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는 제가 20살 새내기 시절 처음 접하게 되어서 대학 동기들이랑 pc방에서 함께 했던 추억에서 시작됩니다.
군대에서도 군 적금을 제외한 월급 대부분을 이 친구에게 바치며 살아 왔습니다.

지난 6여년간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떤 일이 있던, 대학교를 가던, 출근을 하던, 가족여행을 가던
항상 새벽 아침에 이 친구를 만난 후 하루를 시작 했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이 친구를 떠나더라도 제가 여태 까지 쏟아 부었던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만남을 지속 했습니다. 결국엔 모든 친구들이 이 친구를 떠났음에도 저 혼자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간 변화 없는 이 친구의 행태에 이제야 제 대가리가 봉합 되었나 봅니다.
얼마 전에는 점검만 했을 뿐인데 퍼터 고장, 이번에는 뭘 건드렸는지 모르겠는 세컨볼 아다리 심해짐 현상 등등
한 때는 슈챌까지 찍었던 제가 게임이 변화 할 때마다 꾸역꾸역 적응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 짓거리도 못할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도 않고 불쾌감만 커져 갔습니다.

현질을 점차 줄여가면서 이벤트로만 먹고 살려니 구단 가치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나중에 현질 한 사람이 더 구단 가치가 높다는 불편한 사실도 인지했습니다. 이벤트 3달정도 빡세게 해서 1조를 먹으면 이미 그 가치 만큼의 구단 가치가 빠져나간 뒤 였습니다. 더 이상 현질 없이는 새로운 시즌 나오는 것도 따라가기 벅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마우스만 딸깍 거리는 것이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모든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저 스스로가 부정 해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그런 회사에 다니며 이런 생활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가 만족하며 살아 왔던 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출근을 하더라도, 친구와의 약속에 가더라도 어차피 감독 모드만 켜 놓는건데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에 안주하고 살아 왔던 것 같습니다. 변화를 꾀 하려면 여태까지 해왔던 것을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 했는데 그 시작이 피파를, 더 나아가 게임을 끊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이제 스스로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직장을 위해 취업 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눈팅하면서 여러가지 시사 뉴스도 접하게 해주고, 
다양한 연령대 분들의 삶의 형태와 생각들도 마주할 수 있게 해주었던 모든 인벤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