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먹고살기 위해 병사가 되었다
전쟁이 일상인 이곳 올루키타에선
나같은 고아가 살아남으려면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외부인이 되거나
아니면 저들에게 밟히면서도
잡초처럼 계속 일어서는 선택지 중에 골라야만 한다
그러니 난 운이 좋은 편이겠지

아침 댓바람부터 연병장에 모이란다
뭔 거진지 왕자인지가 온통 들쑤시고 다니는 통에
윗분들께서 화가 단단히 나신 모양이다
뭐 우리 입장에서야
그놈 잡으면 승진 & 포상이 1+1이라 알빠노긴 하다

정찰대가 몇일째 소식이 끊겼다
여긴 서쪽이랑 달리 거친 곳이라 저건 죽음을 뜻한다
중요한 건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느냐겠지
몬스터면 그저 개죽음일테니까 말이다

고참이 고대병기가 깨어나서 어쩌구하는데
난 못알아먹겠다
요즘 시대에 무슨 인간 형상을 한
바위덩어리가 움직이겠냐고 비웃어 줄래다가
상관이라 입밖으론 말하지 못하고
그저 명령이나 잘 내려주길 바랄 뿐이지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허투루 승진하지 않았을듯

내일 해뜨면 전투다
첫 전투는 아니지만
매번 느끼는 바는
살아서 본대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병장기도 모두 점검하고 저녁도 든든하게 먹었다
오늘 밤은 설렌다기보단
옆의 전우들과 그저 무사했으면 좋겠다
살아남아야 가족도 꾸리고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