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3월 5일에 판결 검토 페이지가 추가되고 36일이 지났습니다.
한 달이 지난 기념으로(?) 그동안 판결된 사건들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통계를 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지난주에 그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 시작했기 때문에 제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지만, 마치 방학 때 실컷 놀다가 개학을 며칠 앞두고 밀린 방학 숙제를 몰아서 하는 듯한 기분이었네요.
뒷날 또 이 글을 쓸지 안 쓸지 모르겠지만(아마 안 쓸 듯ㅋ), 일단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는 교훈을 다시금 깨달았음을 알려드리며 시작합니다.

참고 사항

1. 오늘 4월 10일 오전까지 결과가 나온 모든 사건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했습니다. '넘어가기'로 사건을 넘겨도 판결 결과는 나옵니다.

2. 여전하지만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게임 배심원단 가이드, 자주 묻는 질문, 그리고 제가 쓴 '게임 배심원단에 대한 모든 것'에 따라 일관성 있게 투표했습니다.

3. 배심원단에 참여해 보신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다시 봐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무죄 사건'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임의대로 조사 결과를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4. 계산기 등을 쓰지 않은 단순 반복 수작업이다 보니 중간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부 기록이 누락되고 계산에 착오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그 오차는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매우, 굉장히 작다고 확신합니다.

5. 모든 소수는 소수점 이하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습니다.

6. 뻔하거나 별로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상식적으로 신고는 대부분 아군에게 받습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 신고를 더 많이 받았을까?"라는 내용은 굳이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7. 신고 사유를 많은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려고 했는데, 투표할 때는 신고 사유가 나오지만 판결 검토 페이지에는 신고 사유가 나오지 않아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8. 모든 사건의 피신고자를 모두 다른 사람이라고 가정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36일 동안 배심원단에 의해 제재를 두 번 이상 받은 사람은 없다고 가정했습니다. 총 사건 수 = 835 건 = 835명.

조사 결과

1. 총 사건 수 835건, 총 게임 수 4150게임, 총 신고 수 8168건입니다. 게임당 1.97건의 신고를 받았습니다. 사건당 신고당한 게임의 수는 4.97게임입니다. 즉, 배심원단에 오는 사람들은 평균 9.78건의 신고를 받습니다. 이게 현실인데 정지당했다고 징징대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2. 835건 중에서 유죄는 815건(97.60%), 무죄는 20건(2.40%)입니다. 눈 감고 유죄만 눌러도 판결 정확도가 대략 97% 정도는 된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아래는 근거가 될 만한 그림입니다.



[그림 1] 닥치고 유죄에만 투표했다는 사람의 판결 검토 페이지(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778&l=14241)


이 부분에서 제 생각을 말하자면, 배심원단 시스템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사건을 꼼꼼히 안 보고 무조건 유죄에 투표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하는 것인데, 당연히 있기야 하겠죠. 참여 자격 기준이 깐깐하지 않은 열린 시스템이니까요. 게임 배심원단은 무죄, 유죄를 가려내는 시스템이긴 합니다만, 사실상 대부분의 유죄 사건들을 플레이어들을 거쳐서 더욱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 배심원단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게임에서 트롤을 경험한 사람들일 겁니다. 상식적으로 무조건 무죄에 투표하는 변태(?) 배심원은 있더라도 매우 적겠죠.

하지만 사건 정보를 꼼꼼히 읽고 투표하는 배심원도 많습니다. "난 꼼꼼히 읽고 공정하게 무죄에 투표했는데 정확도 떨어졌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유죄에 투표한 사람들은 안 보고 투표한 게 되나요? 배심원 개개인의 결정을 존중해야겠지만, 적어도 배심원 점수가 높은 배심원들은 게임 배심원단 가이드를 숙지하고 사건을 비교적 꼼꼼히 읽고 투표합니다. 왜냐하면 배심원 랭킹 시스템상 판결 정확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배심원 점수와 랭킹이 높은 건 아니거든요. 저도 제가 유죄에 투표한 사건 중에 이른바 '패드립'을 구사하고 '무죄' 판결을 받는 사건을 많이 보지만 이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포기했거든요. 그리고 원래 그런 트롤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신고를 받고 배심원단으로 올 테니까요. 단, 패드립 사건이 무죄 판결될 때의 기분은 '일반 게임에서 나는 흥하고 나머지는 다 망했는데, 욕은 오히려 내가 먹고, 자기들끼리 있는 실드는 다 치고, 내가 항복 투표를 제안했는데 끝까지 반대하길래 게임 끝나고 나서 봤더니 나를 제외하고 4인 파티였음을 알았을 때의 기분'이라고 묘사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무죄 결과도 꾸준히 나온다는 점, 그리고 배심원단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인 정지당한 사람들이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은 빼놓고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정지당했다고 억울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사건을 검토하는 배심원도 많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3. 유죄 사건 중에서 경고(1차 제재)는 515건(63.19%), 게임이용제한(2~4차 제재)은 290건(35.58%), 영구 게임이용제한(5차 제재)은 10건(1.23%)입니다. 괄호 안은 총 사건 수가 아닌 유죄 사건에 대한 백분율입니다.


[그림 2] 현행 배심원단에 의한 계정 이용 제한 정책.


1차 제재인 경고를 받았다는 것은 초범이거나 제재를 받고 손을 씻은 뒤 한동안 잘 지내다가 다시 신고를 받고 배심원단에 회부된 경우를 말합니다. 2차 이상의 제재를 받았다는 것은 이전의 제재를 받은 지 오래지 않은 상황에 또 제재를 받았다는 뜻이 됩니다. 당연히 고차 제재를 받은 사람일수록 더 지저분한 쓰레기일 확률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제재 기간에 따른 트롤 분포를 봤을 때 2차 제재(3일 정지)를 받은 사람들까지는 그 중에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트롤입니다. 하지만 3차 제재(7일 정지) 이상의 제재를 받은 사람들은 두 번의 제재를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트롤 중에서도 억울할 것 전혀 없는 참트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지됐다고 억울하다고 하는 트롤이 보이면 다짜고짜 돌부터 던지셔도 무방합니다.

4. 기간 제재(2~4차 제재)를 받은 사람들은 평균 4.76일 정지 제재를 받았습니다. 판결 검토 페이지에 기록되는 '제재를 가한 총 일 수'는 '유죄에 투표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재를 가한 총 일 수'를 '총 사건 수'가 아니라 '유죄에 투표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 중에서 결과가 계정이용제한인 사건 수'로 나눴습니다.

5. 가장 많이 신고를 받은 사건은 5게임에서 25건의 신고를 받았습니다. 이건 가장 높은 게임당 신고 수(5건)이기도 하고, 한 게임에서는 모든 아군과 적에게서 신고를 받은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림 3] 자타가 인정하는 신고 많이 받기 부문 1위의 위엄. 모든 소환사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이끎으로써 소환사 대통합을 이룩하였다.


6. 가장 적은 신고를 받은 사건은 2게임에서 2건의 신고를 받았습니다. 이걸로 최소 2게임에서 신고를 받아야 배심원단에 회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작다고 하면 작다고 할 수 있는 표본을 근거로 한 경험적 일반화입니다만, 제가 '게임 배심원단에 대한 모든 것'에서 오래 전에 1게임 사건을 본 적 있는 것 같다고 쓴 부분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네요.

7. 최대 데스는 56입니다. 이 게임 시간은 48분 56초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게임에서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그림 4] 데스 장인. 장인답게 데스에 필요한 필수품인 기동력의 장화(민병대)까지 갖췄다. 깨알 같은 2어시스트. 주인공이 이걸 보고 있다면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8. 하루에 판결되는 사건은 약 2500건입니다. 판결 검토 페이지를 보면 가장 오래된 사건 번호가 583xxxx이고, 가장 최근의 사건 번호가 592xxxx입니다. 36일 동안 약 9만 건의 사건이 판결됐습니다. 그러므로 하루에 판결되는 사건은 약 2500건이 되네요. 2500이란 숫자는 커 보이지만 가끔 시즌 2의 게임이 사건으로 오는 걸로 봐서는 역시 배심원단에 비교적 자주 참여하는 사람들은 적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하지만 현실은 무상 아르바이트..

9. 가장 많은 신고를 받은 챔피언은 무엇일까요? '-충'이라는 표현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결과는.. sigh..

총 신고 수 8168건이고, 112개의 챔피언 중 1개의 챔피언을 선택할 확률을 백분율로 나타내면 0.89%입니다. 0.89% 이상인 챔피언까지만 순위를 나타냈습니다. 모든 챔피언 다 정리하긴 했는데 귀찮아서.. 혹시 다른 챔피언의 순위가 궁금하시다면 댓글로 알려드립니다.

1. 마스터이       - 210건(2.57%)
2. 이즈리얼       - 162건(1.98%)
3. 베인             - 161건(1.97%)
4. 블리츠크랭크 - 140건(1.71%)
5. 티모             - 133건(1.63%)
6. 리신             - 126건(1.54%)
7. 신짜오          - 105건(1.29%)
8. 럭스             - 89건(1.09%)
9. 미스포츈       - 83건(1.02%)
10. 잭스            - 78건(0.95%)
11. 케이틀린      - 76건(0.93%)

요약 및 정리

1. 배심원단에 회부되는 사건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유죄 사건이 약 97%, 무죄 사건이 약 3%를 차지한다. 이는 안 보고 유죄만 눌러도 약 97%의 판결 정확도가 나온다는 말과 같다.

2. 트롤 중에서 경고를 받는 트롤은 약 63%, 3~14일 정지 제재를 받는 트롤은 약 36%, 영구 정지 제재를 받는 트롤은 약 1%를 차지한다.

3. 트롤은 평균 4.76일 정지 제재를 받는다.

4. 가장 많은 신고를 받은 사건은 5게임에서 25건의 신고를 받았고, 그 중 1게임에서는 모든 아군과 적으로부터 신고를 받았다.

5. 판테온이 56데스로 최고 데스를 기록했다.

6. 하루에 판결되는 배심원단 사건은 약 2500건이다.

7. 가장 많은 신고를 받은 챔피언은 '마스터 이'다. 그리고 베인과 티모도 순위권에 포함되어 있다. 이래서 마이충, 베인충, 티모충 하나 보다.

잠깐!

내일(2013년 4월 11일)부터 배심원단에 의한 제재 시 채팅까지 금지됩니다. 효과가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림 5] 4월 11일부터 적용되는 채팅 금지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