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출시 전까지는 캐릭 3개를 템렙 만렙찍고 칼엘 3수를 할 정도로 열심히 했던 유저였습니다.

일이 바빠지고 게임에 지치는 부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로아를 접게 됐습니다.



바쁜 일들이 끝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종종 그 때의 즐거웠던 기억을 못 잊어 인벤을 들어와보곤 합니다.


복귀해서 직접 게임도 플레이해봤지만 처음 로아를 접하고 미친듯이 즐겼던

7~8개월 동안의 즐거움을 도저히 느낄 수 없어 몇 시간 해보지도 못하고 게임을 지우곤 합니다.



2시간 걸려 대기열을 뚫고 게임하다 영광의 벽 연출을 보고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과 호들갑을 떨며 눈이 커졌던 기억,


모코코를 열심히 모아 4렙 프뉴마를 만들고 이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좋아했던 기억,


조화 세트를 맞춰보겠다고 슬라임 아일랜드를 2시간 넘게 뒤졌던 기억,


처음으로 어레기 브레스를 맞아 죽어보고 레이드의 무서움을 느껴봤던 기억,


비선호 직업군이라 파티를 못 구해서 같은 직업 4명이 파티를 꾸려 중나크를 잡았던 기억,


처음 만난 사람들과 디스코드로 몇 시간을 고생해가며 간신히 주레를 깨고 유물무기를 만들었던 기억,


있는 골드 없는 골드 다 모아가며 칼엘리고스를 깨보겠다고 연구했던 기억까지...



지난 로아에서의 추억을 돌이켜 보면 나름의 어려움은 있었어도 결국 모두 즐거운 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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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로스트아크가 예전같지 않은건 결국 P2W으로 변질된 시스템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사실 최종적으로 이렇게 오기까지 많은 분기점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들이 쌓이고 쌓인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이슈게에 글을 남겨봅니다.



저와 같이 로스트아크를 즐기다 먼저 접었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초반 만렙을 찍고, 스토리를 다 밀고, 섬의 마음을 얻고, 1~2티 레이드를 돌고. 이 때까지는 모두들 재밌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초창기 로아는 그야말로 갓겜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4티어 레이드부터 시작된 야추피, 캐릭터 밸런스 문제로 게임을 헤비하게 즐기기 어려웠던 친구들이 많이 떠났습니다. 당시 요구하는 스펙을 맞추기 위해선 골드뿐만 아니라 해금석, 룬 등 재화도 엄청나게 들어갔으니까요.



3티어 레바와 칼벤이 나올 때 처럼 단순히 레이드 자체의 난이도가 어려웠을 뿐이라면, 그래서 실력 있는 몇명만이 그저 조금 빠르게 나아갈 뿐 다른 방향으로 성장을 모색할 수 있었다면 이 친구들이 그렇게 접는 일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레이드 장비가 강제되는 상황에서 확클을 위해 추피를 따지게 되고, 직업군을 따지게 되고... 이런 현상은 주레까지 이어졌습니다.






주레가 처음 나올 즈음 제 본케 직업은 서머너였고 배마와 기공이 없이는 초행팟으로 사실상 클리어가 불가능한 난이도였습니다. 


레이드 자체의 난이도가 어려워서라기보다 단순히 캐릭터의 스펙 문제였습니다. 



매주 주레를 클리어하기 위해 디코방에서 5시간~6시간이 넘게 구직을 했고 어렵게 들어간 파티에 X맨이 있어 몇 시간 트라이가 무위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날엔 더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 접은 마당에 밸런스를 논하자는 건 아니었지만 이 당시 '최종 컨텐츠'를 사실상 몇몇 클래스 없이 클리어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디트친구와 서머너 친구가 접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때 기공이 그렇게 좋아보여서 나중에 기공 부케를 키워보기도 했습니다. ㅋㅋ...



그 이후 욘이 나오기까지는 사실상 의미 없는 주레를 반복해서 돌고, 이미 쉬워진 5T 악세를 먹어보겠다고 뺑이를 치는게 전부인 지루한 게임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렇다하게 할만한 컨텐츠가 없어 치확 1퍼 늘려보겠다고, 히든 옵을 먹어보겠다고 몇일을 돌았던 뺑이가, 욘이 나오고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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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 컨텐츠에 대해서는 얕은 정도로나 즐겼던 편이라 제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입장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로아를 접은 이유가 결국 게임을 재미로 한다기 보다 습관처럼 하게 되면서 지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르긴 몰라도 아마 욘 이후에 게임을 접으신 분들도 강화라던가... 뭐 기타 이유들로 지치게 되면서 접으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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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눈팅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아직까지 게임을 재밌게 즐기시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됩니다. 

스마일게이트의 다음 행보가 아직까지도 로스트아크를 사랑하는 유저들이 다른 접은 유저들처럼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