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경기장, 포메이션, 전술, 선수, 축구화, 볼 등 축구 관련 모든 것에 흥미가 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을 정도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지금은 그저그런 직장인이다.

그런 내게 있어 축구게임은 아주 즐거운 것이었다
옛날 오락실 세이부 축구부터 축구게임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테크모축구, 버추어스트라이커 시리즈를 즐기다가
부잣집 친구네 집에서 처음 접한 세가새턴 J리그 실황 사커는 컬쳐쇼크에 가까웠다.
벨마레 히라쓰카로 리그 우승을 하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읽지도 못하는 일본어를 대충 외워서 했었던 기억...
이후에도 위닝 일레븐 시리즈 등 축구게임은 언제나 내 취미였다.

이후 PC가 어지간한 가정집에 보편적으로 보급되고,
게임방이라는 이름의 PC방에서 당시 시간당 2,500원씩 내며 피파시리즈를 즐기기 시작했다.
월드컵 모드로 대한민국을 준우승에 올리고 최용수를 득점왕으로 만들었던 기억...
이후 먹고 살기 바빠 물류회사에서 지게차 몰면서 밥벌이 하던차에 피파온라인이 출시되었고 그때도 컬쳐쇼크를 느꼈다.
그동안 CPU를 상대로만 하거나 친구랑만 하던 게임을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과 즐길 수 있다니 거의 매일 접속했었다.

당시에는 피망에서 서비스를 했었고 페이스온을 유료로 파는 등 행위를 보며 돈이 뭐라고 이런 기본적인 것을 돈 받고 파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2탄이 나오고 전설의 선수들이 나오고... 현질 꽤 했다.
스타탕 뿐 아니라 교체, 후보들도 전설로 맞추고...
덕분에 선수빨로 상위 200등 안에 들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3탄이 출시되었는데 서비스 회사가 넥슨으로 바뀐다며 2가 서비스 종료하기도 전에 런칭해서 두 시리즈를 잠시나마 동시에 즐기며 2탄의 섭종을 아쉬워 했다.
당시 피망에 쏟아부은 현질이 얼만데라며 보상이전 안되냐는 철없는 희망을 갖기도 했다.

넥슨은 피망의 현질유도가 정상으로 보일 정도로 듣도보도 못한 현질유도를 해왔다.
거기에 속아 매월 20, 30만원씩 현질을 했고 내 스쿼드는 누가봐도 삐까뻔쩍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부족한 내 실력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실력을 가리고자 선수빨에 기대어 이것저것 해봤지만 진빼이들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롤백 사건이 터진다.
당시 트레이드 시스템으로 높은 오버롤의 선수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게 혜자수준을 넘어선 이득이 생기다보니 너도나도 트레이드를 하며 인증글을 올리고 그랬다.
그러나 넥슨은 이를 좌시하지 않고 롤백선언을 하며 서버 전체를 특정 날짜로 강제회귀한다.
당시 나는 맨유 레전드 올스타 컨셉으로 이적 시장에서 데니스 로를 겨우 원하는 가격에 샀는데 하루 아침에 빼앗긴 꼴이 되었다.

그때 완전히 깨달았다.
이 게임사는 자신들의 실책을 유저들에게 돌린다는 것을.
게임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담배만큼 끊기 힘들었다.
결국 김유신의 말마냥 나도 모르게 게임을 접속하는 나 자신을 보며 왜 이렇게 중독이 되어버린 것인가 자책하기도 했다.

허나 한 가지 달라진 것은
더 이상 이 게임에 돈을 쓰지 않게 된 것이다.
난 이 게임에 지난 몇 년간 단 1원도 쓰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현질하는 사람들 덕분에 이 게임이 운영되는 것이니 무과금 유저들은 과금 유저들에게 감사하라고 한다.
매우 어리석은 말이며 정신나간 소리다.

넥슨은 지난 번에도 기획의도와 다르다며 선수들을 롤백과 다름없이 강제 회수해버렸다. 당시에도 와글와글 거렸지만 시간이 지나 개돼지가 되어버렸다.
이번 회수도 이렇게 흐지부지 또 한 번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개돼지기 때문이다.

내가 배움이 부족해서 두서없이 썼는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현질하지 말라고.
얘네한테 그만 개돼지짓하지 말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