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전장

살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장소,

그곳에서는 정의도 자비도 그리고 나 자신 이라는 개념도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린다.

단 하나 분명하게 존재하는 진실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사실..

 

....”

 

어린 소녀로 보이는 한 작은 생물체가 수풀을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었다.

보라색 피부에, 길쭉한 귀를 가지고 있으며, 붉은색 모자와 옷을 입고 있는 그 소녀는

나무 지팡이를 꼭 쥔 체, 무언가에 쫓기듯이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뒤에 붙어있는 보라색의 작은 생물체,

나비와 같이 보이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얼핏 보면 인간을 축소한 듯한 몸을 지닌 그것은

소녀의 모자를 꽉 쥔 체 가까스로 매달려 있었다.

 

.. 안되.. 이대로 가면 잡히고 말겠어..’

 

한계에 달한 폐가 힘겹게 숨을 토해낸다.

심장은 터져버릴 듯이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고, 몸은 계속해서 휴식을 요구한다.

 

하지만, 소녀는 그런 상황에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몸은 정지할 것을 요청하지만 머리가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본능, 생존을 위한 움직임, 발걸음이 늦추어질 때마다 등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죽음이 더욱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녀는 끊임없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꺄악!”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정신 없이 달리던 소녀는 앞에 있던 돌부리를 보지 못하고 그만 그것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

 

순간적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고통,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던 중이었기에, 그만큼 충격도 컸다.

그럼에도, 소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려 했으나, 그 순간 그녀가 느낀 것은 엄청난 고통그리고 곧바로 그 뒤를 따라오는 엄청난 절망뿐이었다.

 

“…..다리가… “

 

절망에 물든 소녀의 눈에는, 부러진 뼈가 살을 찢고 나와버린 자신의 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성가시게 하는구려…”

 

처참하게 망가진 다리를 걱정할 틈도 없이.. 그녀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옷을 입은 체 큰 검을 들고 있는 중년의 검사.

특이하게도 그는 동양풍의 복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얼굴에 고글 같은 것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은 7개의 렌즈가 마치 벌집같이 6각형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럼...

 

…..안돼…”

 

검사가 주저 없이 소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녀는 반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곧 따라올 무시무시한 고통에 온 몸을 부들 부들 떨면서..

그런데..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이 본 마지막 장면은 검사가 휘두를 검이 자신의 머리를 갈라버리기 직전의

상황이었음에도, 그로부터 몇 초가 흘러도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설마…”

 

소녀가 불안감과 약간의 기대감을 함께 지닌 체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녀의 앞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검을 휘두르던 검사 대신, 커다란 구덩이와

알 수 없는 보라색 파편만이 흩어져 있었다.

 

아슬아슬 했어..”

 

그녀의 맞은편 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반가우면서.. 그 순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 목소리..

소녀가 고개를 들자 그 앞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은발 머리에 하늘색 피부를 지닌 소년..

그는 파란색 법의를 입고 있었는데, 그 옷에는 특이하게 금속으로 된 가시들이 여럿 붙어 있었고

그의 손에는 알 수 없는 재질로 되어있는 지팡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미안, 본진에 난입한 놈들이 조금 골치가 아팠거든..”

 

소년이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와 다리에 나있는 상처를 살폈다.

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온 상처, 상당히 흉측해 보였으나, 소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체

묵묵히 가지고 있던 붕대로 그녀의 다리를 단단하게 고정했다.

 

…”

 

소녀에겐 상당히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지만,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

그럼에도 워낙 고통이 엄청났기에 소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그때마다 소년은 좀 더 조심스럽게 상처를 다루었다.

 

다됐다, 조금만 참아. 우물로 돌아가면 금방 회복 될거야.”

 

소년이 천천히 소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고마워..”

 

소녀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인상을 주는 모습이었지만, 이미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소녀는 알고 있었기에,

그 차가운 외모에서도 소녀는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럼갈까? 아마 지금쯤 녀석들잔뜩 열이 올라서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겠지?

함부로 귀환 마법을 사용했다간 그때는 잡히고 말 가능성이 높으니, 걸어서 가는 수 밖에 없어.”

 

....”

 

소녀가 여전히 붉게 달아 오른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검은 연기가 몰려오더니 소년의 얼굴을 검게 뒤덮어 버렸다.

소년이 주변의 마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

그와 동시에, 소녀 역시 다시금 긴장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나무 지팡이를 꼭 움켜쥐었다.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어?”

 

바루스는 방금 전에 부활했고, 바이랑 가렌이 본진을 틀어막고 있지.”

 

..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구나.”

 

소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방금 한 일은, 아군의 원거리 딜러인 바루스와 함께 적진을 침투해

적의 방어타워를 날려 버리는 것,

다행히 아군이 주위를 잘 끌어줘서 작전은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바루스가 사망,

소녀는 방금 전과 같은 위기상황에 몰렸으나, 소년에 의해서 간신히 구출되었다.

 

이런..”

 

갑자기 소년과 소녀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그들은 곧바로 옆에 있던 수풀에 몸을 숨겼다.

 

제길벌써 여기까지..”

 

그들의 눈앞에는 보라색 피부를 가진 거대한 근육질의 남자가 서성이고 있었다.

문도 박사, 스스로의 자아를 대가로 생체실험을 실행한 존재,

그는 흐리멍텅한 눈을 한 체 거대한 주방용 칼을 들고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문도찾는다.. 싸운다.. 죽인다...”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는 그 생물체를 보면서 소년은 천천히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일격은 무리이겠지?.. 그렇다면..”

 

소년에 천천히 소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피융! !”

 

케액! .. 문도.. .. 적이다..!!”

 

소녀의 지팡이에서 나간 빛나는 창이 정확하게 문도 박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리고 동시에 소녀 옆에 붙어있던 나비날개 달린 생물체가 그 것과 같은 창을 한 발 더 날렸고

그것은 정확하게 그의 미간에 박혔다.

 

뛰자!”

 

문도 박사가 기습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둘은 서둘러서 수풀을 빠져나가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다행이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본진이야.”

 

위험했어.. 워낙 사기적인 재생력을 지니고 있는 녀석이라…..!!”

 

다음 순간소년과 소녀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본진까지는 이제 겨우 몇 미터가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왔냐?”

 

“….. 제길..”

 

그곳에는 방금 전 소년이 가루로 만들어 버렸던 검사와, 보라색 피부에 이마에 긴 뿔이 나 있는 은발 머리의 여인, 그리고 붉은색의 거대한 사마귀 같이 생긴 괴물 한 마리가 버티고 서 있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끝내도록 하지요.”

 

세 사람이 천천히 소년과 소녀를 향해서 걸어왔다.

 

제길마법이 준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럼에도,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소년은 마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피융!”

 

크억!”

 

어디에선가 날아온 화살이 검사의 어깨를 꿰뚫었다.

 

.. 저건..”

 

바루스!”

 

소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커다란 활을 든 한 남자, 그는 온 몸에 보랏빛 기류가

넘쳐 흐르고 있었고, 표정은 상당히 차가웠으나, 소녀의 모습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다행히 무사했군.”

 

하여튼, 걱정을 끼치는 녀석들 이라니까..”

 

그리고 남자의 뒤에서는 두꺼운 갑옷을 걸치고 큰 검을 들고 있는 한 군인 남성과

강철로 만들어진 커다란 주먹을 양 손에 끼고 있는 여성이 함께 걸어 나왔다.

 

.. 이런.. 함정인가?”

 

검사가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5분 후,

 

~, 모두들 수고했어.”

 

강철 주먹을 낀 여자가 기분 좋게 말했다.

 

그들의 눈 앞에는 폭발하는 상대방의 넥서스가 보였고

그것은 적들의 완전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정의의 전장, 전쟁학회, 등으로 불리고 있는

발로란 대륙의 국가들이 국가간의 분쟁을 최소화 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국제 기관으로, 그들은 군대를 동원한 전쟁 대신 챔피언들과 이를 조정하는 소환사 간의 소규모 전투로 분쟁을 결정지었다.

비록 근래에 들어서 터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가장 강력한 두 도시국가인 녹서스와 데마시아간의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리그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대부분 오늘과 같이 단순한 스포츠 및 전투 훈련의 성격을 띠게 되었지만, 경기를 진행하는 입장에 그곳은 언제나 전장이었다.

마법으로 인해서 완전히 죽지는 않으며, 상처 역시 다시 부활 하거나 경기가 끝나면 완전히 복원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이나 감각은 그대로 전해진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러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도중에 이탈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

그렇기 때문에 리그에서 봉사하고 있는 소위 챔피언 이라 하는 자들의 정신력은 항상 일반인을 훨씬 초월해 있다 볼 수 있다.

적어도 죽음에 한해서 만큼은..

 

…”

 

휴게실에서 소녀는 손수건으로 얼굴에 송글 송을 맺힘 땀을 닦아내었다.

 

룰루 사이퍼러스 인비저블 (Lulu Xypherous Invisible)

 

간단히 룰루라 불리고 있는 그 소녀는 인간이 아닌 요들이라 불리는 생명체였다.

겉보기엔 어리고 순진한 꼬마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녀의 정체는 수백 살이 넘은 요정 대마법사.

피가 튀고 죽음이 눈 앞에서 춤을 추는 이 전장에서도 그녀가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였다.

 

수고했어, 너랑 바루스 덕분에 수월하게 이길 수 있었어.”

 

아까 전 소녀를 구해주었던 마법사 소년이 음료수 한잔을 건네었다.

 

베이가 코로나크 얼티메이터 (Veigar Coronach ultimater)

 

 

베이가라 불리고 있는 그 역시 룰루와 마찬가지로 요들이라 불리는 생명체,

하지만 작고 어떻게 보면 귀여운 그의 외모에서는 룰루와는 차원이 다른 냉정함과 더불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무슨.. 그 직후에 네가 구하러 와주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 지 몰라.”

 

말을 마친 룰루가 베이가가 준 음료수를 쭉 들이켰다.

아직 전투의 피로가 가시지 않은.. 땀이 살짝 맺히고 붉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베이가는

말 없이 바라보았다.

 

챔피언이라는 자리.. 비록 지금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그가 겪었던..

생각하는 것 조차도 고통스러웠던 여러 일들을, 베이가는 옆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며 잊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출전해 보니까 어때?”

 

룰루의 말에 순간적으로 베이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워낙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룰루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베이가 역시 순식간에 그런 모습을 얼굴에서 지워버렸다.

 

.. 답답하지, 힘의 제약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마법을 마음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니까.”

 

챔피언 이라지만 베이가의 경기 출전 율은 매우 낮은 상황.

당연한 말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에 참여한 챔피언들은 경기 도중에는 엄청난 힘의 제약을 받게 된다.

흔히 말하는 밸런스의 유지를 위해서, 챔피언들이 사용 가능한 마법이나 기술의 종류, 그리고 위력 등을 제한하며 그 결과 실제 챔피언의 전투 능력과, 리그에서 선호되는 챔피언의 종류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조정작업 최대의 피해자중 하나가 바로 베이가였다.

방어능력이 전무한 암살자형 마법사 라는 너무나도 극단적인 챔피언으로 조정을 받았기에,

소환사들이 다루기 힘든 챔피언으로 분류 받았으며, 그 결과 리그 최저의 출전 율을 보유한 챔피언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 너무 걱정하지마, 언잰가 좋은 날이 오겠지.”

 

룰루가 다 마신 음료수 병을 휴지통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

 

말을 마친 베이가가 갑자기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작은 검은 구체 하나가 날아가더니 휴게실 한쪽 벽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 무슨 일이야?”

 

갑작스러운 베이가의 행동에 당황한 룰루가 물었다.

 

조심해..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

 

무슨 소리야.. 여긴 전쟁학회라고. 외부의 누군가가 침입한다는 건 불가능해.”

 

물론외부라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베이가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두르자 마치 소용돌이 같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부의 누군가 라면.. 충분히 가능해..”

 

베이가의 흩어진 마력 줄기들이 살아있는 생명체 같이 줄기줄기 뻗어나갔다.

그것은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피부로 느끼는 수중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흑마법의 일종으로.

평상시 베이가는 항상 자신 주변의 3m 정도 반경으로 항상 이 마법을 두르고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그 넓이를 30m까지 확장한 상태.

 

‘…벌써 물러난 건가?.. 이정도 범위 내에서도 감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순간..

 

!”

 

갑자기 베이가의 발 밑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마법진?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곳에..”

 

.. 이건.. 강제 텔레포트 마법진 이야! 우릴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꺄악!!”

 

휴게실 안은 순식간에 환한 빛으로 휩싸였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꺼진 후..

 

! 룰루, 여기 있냐?”

 

강철 주먹 끼고 있던 여성이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아무도 없네?.. 분명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잘못 들은 건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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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베이가 상담소의 초기 구성은 소설이었으나..

아시다시피 만화로 먼져 그리게 되었고..

결국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며 완결..(이라기보단 중단..)

이제 소설이니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자세하게 적어갈 수 있겠군요.


보시면 알겠지만. 만화와는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개그 에피소드는 상당히 빠질 예정..)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