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개발 중인 카셀입니다.
이번 9월은 개발 방향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실제 개발 진척도는 다소 느렸던 한 달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적 처치 보상 시스템은 7월부터 준비해왔던 사항이었지만,
여러 고민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슈들로 인해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고 검토 중에 있는데요.
이번 개발일지에서는 적 처치 보상과 관련해 그간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1차 적 처치 보상 시스템

초기 <래토피아>의 설계에서는 적 처치 보상에 대한 개념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전투나 침략 방어가 아닌, 도시 건설과 시민 관리였기 때문이었는데요.
도시 건설 게임에 전투 시스템을 접목해 추가적인 재미를 제공하고 싶어 적과 침략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전투를 강요하는 것은 평화롭게 도시를 경영하고 싶은 유저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피하고자 했었죠.
그래서 전투에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게임 콘텐츠의 대부분을 즐길 수 있는 것을 기조로 하고,
이에 따라 평화로움 난이도와 적의 침략을 쉽게 막을 수 있는 기능들을 지속해서 추가해왔습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적 처치 보상은 오랫동안 유보되어 왔습니다.
적 처치 보상이 도시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였고,
그로 인해 전투에 의존해 게임이 진행될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전투의 재미가 부족해서였는지, 적 처치 보상을 도입해 보자는 의견이 계속 발생하였고,
적이 사망할 때 피아(돈)을 떨어뜨리는 방식을 처음으로 시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친절하게도 99 피아씩 가져왔던 반가운 역병쥐들


그러나 이 방식은 게임의 경제 시스템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무역이나 조폐 없이도 국고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문제를 야기했고,
이는 게임의 경제적인 부분을 관리하지 않아도 게임이 진행되게 되었기 때문에 빠르게 폐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적이 피아 대신 다른 자원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시도해 보았죠.

초반에는 적이 뼈와 가죽을 떨어뜨리는 방식이 <래토피아>와 더 어울리는 듯 보였습니다.
자원을 판매하여 국고를 늘릴 수 있다는 결과점은 동일하였으나,
그나마 무역을 통해 자원을 판매하기 전까지는 경제를 관리해 줄 필요가 남아있었지요.
적이 떨어뜨리는 자원을 활용하는 2차 생산 시설들을 편하게 늘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적이 뼈와 가죽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들이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자원에 대한 생산 건조물들은 철거되게 되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적이 떨어뜨린 수많은 자원들을 시민들이 주우러 다니느라 전장이 혼란스러워지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저 자원들을 운반해야만 해..!

그렇게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고 나니 적 처치 보상 시스템은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쪽으로 회귀하였고,
앞으로 추가하지 않기로 결정 지어진 채로 마무리가 되는 듯하였습니다.



제2차 적 처치 보상 시스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얼리엑세스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는데요.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유저 피드백을 다시 정리하던 중 적 처치 보상에 대한 의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속해서 의견이 나오다 보니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심도 있게 고민해 보기로 하였고,
피드백에 이유까지 적혀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왜 보상을 원하는지를 유추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 도시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 도시 발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 전작 <래트로폴리스>와의 유사성을 위해서
- 성취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 디펜스 게임들과의 익숙한 경험을 위해서
- 적 서식지 파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 자연스러워서?

유추한 이유들을 바탕으로 어떠한 형태로 보상을 제공해야 할지 정리도 해 나아가기 시작했는데요.
1차 적 처치 보상 시스템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몇 가지 내용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적 처치 시 맵에 자원이 떨어지는 방식은 지양
- 시작 시 난이도에 따라 보상의 편차가 크지 않도록 설계
- <래트로폴리스> 및 디펜스 게임들과 유사한 보상 연출을 사용
- 적 서식지 파괴 시에는 추가 보상을 제공

위 기준에 맞춰서 고민하던 중 ‘뼈 이빨’이라는 포인트 기반 보상 시스템을 떠올려 보았는데요.
이는 적 처치 시마다 자동으로 획득되는 포인트로,
교역소에서 다른 자원이나 보너스로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는 맵에 자원이 떨어지지 않아 시민 AI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난이도에 따라 획득하는 포인트의 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요.




침략자의 이빨을 다 뽑아가는 이빨 농장


기본적으로 획득한 뼈 이빨은 교역소에서 다른 자원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가졌는데요.
하지만 이 시스템은 신선함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사용처를 좀 더 다양화하자는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뼈 이빨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고유한 콘텐츠들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이는 전투와 관련된 보상 콘텐츠가 게임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기존 뼈 이빨을 자원으로 교환하는 기능조차도 플레이어의 도시 성장 속도를 급격히 높이는데,
여기에 더해 추가 보상 장치를 제공하는 것은 전투에 관심이 없는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뼈 이빨 보상을 전투와 관련된 기능들로 제한하자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뼈 이빨을 통해서만 구매 가능한 고유한 음식과 생필품은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지게 하였고,
뼈 이빨을 소모해 효과를 제공하는 특수 건조물들도 범위 내 시민들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거나,
적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효과들로 구성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이정표 시스템에 뼈 이빨과 관련된 효과들도 고려되었죠.





특별한 보상을 제공해 보기 위한 노력

이 외에도 더 많은 뼈 이빨의 사용처가 제안되었으나 아쉽게도 모두 반려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 포인트 획득, 지도자의 경험치 상승, 도시 효율 증진 등의 효과들이 제시되었으나,
이러한 기능들은 전투에 더더욱 신경 쓰게 만드는 요소였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전투 보상을 통해 도시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보다, 전투 관련 기능들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일관된 방향이라고 생각했지요.

이렇듯 아무래도 적 처치 보상이 전투와 관련된 콘텐츠들로 제한되다 보니,
정작 유저분들이 원하실 것 같은 도시 발전의 가속화에 대한 보상이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요.
차라리 적 처치 보상 시스템을 무언가가 사망 시 보너스가 제공되는 시스템으로 틀어서 적용하면,
평화로움과 쉬움 난이도처럼 적이 거의 나오지 않는 환경에서도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게 제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작 <래트로폴리스>에서는 캐릭터가 사망할 때마다 ‘영혼’ 포인트를 획득하며,
이를 활용하기 위해 아군을 희생시키거나 적을 소환하는 등 다양한 운영을 진행할 수 있는데요.
<래토피아>에서도 꼭 적의 사망이 아니더라도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한다면,
적 처치를 통해 얻는 보상들을 도시 발전에 유용한 기능들과 새로운 콘텐츠들에도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렇게 뼈 이빨 시스템은 ‘영혼’이라는 이름과 추가 획득 수단이 생기는 형태로 변경되는 듯하였습니다.



제3차 적 처치 보상 시스템

이러한 아이디어는 주술사 테마와 연계되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영혼'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경제 중심의 <래토피아>와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고,
기존 뼈 이빨 시스템이 이미 개발이 진행된 상태에서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대한 부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적 처치에 대한 보상에 대한 시스템이 간소화되는 한이 있더라도,
주술사 테마와 분리되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타났는데요.
그러나 기존의 뼈 이빨의 다양한 사용처와 고유 보상들이 주술사 테마로 옮겨간 상황에서,
만약 뼈 이빨의 사용처가 다양하지 않다면, 포인트 시스템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직 완성도가 부족한 다른 컨텐츠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추후에 뼈 이빨의 사용처를 확장할 것을 대비하여 시스템을 남겨 놓는다는 것은 부담이 되었죠.

그래서 포인트 시스템을 제거하고 대신 전리품 상자 방식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었습니다.
전리품 상자 방식은 매 침략의 마지막 적을 처치할 경우 보상이 담긴 상자가 생성되는 방식으로,
<래트로폴리스>나 디펜스 게임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죠.
이는 뼈 이빨 시스템보다 직관적이고 간편한 해결책으로 보였으며,
적 서식지를 파괴할 때도 전리품 상자를 활용해 다른 보상을 제공할 수도 있었습니다.





전리품 상자를 통해 원하는 저장고로 자원을 보내면 어떨까?


기존 뼈 이빨 시스템은 보상을 받기 위해 뼈 이빨을 교환해 줄 건조물을 연구하고 건설한 뒤 방문해야 했으며,
뼈 이빨이라는 포인트를 다른 UI와 충돌하지 않게 표시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많이 번거로울 것 같았죠.
포인트 시스템과 교환처가 제거된다면 좀 더 직관적이고 고민거리가 줄어들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 전리품 상자 시스템에도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종종 적이 갇혀서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전리품 상자가 엉뚱한 곳에 생성될 위험이 있었으며,
매번 전리품 상자가 생성된 위치로 직접 가서 수집해야 하는 과정 또한 불편할 수 있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도시도 커지고 침략 방어도 자동화시켜놓는 경우가 많아, 상자 수집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었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화 시 생성된 전리품 상자의 내용을 자동으로 수집해 보관해 주는 전리품 보관대 건조물 역시 고안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후반부에는 상자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전리품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지요.

그렇게 뼈이빨 시스템이 전리품 상자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전리품 상자는 제1차 보상 시스템에서 답습했던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팀 내 의견과,
여전히 뼈이빨 시스템이 지닌 여러 장점들 때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모든 내용을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으나, 뼈이빨과 전리품 상자 시스템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뼈 이빨 시스템

장점:
- 적 처치 시 별도의 행위 없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음.
- 난이도에 따른 보상 수량 조율의 편리함.
- 자원을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자원만 선택하여 소비할 수 있음.
단점:
- 뼈 이빨 포인트 획득과 보관량을 관리하기 위해 HUD 및 통계 UI 추가가 필요
- 교역소 건설 전에는 뼈 이빨을 사용할 수 없어 초반 활용도가 제한적
- 보상의 존재 여부를 유저에게 처음 인지시키기 상대적으로 까다로움.


전리품 상자 시스템

장점:
- 적 침략을 방어하거나 서식지를 파괴했을 때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
- 침략하는 적 구성에 따라 보상의 종류를 조정할 수 있으며, 전리품 보관대를 통해 자동화 가능
단점:
- 자원 필요 여하에 상관없이, 단계별로 전리품 상자가 제공하는 자원만 획득 가능.
- 전리품 보관대 건설 전에는 상자를 직접 수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
- 전리품 보관대 건설 전까지는 모아두고 사용하는 행동이 불가능.


적 처치 보상의 경우 콘텐츠 비중에 비해 기획하는 데 있어서 정말 고민이 많았던 시스템인데요.
게임 취향에 따라 각 방식의 장단점이 다르게 작용할 수 있었기에,
보상의 정도부터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들이 나타났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기에는 추후 콘텐츠 개발에도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어서 결정을 짓고,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주술과 종교 시스템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