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19살 고삐리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
중3 졸업식 4일 전에 엄마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삶의 불씨가 점점 꺼진 것 같아.
고1 여름방학 끝나고 한 달 뒤에 아빠도 돌아가셨다.
그냥 그때부터 마음이 꺾인 것 같다.
뭘 해도 다 안될 것 같고, 뭘 해보고 싶지도 않아.
우리 아빠는 내가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는 아들이 되길 바랬지,
내가 홀로 남길 바란 건 아니었을텐데.
술이나 한 잔 기울이며 요즘 일은 어떤지, 살 만 한지, 고민은 없는지..
그런 아들을 바라셨을텐데... 분명 그랬을텐데..
내가 군대 전역하는 모습 만큼은 보고 싶어 하셨는데,
우리 엄마는 내가 결혼하고 애 낳는 모습을 원하셨는데,
어쩌다 이런 병신이 태어나서 그리 고생만 하다 갔는지.
공부는 뒤지게 못해, 잘생기지도 않았고, 능력도 없어.
능력도 없고, 공부도 못하니 친척분들도 날 데려가길 꺼려하셨어.
아빠 장례 치르고 다 모여서 얘기 나눴는데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더라.
그 모습에 화가 난 고모랑 고모부가 내 후견인이 되어주셨어.
처음엔 정말 고마웠지.
나같은 새끼 데려다 키워주시는데 어떻게 감사를 해야할지..
그러다 설날에 할머니댁에 가기로 해서 오전 6시까지 고모댁으로 오라고 하셨어.
(난 고모 집 근처에 원룸방에서 자취하고 있어.)
속이 너무 안 좋아서 5분 가량 늦었는데 고모부가 화를 엄청 내시더라.
왜 이렇게 늦냐고, 너 때문에 하루종일 고속도로에 처박혀있으면 어쩔거냐고.
어떻게 책임질거냐면서 때리셨어.
뺨, 복부 등등 때리긴 했는데 때려눕히진 않으셨고 뭐...
난 내가 잘못한 거 알고 있으니까 연신 죄송합니다만 했지...
차 타면서 옆에 고모부 따님도 계셨는데 (나보다 누나임)
핸드폰만 하시면서 내 눈 피하시더라
적당히 몰래 카톡하면서 괜찮냐고 해줄 줄 알았어.
차 안에서도 고모부께서는 내 욕만 엄청 하시고, 고모께서는 맞장구 치시면서 내 잘못이라고 하시더라.
난 오히려 늦을까봐 카페인 섭취하면서 밤 샜는데.
꾸벅꾸벅 졸으니 소리 지르시면서 쳐 졸지 말라고 쌍욕하셨어.
그러고 고속도로 막히지도 않고 뻥뻥 뚫리니까 암말 안 하고 그냥 가시더라.
휴게소에서 잠깐 멈추고 뭐 먹고 싶은거 없냐고 하시면서 사준다는거야.
난 그냥 괜찮다고, 화장실만 잠깐 다녀오겠다고 했지.
고모부도 같이 가자고 하시면서 나한테 팔짱끼더라.
그 순간이 얼마나 역겨웠는지.
차에 다시 타고 한 10분 정도 지났을 때 나한테 안 졸리냐고 말씀하시는거야
나는 "괜찮습니다. 안 졸려요. 배려 감사합니다." 이러면서 안 자려고 노력했어.
그냥 자라고 하심. 그렇게 진짜 잤음.
할머니 댁 도착하고 친척분들끼리 얘기 나누다가 고모가 아까 새벽에 나 처 맞은거 무슨 무용담 마냥 말 하시더라?
"아까 새벽에 출발하기 전에 ㅇㅇ이가 5분 늦었어.
그래서 우리 남편이 화가 막 이따만큼 나가지고는 얘 올 때 까지 밖에서 기다렸어ㅋㅋ
근데 애 오자마자 뺨을 한 대 딱! 치더라.
근데 별로 아프게 안 쳤어."
이러는거 보고 정 탈탈 털림.
다른데 쳐맞은건 쏙 빼고 뺨 한 대 때린 얘기만 함.
그러더니 갑자기 나랑 눈 마주치면서
"ㅇㅇ아... 오늘일은 잊어...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잖아?"
난 눈웃음 지으면서
"네 고모. 제 잘못이니 어쩌겠어요. 제가 감당해야죠."
이 ㅈㄹ 떨었음.
고모는 또 좋다고 하하 웃으며 자기 잘못은 아는 애라고 신나게 떠듬.
빨리 탈출하고 싶었음.
이따 친구랑 약속있으니 본가로 내려가 본가도 청소하고 친구와 놀겠다 말함.
몇시간동안 그 ㅈ같은 곳에서 친척들 깔깔 대는거 받아주며 버팀.
고모부는 또 술 취해서 택시 타기 직전까지 나한테 하하 웃으며 잘 가라고 하더라.
택시타고 고속도로로 가서 원주행 표 끊고 바로 본가로 감.
본가 도착해서 집 청소 하고 친구 만남.
(너무 길어서 중략)
바로 다음 주 고모부 일터 같이 가야해서 7시까지 오라고 통보받음.
또 늦음.
처맞을까봐 쫄려서 걍 일터 안 갔음.
간다고 해놓고 안 갔음.
집에서 버티다가, 집에 고모오면 ㅈㄴ 혼날 것 같아서 폰이랑 지갑만 챙기고 집 나옴.
하루종일 전화 씹고 집에 안 감.
오후 11시 쯤 고모부가 집에 있는 내 집에 컴퓨터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함.
안읽씹함.
고모부는 내가 컴퓨터 얘기 꺼내면 후다닥 달려올 줄 알고 어그로 끈거임.
혹시 몰라서 집 근처 가보니까 우리 집 앞에서 고모랑 같이 대기중이더라.
친구들이랑 전화 하면서 시간 보냈음.
새벽 1시 쯤에 다시 집 근처 왔을 때 고모랑 고모부 안 보여서 집에 겁나 조심스레 들어가봄.
역시 컴퓨터는 없더라.
난 미성년자라 어디 24시간 있을 곳이 없어서 스터디 카페를 생각함.
스터디카페는 미성년자가 24시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후딱 짐 챙기고 씻고 새벽 5시 알람 맞추고 잤음.
근데 못 일어남.
7시에 고모가 우리집 비번치고 들어오고 나한테 빽빽 소리지르면서 어제 뭔 지랄 했냐고 함.
암튼 1층 내려가서 고모부한테 개처맞음. 사람들 다 지나다니는데 소리지르면서
"네 눈깔을 다 후벼 파버리고 싶다.
ㅈ같이 쳐다보지 마라 씨발년아."
저러면서 내 얼굴 부여잡고 엄지 손가락으로 눈 후빔.
난 그래도 고모부가 나보다 연장자라서 신체 접촉 안 함.
"고모부 우리 사람답게 대화합시다. 짐승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애새끼 무조건 패면 달라집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이성적으로 해요.. 인간적으로... 건드리지 말고..."
ㅈㄴ 참았음.
내 배 때리고, 뺨 ㅈㄴ 후리고, 발차고...
다 참았음.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더라.
ㅈㄴ 미안했음.
괜히 나 때문에 이른 아침에 뭣같은 광경을 본다는게.
고모부가 빨리 차에 타라고 일 하자고 해서
ㅈ같이 꼬라보면서 "싫어요. 제가 왜요?" 이랬음.
생각해보니 고모부 차가 대형트럭이라 다른 차들이 지나가기에 불편이 있어보였음.
빨리 내가 타고 가야 사람들이 편하게 이 골목을 지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바로 차에 탐.
고모부한테 욕 ㅈㄴ 처먹고
니가 그러니 애미 애비가 니두고 떠나지 병신아 이러는데도 참았음.
ㅈㄴ 한심한 새끼라고 개지랄 할 때도 참음.
다 맞는 말이라서.
암튼 그런 식으로 욕 ㅈㄴ 하고 난 잠 못 자서 꾸벅꾸벅 조니까 화 ㅈㄴ 냄.
"야. 넌 씨발 이 상황에 졸리냐? 어? 잠이 와? 개 씨발 병신 장애년이냐? 한심한 새끼.
너 시발 걍 여기서 내려줄테니까 니 알아서 혼자 처 걸어가든지 차에 치여 뒤지든지 해라 병신또라이년아."
이러면서 고속도로에서 ㅈㄹ함.
마포구청역에서 내려줌.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는 그래도 인간적인 놈이니까 지하철역에 내려줄게. 니 혼자 처 가 병신아."
이랬음.
난 알겠다고 함.
내리려 하는데 문 닫기도 전에 출발해버림.
욕 ㅈㄴ 하면서 침도 뱉음.
뭐 어쩌겠어.
내리고 보니까 지갑이 없음.
에어팟, 휴대폰 뿐임.
하늘에서 내려오는 저게 비인지 눈인지도 모를 아련한 날씨
추운건 싫으니 일단 마포구청역 안에 들어왔어.
'아무나 붙잡아서 계좌이체 할테니 돈 좀 주실 수 있으세요?'
'목적지가 어디세요? 같이 가실래요?'
내가 하기엔 너무 어려운 말이야.
아침 8시.
이쪽, 저쪽 사람들 모두 출근 하고 있는 모습뿐이야.
괜히 바쁜 사람 붙잡고 싶지 않아서 친구들 기다렸어.
겨울방학이기도 해서 모두들 아직 자고 있을 거란말야.
점심 쯤 되고 친구한테 전화했어.
"지금 나 마포구청역인데, 지갑도 없고 돈이 없어서 그런데 데리러 와줄 수 있어?"
"미안. 나 바빠서..."
"미안 내가 요즘 시간이 안된다."
등등 다들 바쁘다네...
그렇겠지 그리 막 친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데리러 가?
그것도 굳이 마포까지?
그나마 친한 친구한테 다시 연락이 왔어.
"왜 전화했어?'
"아. 나 지금 마포구청역이거든?"
"응."
"근데 지갑도 없고, 돈이 없어. 진짜 미안한데, 나 좀 데리러 와줄 수 있어?"
"아우...어디, 마포?"
"응.."
"여기서 얼마나 걸리냐."
"모르겠다... 노선 좀 볼게. 잠깐만...
...음 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너 혹시 오늘 좀 바빠?"
"ㄴㄴ 별 일 없어. 나 가는 길 잘 모르니까 너가 길찾기 찍어서 보내."
"응 알겠어. 고마워."
이러고 두시간 기다림.
친구 만나서 집 근처 역 도착하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먹고 헤어짐.
햄버거 값이랑 지하철 요금도 다 보내줬음.
짤짤이도 조금 더 보냄.
그러고 고모랑 고모부 연락 다 씹고,
삼촌이랑만 연락중임.
최근엔 또 할머니 돌아가셨는데 얼굴 한 번 못 비춘게 아쉽더라.
ㅈ같은 고모, 고모부 때문에 장례식도 못 갔어.
장례식 가면 또 ㅈㄹ할까봐.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셨다는 걸 내 눈으로 보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아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어.
담임쌤도 내 얘기 듣고 이해 많이 해주셨는데,
나 ㅈㄴ 한심한 새끼인거 깨닫고 거의 포기상태야.
어차피 곧 졸업이니 대충 상담 조금하고 그렇지 뭐.
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남편으로서, 친구로서, 남친으로서 ㅈ같은 새끼여도 아들로서 ㅈ같은 새끼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엄마아빠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이대로 자살하면 형, 누나한테 너무 미안해.
이모한테도 미안하고.
난 그냥 엄마한테 반찬 투정도 좀 하고, 같이 마트 가서 장도 보고, 아빠랑 같이 낚시하고, 셋이서 제주도 여행가고, 졸업식에 같이 사진 찍고,
군대 입대 할 때 껴안으며 눈물도 펑펑 쏟고, 휴가 나와서 아빠랑 같이 삼겹살 구워먹으면서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고,
엄마랑 같이 외가 사람들이랑 와인, 샴페인, 보드카, 막걸리 마시면서 담소도 나누고, 같이 해외여행 가서 즐거운 추억 만들고 싶었는데.
그냥 남들처럼 소소하면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그런 삶이 되었으면 했는데.
어째서 나는 이리도 금방 끝나버린걸까.
왜 내 주변인들은 행복해질 수 없을까.
왜 하필 나라는 새끼랑 친해지고, 엮여서 이리도 슬퍼지는걸까.
왜 나는 그렇게 안일했을까.
하루에도 수백, 수천번을 아니. 수십만번을 생각해도 결론은 나였기 때문이야.
내가 아니었다면, 엄마가 낙태를 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나를 낙태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욕심이 많기 때문일까?
내가 아들이기 때문일까?
내가 태어났기 때문일까.
뭐가 어찌 되었건 하필이면 나라서 그런 걸 꺼야.
이렇게 한심하고 힘들어도 할 수 있는게 없어.
자살하기엔 너무 이룬게 없어서,
그렇다고 살아가기엔 배짱이 안 돼서,
하루하루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중이야.
나와 내가 매분, 매초 싸우는 중이야.
난 그저 과거에 머물며 늘 엄마를 그리워하고, 아빠를 그리워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나아가도 저 너머엔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을까봐,
저 너머엔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항상 과거를 후회하며 과거를 그리워해.
나에게 과거란 무엇일까?
나에게 미래란 무엇일까?
그 순간에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었던 걸까?
난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걸까?
내가 나를 행복하길 바란다면,
내가 나를 불행하길 바란다면..
난 무엇에 따라야 하지?
어느 곳에 있어야 나의 안식처가 될까?
그저 매일매일 가시밭길을 걸으며, 자기비하와 타인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바람인가?
그저 매일매일 퇴근하고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자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의 고통인가?
알다가도 모르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뭘 피하는지.
나는 내 주제를 알고 있는걸까,
아니면 그저 절망에 빠진 멍청이일까.
적어도 우리 엄마아빠는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있기를 바라진 않으셨을걸?
좋은 아내 만나, 좋은 직장 가지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멋진 아빠 되어, 멋진 친구가 되고, 멋진 사람이 되는 것.
분명 바라는 게 있었을 텐데.
참...

요약:
19살 고3 임.
중3, 고1 때 부모님 돌아가심.
친척들이 싫어함.
의지박약, 의기소침하고 자신이 없음.
너무서러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더 쓰고 싶은데 너무 길어지면 그냥 소설이니 더 안 쓸게.
긴 시간 내서 내 글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
다들 좋은 하루! 좋은 사람 되길 바라!
응원해.
짱짱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