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도 비슷한 것 같다.
큰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공용 세탁실, 샤워실, 카페테리아가 있고 문, 문, 문이 나란히 있다.
이웃들이 옆에 쭉 붙어 있다. 나는 나만의 작은 방에 나무 침대, 나무 책상을 두고 살았다.
TV나 플레이스테이션도 없었고, 그냥 노트북만 있었다.
아침에는 비야레알에서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수업에 가고, 밤이 되면….

밤은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당연히 그곳은 대학이니까..
금요일 밤이면 모두 클럽에 가려고 했다.
근데 먼저, 미국식으로 말하면 ‘프리’를 했다.
작은 방에 모여서 음악을 틀고 맥주를 마시면서 한 방에 20명이 모여 있는 거다.
침대, 바닥, 어디든 앉아있고, 나도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다들 내가 축구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탄산수 들고 같이 있다가 시간이 되면 그냥 사라졌다.

결국 누군가가 ’로드리고, 너 왜 항상 우리랑 같이 안 가? 좀 와라, 이 친구야.’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사실 나 축구 선수야. 아침에 훈련이 있어.’

그러니까, ‘지루해~~~ 이 친구야, 노잼~~.’

완전 놀렸었다. ㅎㅎ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2군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차도 없었다.
학생 기숙사는 비야레알 훈련장까지 차로 15분 거리였는데, 매일 택시를 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트램역까지 가서, 트램에 자전거를 싣고, 남은 거리는 자전거로 갔다.
결국 면허를 따고 아버지한테 말했다.

‘3,000유로가 있으니까 차 좀 찾아주세요.’

다음 날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좋은 차 하나 찾았어. 어떤 할머니가 파는 차인데, 4,000유로를 원하지만 컴퓨터가 달려 있어.’

나는 ’와우, 컴퓨터? 거래 성사!’라고 생각했다.

차를 가져오셨는데, 오펠 코르사였다. 차에 타보니까 ‘컴퓨터’ 화면이 8센티미터쯤 됐다.
화면을 탭하면 라디오가 켜지는 기능뿐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엄청 감탄했다.
매일 훈련 갈 때 그 차를 몰고 다녔는데, 완전 자랑스러웠다.
팀 동료들이 나를 놀렸지만, 신경 안 썼다. 난 그 차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다음 해에 라리가 첫 경기를 뛰었고, 내 학교 친구들은 좀 충격받았던 것 같다.
그들이 TV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복도 끝에서 사는 그 친구가 화면에 나온 거다.
자기들 회계학 수업에서 봤던 그 친구가 경기장에서 No. 6을 달고 뛰고 있었던거다..

그들은 그게 진짜 나라는 걸 믿지 못했다.

“잠깐, 진짜 걔 맞아?”

“구글 검색해봐, 어서 구글링 해봐.”

“아니야, 그 로드리고가 아닐 거야. 로드리고라는 이름은 많잖아. 걔 아닐 거야.”

축구 유니폼을 입고 TV에 나오면 좀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아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거다.

그래서 몇몇은 확신했다.

"아니야, 걔 절대 아니야.”

그러다 점점 경기에 더 많이 출전하게 되면서 그게 정말 나라는 걸 알게 됐을 때,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야, 도대체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어젯밤에 바르셀로나랑 경기했잖아!”

그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학에 돌아가면 내 뇌가 자동으로 다른 세계로 전환되는 것 같았다.
학교는 축구의 압박감을 잊게 해줬다.
또 하나 멋진 점은, 그 기숙사에서 내 여자 친구를 만났다는 거다.
그녀는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내 축구에 대한 스트레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하... 셀타 비고와 비긴 경기에 대해서는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내 발을 땅에 붙여놨다.

“진정해, 응? 진정해.. 그거 그냥 축구야.”

그리고 내 선생님들 눈에는 내가 그냥 “또 하나의 학생”이었다.
스페인에서는 대학은 그냥 대학이다. 당신은 공부하러 거기에 가는 거다.
그래서 작은 방에서 내 노트북과 함께 있을 때, 난 완전히 몰두해서 다른 모든 걸 잊곤 했다.

어느 날,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놨었다.
이후, 잠시 쉬면서 확인해보니, 문자 메시지가 20개, 왓츠앱 메시지가 50개, 부재중 전화가 10통이나 와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오 마이 갓.. 누가 죽었나? 무슨 일이야?

팀 동료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왔다.

“로드리, 너 어디야?”

“어디라니? 나 여기 있어. 대학이지.”

“감독님이 널 찾고 있어. 모두가 널 찾고 있어.”

“무슨 소리야?”

“발렌시아랑 경기해. 우리 다 버스에 있어.”

나는 그들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에이, 그 경기 내일이잖아……”

오 마이 갓.... 아니...
어느날 학교에 등교했는데 그날이 시험치는 날이란 걸 잊고 있던 상황이랄까?
그게 나한테 실제로 일어난 거다.
근데 학교가 아니라, 라 리가였다.

“알겠어, 일단 버스 그냥 출발해. 호텔에서 만나.”

그날 정말 빠르게 옷을 입고 차로 달려가서, 내 오펠을 타고 제임스 본드처럼 거리를 질주했다. 호텔이 발렌시아에서 한 시간 거리였는데,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팀 회의가 시작됐고,
난는 마치 “숙제 하는 거 까먹었다..”라는 표정을 하고 들어갔다.

하하하.. 축구에서도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그날 나는 혼쭐이 났지만, 그럴만 했다.
그건 나에게 큰 교훈이었다.
나의 두 세계를 더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여정에서 모든 단계마다, 나는 실패를 통해 배웠고, 새로운 것을 추가했다.
또 하나의 퍼즐 조각..
비야레알에서, 나는 단순한 축구 선수가 아니라 프로가 되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