아야지, 그리고 아빠가 항상 그리고 가시기 전 날까지도 나한테 담배는 꼭 피지 말라 하셨다.. 그건 꼭 지켜야지" 이렇게 굳게 마음 먹으려 해도 가끔가다 이렇게 한 번씩 마음이 무너진다.. 어찌보면 오늘이 아빠 위에서는 잘 지내라고 명복 빌어주는 마지막 제사라서 더 마음이 이상한 것 같다. 자야하는데, 자야하는 건 아는데 마음이 너무 먹먹하고 친구들 붙잡고 이렇게 길게 얘기 할 자신이 없어서 일면식도 없는 너희 앞이서 글 끄적인다. 공감도 잘 안 되고, 내 모습이 좋게 보이진 않겠지만, 그냥 위로 한 번만 해주고 가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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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수집가 루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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