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한 팀씩 따져보니 이번 롤드컵에서 최근 몇년 간의 결승을 뛰어넘는, 그리고 웨이보의 우승의 경우 22DRX 우승마저 뛰어넘는 서사가 나오게 된다는 걸 깨달았음.

웨이보의 우승: 이건 22DRX보다 더 난리날 만한 결과라고 봄. 2년 전 DRX는 결승에서 내전 끝판왕 티원을 만났음. 하지만 웨이보는 그걸 이미 4강에서 BLG를 상대로 완료하고 올라오는 거임. 게다가 결승에서 LPL 대표 vs LCK 대표로 깔끔하게 정리된 와중에 티원이나 젠지를 만난다. 당연히 무조건 배당은 역배일 건데 어찌어찌 우승을 했다? 데프트 못지 않은 롱런을 한 샤오후의 성불, 그리고 타잔 이야기, 마지막으로 양대인에 대한 평가까지 정말 재밌는 스토리가 나올듯. 

BLG의 우승: 웨이보 만큼은 아니겠지만 당연히 LPL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 빈이라는 세체탑 슈퍼스타의 탄생이고 아마 역체탑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팬들이 많을 것이고, 또 애매모호 했던 LPL 최강자 나이트도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거임. 안그래도 탑이 약하다고 불평하는 LCK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강적이 하나 생기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게 25년을 여러모로 제일 재밌게 만들 시나리오라고 봄. 

티원의 우승: 뭐 말할 것도 없이 롤드컵 연속 2회 우승의 서사를 통해 현 티원 로스터가 역체팀으로 깔끔히 말뚝 박게 될듯. 작년에는 어찌 보면 LPL 팀들만 만났고 한국의 홈 어드밴티지가 있었으며 또, 올해 LCK나 MSI에서 죽 쑨건 사실임. 하지만 올해는 천적인 젠지를 극복하고 우승으로 방점을 제대로 찍게 됨. 개인적으로 그 성공 과정에서 과연 페이커가 젠지 상대로 어떤 밴픽을 하게 될 지 또 BLG 상대로 어떤 밴픽을 하게 될 지 매우 궁금함. 이번 롤드컵이 좋은 점은 확실히 라인 스왑 덕에 다양한 전략이 나타나고 있음.

젠지의 우승: 이것도 두말할 것 없이 몇 년간의 국제전 저주를 뚫고 최초로 우승을 하는 서사. 게다가 티원도 이기는거니 LPL/LCK를 돌려가면서 잡는 것임. 물론 젠지가 중간중간 서머도 떨어지고 플퀘한테도 진땀승해서 역체팀 얘기하기까지 포스가 부족할 수 있음. 그래도 쵸비는 로컬 최강자가 아니라 확실한 신성이 되는거고 멤버들도 각 자리도 자리매김 하지. 특히 LPL 반응이 개 웃길 것 같은게 애초에 젠지 이미지가 LCK 팀들 중 가장 반중국이고 또 그동안 "티원한테는 맨날 졌지만 그래도 젠지는 별거 없음"이라는 자위마저도 더이상 안먹히게 되어서 개빡칠듯.

다음주 티젠도 재밌겠지만 2주 뒤 어떤 대진이 되어도 개꿀잼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