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롤드컵을 보면서 특히나 주목 받은 키워드가 "미움받을 용기"다.

사실, T1의 플레이를 나중에 분석해볼 때 그게 최선의 플레이였냐고 물어보면 아닌 장면이 많았다.
어떻게 상대의 실수가 겹쳐서 잘 된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플레이를 할 때 "상대의 실수"는 계산의 영역도 아니고, 그런걸 바라고 하는 플레이를 요행이라고 나쁜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나는 완벽한 플레이를 추구하면서, 항상 모든 상황에서 최선의 정답을 찾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배웠다.

예를 들자면,
그래 T1 vs 젠지 4강전 4세트에서, 마지막에 아리가 잘리면서 시작한 한타가 있다.
그 상황의 T1 보이스를 들어보면 분명 페이커는 "빼자"고 이야기한다.
거의 소모값없이 아리가 잘렸기에 명백히 4대5 한타가 되는 시점에서 정답에 가까운 플레이는
"모두가 무사히 빠져서 전열을 가다듬고 아리의 부활을 기다린다"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교전각은 본 나머지 선수들이 싸우자 콜을 했다.
젠지가 완벽한 한타를 했다면 페이즈가 꼬챙이에 꽂히는 것을 피하고 대승할 확률이 높은 한타였다.
그렇지만 T1이 거기서 싸움 각을 본 것에 당황을 한 건지 젠지의 선수들은 허둥지둥 거렸다.
페이즈는 포지셔닝에서 큰 실수를 했고, 쵸비는 멘탈을 놓고 있다가 잘리면서 게임까지 끝나버렸다.

특히나 이번 월즈에서 T1의 경기가 그런게 많았다.
저게 되나 싶은 플레이도 서슴치않았고,
거기에 휘말려서 실수하는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분명히 리스크도 높고, 굳이 이야기하면 실패 확률이 더 높은 플레이를 반복했기에
넘어질 때 크게 넘어져서 깨지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그런 트라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월즈의 다른 팀들과 비교해본다면
대부분의 팀들은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래서 플레이 방향성에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밴픽이든 인플레이든.
그게 리그 경기나 지역 대회까지라면, 보통 정답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하지만 "월즈"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은 차원이 다른 모양인가 보다.
중압감 속에서 정답적인 플레이를 찾으려고 할수록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렇게 답답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몇몇 선수들에게 이런 상황을 타파할 롤이 집중되었고,
대부분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특히나 이니시와 플레이메이킹 롤을 떠맡은 서포터들이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T1이 다른 점은 모두가 다 같이 그 무게를 짊어졌다는 점.
T1은 다섯 명이 모두 광인이었다고 이야기 할까.

T1은 이상한 짓을 해도 다 같이 한다.
그래서 죽을 때 보면 다 같이 죽어서 공동묘지다.
이건 장의사도 DC해줄 거다

- 강퀴

//

돌이켜놓고 생각해보면 T1이 삐걱거린 2년 간, 감독들의 성향이 안 맞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김정수, 특히 양대인 감독의 경우 강력한 에고와 함께 플레이로써 이뤄야 할 이상향 내지는 정답을 제시하는 감독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후 감독, 코치들이 어떻게 코칭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피드백이라고 틀린 플레이를 다그치고 혼내는"것보다
"실패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격려"를 계속 해준 것은 아닐까?
물론 성공 요인으로 코치, 감독으로써의 성공 요인으로 T1 코치진의 메타 파악과 밴픽, (특히 단기전에서의) 경기 준비도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만약 T1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서 "정답이 아니다"는 압박을 계속 주었으면, 결국 젠지전 4세트 같은 상황에서 망설임이 생겼을 수도 있고 그런 일말의 불신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그건 프로 선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나 중요한 무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실수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도전하는 것.
설사 다른 부분에서 밀릴 수 있어도 그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월즈의 결과를 이끈 핵심이었다고 나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