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프로스트와 스텔스의 경기.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본다면 강팀과 약팀의 대결이었습니다. 스텔스가 분전해주었으나 결국 2:0으로 졌죠. 

경기 내용을 요약하자면 1경기 때는

탑 렝가 vs 레넥톤
정글 람머스 vs 누누
미드 오리아나 vs 그라가스
원딜 이즈리얼 vs 케이틀린
서폿 애니 vs 소나

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람머스의 활약, 그리고 후반이 되면서 탑렝가의 하드캐리 구도로 게임을 역전하면서 이겼습니다.

2경기 때는

탑 리븐 vs 제이스
정글 리신 vs 자르반
미드 카사딘 vs 베이가
원딜 트위치 vs 이즈리얼
서폿 소나 vs 애니

이 경기는 무난히 한타를 이기고 나서 카사딘 리븐의 스플릿 푸쉬로 운영으로 차이를 벌린 후 압살해버린 경기였죠. 

오늘 경기에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일 인상적인 선수는 샤이였습니다. 탑렝가로 여러 슈퍼플레이가 많이 나왔고 리븐으로도 많은 활약을 보여줬죠. 헬리오스도, 메라도, 스페이스도, 오늘 평균 이상으로 잘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를 다른 측면으로 보아야합니다. 오늘은 프로스트의 윈터본선 첫경기였기도 했지만, 막눈 선수의 오랜 잠복기를 뚫고 미드로 새로운 데뷔를 한 날입니다. 막눈 선수는 작년까지만 해도 나진소드를 우승으로 이끌며 많은 주목을 끌던 선수였지만 나진소드에서 나오면서 시즌3 스프링 섬머 롤드컵 이 기간동안 제대로된 경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근 1년만의 경기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1세대 선수들, 건웅, 클템 등이 은퇴하고 레퍼드 등이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막눈에겐 은퇴까지 고려해 볼만한 경기였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베테랑인 막눈이라고해도 엄청 긴장이 됐을 것이고 경기를 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막눈은 경기 시작전에도, 경기 시작 후에도 긴장된 모습 일색이었습니다. 늘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던 막눈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죠. 

실제로 경기에 들어가자 그 걱정은 실현되었습니다. 2경기의 카사딘은 둘째치고, 1경기의 오리아나는 누가봐도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초반 갱에 쌍스펠이 빠지며 이른 타이밍에 귀환이 강제되고 그다음 연이어서 온 갱에 킬까제 따이면서 미드라이너로선 초반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었습니다.

그리고 경기를 보는 누구나 막눈을 보고 '한물갔다', '노답이다', '지금껏 프로리그에서 나온 최악의 오리아나'라고해도 부족함이 없는 플레이가 뒤따라 터졌습니다. 

첫번째 장면은 적에게 물리던 람머스에게 실드를 걸어주며 궁을 쓰려다 람머스가 순식간에 녹아버려 제자리궁을  써버린 것입니다.

두번째 장면은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한타에서 파고드는 렝가에게 실드를 걸어주고 궁을 쓰려고 했으나 공이 제자리로 돌아와서 재차 제자리궁을 써버렸습니다.

정말... 이건 어떻게 봐도 쉴드 쳐줄수없는 최악의 플레이였죠. 건웅의 몸니시처럼 두고두고 까일만한...

그런데 저는 모든 경기가 끝나고 리플레이 영상이 나왔을 때 한순간 감동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리플레이 영상들은 게임 내내 인상적인 장면들을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인데, 리플레이들이 지나가고 리플레이가 끝날 무렵에 막눈의 제자리궁까지 리플레이에서 나왔습니다. 사실 전 첫번째 장면이 나오고 두번째 장면이 나오면서 웃음이 나려고 했었습니다. 프로경기인만큼 못한 장면은 누구에게나 재미있개 보이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다음 장면을 보자 저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막눈 선수를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꽤나 멘탈이 강하고 못한 플레이에 연연하지않아서 허무하게 죽거나 이상한 짓을 해도 실실 웃는게 여느 때의 막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리플레이 장면에선 경직되고 긴장된, 그리고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한숨 돌리는 막눈의 모습이 비쳐졌습니다. 못한 플레이에도 막눈 선수는 끝까지 집중을 하려고 노력한것입니다. 오랜만의 경기, 바뀐 포지션, 여러 요인들에 의한 압박감... 작년 섬머 원탑 탑솔러라고도 불렸던 그는 올해 새내기 미드라이너가 되어 최악의 데뷔를 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팀의 나이스 플레이, 그리고 멘탈을 끝까지 붙잡고 최대한 노력을 하려했던 그의 오늘 경기는 좋은 데뷔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마지막한타때 궁으로 은신해 습격하는 렝가에게 실드를 걸어주면서 궁을 쓰면서 두명에게 들어가는, 돋보일 부분은 없었으나 잘쓴궁을 쓰는 오리아나의 모습이 보이면서, 제자리궁을 쓸 때와 똑같은 얼굴로 땀을 닦아내는 막눈 선수를 끝으로 리플레이는 끝났습니다.

저는 이 리플레이의 의도는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리플레이는 웃긴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우선적으로 보여주는건 제일 잘한 플레이입니다. 그렇지만 제일 마지막에 나온 막눈 선수의 제자리궁 두번과 평범하게 들어간 오리아나의 궁은 그닥 돋보인다고 보여질 수 없는 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 리플레이가 나온 이유는 사실 그 리플레이가 본질적으로 오늘 경기에서 제일 잘한 플레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못한 플레이는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잘한 플레이도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최악의 플레이를 하고나서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집중하며 진지하게 최후의 최후에서 일인분이상을 하려는 그의 노력은 오늘 모든 플레이 중에서 제일 빛났고 제일 잘한 플레이였습니다. 오늘 마지막 한타때 쓴 오리아나의 궁, 그건 4인궁, 5인궁보다 더 돋보였던 최고의 플레이입니다. 

막눈 선수, 그리고 모든 아마추어, 프로 선수들,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열심히 하세요! 당신의 그 노력이 어떤 화려한 플레이보다 멋진 최고의 플레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