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거북
2025-01-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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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나는 GM 이다나는 GM 이다[1]
회사를 옮긴지 3개월하고도 절반이 지난 지금... 이전 회사에서도, 지금도 하는 일은 일명 운영자(영자)라 불리는 게임마스터(GM)... 소시적부터 밥보다 게임을 좋아했기에 아케이드 게임(오락실)든 PC패키지 게임이든 게임은 내 인생중 적지 않은 시간을 차지한 생활의 일부였다. 운이 좋게도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는 '게임공학(제작)'이라는 과가 신설되어 입학했고, 졸업 후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정하는 경우는 열에 한명 꼴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지만, 관심이 많고 아직 개척을 하고 있는 분야이기에 졸업 후 게임기획을 하고 싶었다. 기획이라는 분야는 프로젝트당 1,2명이 고작이기에 경력이나 연줄 없이는 입사가 어려운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게임회사와 유저의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가장 접근하기 쉬운 GM을 선택했고, 비록 계약직이지만 메이저 회사에 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았다. 내가 처음 GM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것은 MUD 게임(그래픽 없이 채팅으로만 즐기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였는데 당시에는 우리가 게임을 하는 도중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이벤트도 열고 많은 유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유는, 당시 게임들은 지금처럼 세분화 되지 않아 몇명만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었고 GM이라 함은 보통 개발자를 지칭해서 실제 잘 구현되고 있는지 유저들과 직접 대화도 해보고 개발자만의 툴을 이용하여 아이템 생성이나 에디트, 텔레포트 등 게임 내 여러가지 기능을 테스트하고 유저와 같이 즐기는 역할이자 게임의 코드 하나까지 모두 알고 변경시킬 수 있는 말 그대로 '게임 마스터'였다. 나는 GM 이다[2] 나 역시 그런 GM이 되고자 한 적이 있었고, 학생 신분을 벗어나 처음 게임 관련 회사에 '대항해시대 온라인'GM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을 때 비록 온라인 게임은 리니지2에 심취해있었기에 대항해시대 레벨은 낮았지만, 나름의 긍지를 가지고 쉬는 날에는 PC방에서 16시간동안 대항해시대 열랩을 한적도 있었다. 당시 대항해시대는 오픈베타 시절이었고, '진정'시스템이 있었다. 100% 실시간 상담을 통해서 유저들의 상담에 응하고 질문에 답변을 주어야 했기에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일을하기 곤란한 상태. CJ인터넷에 '운영팀'이라는 것이 대항해시대가 처음이라 틀이 잡히지 않아, 검색이 힘든 기획문서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고 답변을 주었지만, 어려운 질문을 하는 유저는 다행히 많지 않았고 같이 일하던 분들도 '그래도 우리게임 애들은 착한 편이에요'라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실제로 간단한 질문들을 하면 답변을 주고, 알아도 답변을 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했었지만, 그래도 문제를 해결해주면 고마워하는 모습에 보람까지 느낀 적이 있었다. BUT...8개의 서버와 동시접속자 3만명이 넘는 유저에 비해 GM은 꼴랑 14명... 주 야간을 교대해야하기에, 실제로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7명이 고작이었다. 게임 자체가 치고받고 싸우는 MMORPG가 아닌 항해시뮬레이션이기에 게임이 손에 익숙해지기까지 어려운 부분이 많아 진정 요청을 많이 했었다. 나는 GM 이다[3] 60명 이상이 진정문의를 하면 60개까지만 접수가 되었는데, 갑작스러운 서버다운이나 문제 하나 터지면 시장통이 따로 없다. 1주일 동안의 로그를 검색하는데 5분 내외가 걸리는데다, 나름 빨리 답변을 준답시고 떠들어대도, 진정 문의 후 30분이면 빠르고, 1시간은 보통 늦으면 2시간도 걸리게 된다... GM이 하는 일은 진정으로 인해 발생한 일만이 아니다. [상담 및 1:1문의를 통한 질의 문답] [공지사항 작성 및 안내] [욕설, 사기, 복구, 불법프로그램 신고] 외에도, 1. 업데이트가 발생하기 전에 패치 클라이언트의 테스트로 오류 유무 확인 2. 이벤트 기획 및 진행 문서화. 3. 여러가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FAQ 수립 4. 홈페이지 게시판 및 커뮤니티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한 전반적인 게임 흐름 통계 5. 타사 온라인 게임의 동향 파악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하며, 그만큼 많은 일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유료화 선언 이후 동시접속자 수는 줄어들었다. 그 말은 게임회사는 게임으로 인해 얻는 수익이 있어야 유지가 되지만, 수익이 적으면, 게임에 대한 투자도 낮아지고, 사람을 뽑으려면 유지비가 들기에 보통은 어느정도 선에서 유지하거나 게임을 중단하기 마련이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그런 입장이 뻔히 보이기에 비전이 보이지 않아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무리했던 진정 시스템은 8개월만에 야간업무와 함께 사라졌다. 1:1문의만 남았을 뿐... 내가 1년을 채우고 그만두었을 때 그만둔 사람들 중에서는 대항해시대 팀 내에서 가장 오래 버틴 셈이지만 남은 GM은 총 6명... 최근까지 남아있는 팀 사람들과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내 자리를 매꾼 사람 외에는 변한 것 없이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2007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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