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장르의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캐릭터가 성장하는 구간이 필요하고.
그 성장 구간은 대체로 지루하죠.  꽤 길기도 하고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짧은 여가 시간을 쪼개 게임을 하는데,
원하는 컨텐츠 (예: 군단장)를 즐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G만 누르고 있다면.
과연 그 게임을 계속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은 중간에 현자타임이 와서 접지 않을까요?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초반 성장 구간은 지루해요. 지루할 수밖에 없어요.
짧게 짧게 게임을 하니까 스토리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성장 컨텐츠가 유저가 원하는 컨텐츠가 아니라는 점이죠.
(물론 초반 성장 구간이 재미있으신 분들도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그만큼 원하는 컨텐츠도 다양하니까요.)

유저들은 점점 게임 할 시간이 줄어드는데, 
원하는 컨텐츠를 하기 위해선 인내심을 가지고 초반 성장 구간을 넘겨야 한다.
로아 뿐만 아니라 RPG라는 장르의 한계이고, 그렇기에 점점 몰락해가는 장르이기도 하죠.

아마 게임 회사들도 고민이 많았을 거에요.
많은 유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컨텐츠를 만들어 놨는데.
초반 성장 구간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폐사해 버리니까. 
고민하고 고민하던 중에 나온 것이 바로 자동사냥과 P2F 시스템이죠.

돈을 써서 시간을 산다. (P2F)
이건 어찌 보면 아주 좋은 시스템이에요.
게임을 할 시간은 한정적인데, 원하는 컨텐츠는 즐기고 싶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이니까요.

어찌 보면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이기도 하지요.
오래 게임을 한 유저들이 즐기는 컨텐츠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P2F유저들은 그만큼의 돈을 써야 하니까요. 
말 그대로 시간을 돈으로 사는 거죠.

그 돈은 회사로 흘러들어 가고, 
그렇게 번 돈으로 게임 회사에서는 다음 컨텐츠를 만들어서,
과금 유저들과 무과금 유저들이 즐길 컨텐츠를 꾸준히 내 줄 수 있겠죠.
이렇게 되면 무과금 유저들이 항상 말하는 '박탈감' 이라는 것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과금 유저들이 시간을 돈으로 산 덕분에 무과금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꾸준히 나오는 거니까.
(쌀먹이 욕먹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회사로 들어가는 돈을 중간에 가로채는 거니까.)

꾸준히 이전 컨텐츠를 열심히 해 온 유저들이 다음 컨텐츠가 나왔을 때 바로 즐길 수 있는가.

여기서 P2W과 P2F 가 나뉜다고 생각해요.
과금 유저들이 돈을 질러서 산 컨텐츠를 과도하게 높게 설정한다면,
그건 더는 P2F 게임이 아니죠. 컨텐츠를 과금 유저들이 독점하게 되는 거니까요.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쿠크 세이튼이 나온다는 공지가 떴고.
쿠크 세이튼 던전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던 유저 A는 
과금을 해서 쿠크 세이튼을 돌 수 있을 정도의 스펙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쿠크 세이튼 던전이 나온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컨텐츠를 즐겼다고 가정해 보자고요.

하루도 빠짐 없이 쿠크 세이튼 던전을 돌았으니,(그 외 숙제까지 전부)
아브렐슈드 던전이 나올 때쯤이면 유저의 스펙도 당연히 올라갔겠지요?
아브렐슈드 던전이 나왔을 때, 
유저 A가 과금을 통한 스펙 성장 없이 아브렐슈드 던전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느냐.

만약 예 라면 그건 P2F고, 아니요 라면 그건 P2W이에요.
로아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저는 모코코라서 ㅎㅎ...


요즘 들어 과금이 있으면 무조건 P2W이다 하는 분들이 많아 보여서 한번 끄적여봤어요.
과금은 게임을 좀먹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오히려 회사와 유저들 둘 다 윈윈하는 시스템이죠.
만약 P2F 시스템이 없는 게임이라면, 매크로나 자동사냥을 통해 초반 성장 구간을 넘겨야 할 테고.
(여기서 초반 성장이란건 원하는 컨텐츠를 즐기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 합니당.)
회사는 들어오는 돈이 없으니 컨텐츠도 싱글게임 DLC수준으로 나오게 되겠죠.
(과거 와우처럼 한 달 얼마 내는 정액제 게임이라면 컨텐츠는 꾸준히 나올 거에요)
과연 그런 게임이 P2F 보다 재미있을까요?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중구난방으로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세줄 요약을 해드리고 싶은데, 제가 요약에는 재능이 없어서....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