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꾸준하게 말했지만, 나는 선수가 실력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강하게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CJ프로스트의 경기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특정 선수가 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많은 것들로 인해 까이는건 이해가 되지만 정도가 조금 지나치고 있다는 것은 의외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노답, 쓰레기, 조작 등등. 특정 선수가 게임에서 속칭 '똥을 싸면' 그야말로 먼지나게 까내린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인터넷문화? 10대문화? 아니면 흔히 말하는 실론즈의 정치문화인가?

1. 팬심으로 인한 충고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10년 남아공 월드컵때 김남일이 태클 한방으로 2002년도에 획득했던 까방권이 휴지조각이 된 적이 있다. 설기현도 4강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결정적 한방을 넣고 평생 까방권을 얻었다고 생각했으나 역주행 한방에 까방권이 휴지조각이 되었다. 
 그들을 까내리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사실 팬이 아니더라도 선수를 평가하는건 엄연히 실력이고 그 외 부분은 건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말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프로'라면 당연히 실력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실력으로 모자란 성적을 보여주면 까야 한다. 그것이 채찍질이 되어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채찍질을 가하는게 아니라 '사형선고'를 내리려 한다. 

 한 축구선수가 경기에서 엄청난 실수로 팀을 패배하게 했다. 이후 그는 한 광적인 팬에 의해 사살되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그 선수를 사살한 팬을 '정신 병자&살인자' 취급한다. 그러면서 에이, 인터넷에 글을 글적거리는게 왜 저런 살인마를 들먹이는거야? 라고 필자를 탓할수도 있다.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근데, 과연 그럴까?
 
 최진실의 자살을 보고 느끼는게 없을까? 인터넷 악플로 자살한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게 없을까? 

 아니, 특정 사이트의 인간이길 포기한 종자들이 싸지르는 인간 이하의 악성 댓글을 보고 무언가 느낄 수는 없을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정도를 지나친 댓글'이다.

 2. 나는 선수도 사람이며, 우리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임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은 모두 다 관심병 환자다. 자신이 좋은일로 언급되는걸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물론 예외는 있다.) 똑같이 자신이 나쁜일로 언급되더라도 사람이라면 자기에 관련된 글을 읽어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글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자기를 인간 이하로 깍아내리고 있다. 과연 그는 그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사람의 가슴에 대못이 박히면 뽑으면 된다. 그러나 그 구멍은 결코 매울 수 없다.'

 그런데 소위 팬이라 말하는 이가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는다? 인신공격을 퍼붓는다? 자살을 강요한다? 그것이 과연 진정한 팬일까? 

 롤은 여타 스포츠와 다르게 팬과 선수간의 간극이 너무나도 가깝다. 심지어 일반 프로 선수들이 연습하는 곳은 일반 유저도 존재하는 곳이다. 즉, 프로경기나 스크림이 아니라면 프로유저와 일반유저간의 차이가 없는 곳이 바로 롤이다.
 호날두와 동네 슈퍼 아저씨가 같은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롤에선 일반적이다. 이 영향 때문인지 우리는 선수에게 너무나도 날이 선 말을 가까이에서 내뱉는다. 

3. 선수들은 데미지 딜링용 허수아비가 아니다. 블러드켜고 극딜하지 마라. 

난 이런 생각이 가끔 든다.

'씨발 저새끼 개같이 못하네 좆같네. 저새끼 왜 방출 안당함? 좆목 노답이네 진짜.'
'걍 자살 강추. 내눈 존나 썩네 진짜 ㅋㅋ 저실력이면 실론즈급이네 완전. 저새끼 똥이 넘치는구나'

이런 말을 선수에게 내뱉는 소위 '극딜'은 선수에게 전달이 된다. 그리고 그 말을 내뱉는 우리들은 선수들이 언제까지 버티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정도 말까지 했는데 안나감? 이런 것 처럼.

그러나, 선수들은 무한체력을 가진 DPS체크용 허수아비가 아닌, 인간이다. 그들도 저런 공격이 쌓이고 쌓이면 반드시 쓰러지고 만다. 아무리 주위에서 그를 응원하고, 힘내라고 위로해도 언젠간 쓰러진다. 슬프게도 그게 현실이다.

그들이 왜 아직까지 버티고, 묵묵히 연습할까? 

 누군가 공격을 한다면, 그를 응원해주는 힐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 일은 모른다. 그 힐러가, 친구가, 동료가 없는 그 시점에 저런 공격을 받게 된다면 극단적인 생각이 안들래야 안들 수 없다.

4. 욕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비판하지 말자는게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팬으로써 당연히 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비난을 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발, 정도를 지나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선수로 인해 팀이 위기에 빠지면 열불이 나고 당장 선수를 교체했으면하고 바랄 것이다. 입에서 욕도 절로 나오고 친구들만나면 그 선수를 욕하며 깔아뭉갤 수 있다. 그러나, 정도를 지켰으면 한다.

 선수들은 모두 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연습에 몰두하고, 매일같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꿈을, 노력을 비웃거나 펌훼하진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