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이후 대한민국 10~30대를 다시 한 번 휩쓸고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필자도 1주에 2~3시간은 이 게임을 하는데 쓰고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눈쌀 찌푸려지는 행위들을 많이 경험해왔다.

 

게임중독법과 관련된 EBS토론에서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강사 김엘리야씨가 토론 도중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게임의 본질의 문제가 아닌 현재 가장 인기있고, 실제로 과도하게 빠지게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그런 게임이 문제다."

 

위위 발언은 리그오브레전드를 겨냥한 말이다.

김엘리야씨의 애매모호한 문장 전달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말은 게임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부터 그렇게 과도하게 빠지게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그런 게임이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게임의 본질이 무엇인가?

게임의 정의에 대해서는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권위 있는 몇몇 학자들이 나름 정립한 개념을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하여 사용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게임의 본질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몰입성(Immersion)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몰입하게끔 하는 성질이 있다. 그렇기에 과도하게 빠지건 그렇지 않건 그것이 본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이미 김엘리야씨는 게임에 대한 개념 이해를 잘못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도하게 빠지게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그런 게임'에 대한 말을 해보자.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될 것이 있다. 대체 '과도하게 빠지게 디자인된'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여기서 김엘리야씨가 타겟하고 있는 게임이 리그오브레전드이기에, 필자는 리그오브레전드만이 가진 유저들을 과몰입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짱구를 굴려보았다.

 

- 주변 친구들이 다 하는, 같이 하는 게임

- 점수가 오르고 떨어지는, 모든 유저의 순위를 매기는 랭크 시스템

 

필자가 우매한 머리에서 도출된 요소는 크게 위의 두 가지 였다. 위의 두 가지에 대한 해석을 할 때 주의할 점은 게임 자체만 놓고 단순 대입 방식의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면 일반화의 오류를 겪을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내용을 분석하고 대안을 논할 때, 비로소 적합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첫째, 모두가 하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모 국회의원이 이런 얘기를 했더랬다.

 

"LOL은 5인이 하기 때문에 중독성이 매우 높다"

 

이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댓글 린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필자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고 지나가겠다.

한 번 생각해보자. 5인이 팀을 이루는 게임인데, 내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한다. 그렇다면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하게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만든 것인가? 아니면 주변의 친구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게끔 만든 것인가?

 

만약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특성이 모든 사람이 이 게임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라면, 왜 LOL은 모든 서비스되는 서버에서 그 나라의 게임순위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고, 심지어 LOL이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국가에서 LOL이 우리나라처럼 이러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이것은 어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에 LOL이 자리잡으면서 나타난 문화 현상에 가깝다. 친구 따라 강남가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남이 하는 것을 내가 안한다'라는 것은 곧 공동체에서 동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한다. 이것은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든 안하든,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가깝다.

 

그러면 한 발 나아가, LOL은 5인이 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혼자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함께 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시스템적으로 접근하자면, 이것은 다른 흔한 온라인 게임에서도 있는 시스템으로써 LOL 하나만을 가지고 일반화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허나 사회적 여건으로 접근하면, 이것은 이미 PC방과 온라인 게임이 어린 세대의 '놀이 문화'의 큰 축이 되어버린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파고 들어가면 좀 더 복잡한 맥락에서 다뤄야 되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둘째, 점수가 오르고 떨어지는 경쟁을 유도하는 랭크 시스템

 

'경쟁 요소'를 도입한 게임을 규탄하는 발언은 위의 첫 번째 발언은 그렇다치고 정말로 게임에 대한 몰이해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게임 이론에서 세상의 수많은 게임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 요소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 룰이 존재한다

- 룰을 바탕으로 경쟁을 한다

-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즉 '경쟁 요소'가 없는 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경쟁 요소 대신에 '도전 과제'를 넣은 게임들이 있다. 우리가 하는 콘솔게임이나 PC패키지와 같은 게임들은 지속성을 주는 요소로 경쟁 대신에 '호기심'과 '도전'을 요구한다. 만약 이러한 것에 과몰입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LOL보다 이런 류의 게임들을 하는데 시간을 더 사용한다.

 

그렇다면 '경쟁'이 나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쟁'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최소 둘 이상의 사람이 같은 목적에 대해 이기거나 앞서려고 겨루는 것으로, 경쟁 끝에 누군가는 도태된다는 진화론적 발상도 있지만 경쟁을 해서 둘 다에게 이로운 점을 줄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발상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이것은 '협력'과는 다른 개념이다.

 

돌아가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요구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협력'을 해야하며, 그들과 힘을 합쳐 '경쟁'을 한다는 것은 유저에게 다음 두 가지 요소에 대한 성취감을 준다

 

- 성공적인 한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과 관련된 인간의 기본적 속성에 대한 충족감

- 자신의 게임에 대한 이해와 기술적 측면이 상대방 혹은 아군과 비교했을 때 앞선다는 승리 의식과 성취감

 

보통 MMORPG는 이 '협력'과 '경쟁'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수치화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AOS장르의 경우 이런 '순위 매기기'에 대한 디테일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매 게임 매 게임마다 기본적으로 더 동기부여를 하게끔 한다.

 

바로 위와 같은 측면에서 LOL이 게임 디자인적 측면에서 '과몰입 요소'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소'가 어떤 문화적 '사실'이 된다는 것은 단순하게 1대1 대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자칫 나무만 보고 그 숲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제를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

 

1. LOL만 이러한 협력-경쟁 구도를 동시에 갖춘 순위시스템을 사용하는가?

 -> 그렇지 않다. 유사 장르인 도타2, 카오스 온라인을 비롯하여 콘솔 게임은 철권 TT2의 페어 플레이 모드 랭크 대전, 서든 어택과 같은 온라인FPS장르도 그러하며 최근 출시되는 수많은 핸드폰 APP게임들의 경우 친구들과 선물을 나눠받는 공유 및 협력 방식을 이용하고 순위 시스템을 이용한 경쟁을 부추키는 게이밍 디자인이 되어 있다.

 

2. 그렇다면 아래에 열거한 게임들 모두가 '인기'가 있는가?

 -> 그렇지 않다. 철권 TT2의 경우 신규 유저 유입보다는 그 타이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매니아층을 토대로 플레이가 이루어지며, 도타2와 카오스 온라인같은 LOL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시스템을 가진 게임들의 인기는 LOL만하지 않다.

 

3. 과몰입 요소와 대중성과는 그렇다면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 위의 답변에서 유추하건대, 둘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다. 충분조건일 뿐이지 필요조건이 아니다.

 

단순 시스템적 비교로는 '인기 게임은 과도한 경쟁을 부추킨다'라는 것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애초에 '인기 게임'의 경계가 애매모호할 뿐더러, 인기 게임과 과도한 경쟁은 상관 관계는 있을 수 있어도 인과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단어의 개념적 측면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인기 게임'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것도 그렇다. '~한 것'은 상당한 가치 판단성을 내포한다. 자신이 보기에, 그 집단이 보기에, 그 국가가 보기에, 그 세계가 보기에 그것은 '~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취향과 기호부터 시작하여 권위자가 만든 이론, 국가가 설정한 법의 테두리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남을 이기려는 '과도한 경쟁'은 아이들 스스로나 라이엇 게임즈가 의도한 것이 아니고, 신자유주의적 흐름에서 우리네 청소년들 피부 속으로 스며든 반응이 LOL이라는 '모두가 하는 인기 게임'속에서 발현된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경쟁'과 21세기 들어서 나타나는 10대 20대의 돈과 성공에 대한 모순적인 냉소주의는 디지털 세계의 놀이라 볼 수 있는 온라인 게임, 그 중에서도 모두가 전부 하는 'LOL'에서 더 특별하게 나타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LOL의 랭크 시스템을 없애서 과도한 경쟁을 의도하는 것을 낮춰라'라고 하는 것이 개발의 자유나 플레이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있지만 위의 택도 없는 말들보다는 더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진다.

 

게임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담론은 여성 해방 운동이나 영화의 인식 변화와 같은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앞으로의 게임에 대한 논의는 보다 더 새롭고 건설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