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가 엄청 반가움.

게임 내부에서 일어나는 '장난' 정도로 취급돼서 한두 달 떡밥으로 자리 잡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말고, '범죄' 그 자체로 다뤄졌으면 좋겠음.

개돼지 유저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다 까먹을 테니, 그때 가서 다시 조지러 다니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펄어비스가 '약관'의 차원에서, 또 '구조'적 차원에서, 열심히 틀어막아 주길 바람

1. 검은사막을 플레이하는 이유
꾸준히 지속해서 플레이해 온 건 아니지만, 게임을 시작한 날만 따지면 2014년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을 플레이해 왔음. 그래도 현생이 바빠 하루에 해 봐야 한 시간 정도 하거나 평일에는 못하고 주말에 마음 내키면 서너 시간 정도 하는 것 같음.

이 게임은 시간 빌게이츠가 이기는 게임임. 그래서 콩고기들이 설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하지만, 난 오히려 시간을 이용한 누적적 성장을 제대로 구현한 게임은 검은사막이 유일하며 그렇기에 내가 아직 검은사막을 플레이하고 있다고 생각함.

난 이 게임을 스타크래프트 하듯이 함. 일꾼을 고용해서 일을 시키는 등 자동화하는 게 재밌음.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적이 있는 건 또 아님. 일꾼을 고용해서 특정 노드에 생산품을 확인하고 일꾼을 보내놓을 수 있도록 창고를 구매하고 노드를 연결하는 행위에서 재미를 느낌. 캐릭터를 키우는 것도 목적에 맞춰서 각각의 장소에 캐릭터를 주차해 두는 그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느낌. 물론 정작 컴퓨터는 잘 안 켜놔서 일꾼들이 항상 쉰다는 단점이 있음.



2. 여론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하진 않지만, 신규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말 그대로 '팁'을 확인하기 위해 가끔 접속함. 그때마다 느끼는 건 인벤의 여론이었음. 대부분 펄어비스를 욕하는 글로 가득함.

그중에는 물론 공감되는 글들도 있었지만, 굉장히 소수 혹은 부분적이었고, 대부분 나를 참 갸우뚱하게 만드는 글들이었음. 내 개인적 경험으로, 검은사막에 접속할 때마다 사소하게 바뀌고 개선되는 UI를 보면 감탄스럽기만 함.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부분에서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이 엿보임. 그 와중에 신규 업데이트는 물론 밸런스 개선도 있고 표면적이긴 해도 소통하겠다고 오프라인 행사도 함. 검은사막 원툴 회사라 임직원 모두가 검은사막만 만든다고 하지만, 회사 상황이 어떻든 나 같은 유저에게 이런 개선은 신기함을 느낄 정도이며, 최근 몇 년 펄 옷이 못생겼던 거 빼고는 그리 불만을 가질만한 부분이 없었음.

3. 로난민
사냥 효율이 쩔어준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검은사막에서 사냥한 시간은 100시간이 안 될 거로 생각함. 즉, 뉴비가 들어온다고 해서 내가 검은사막을 즐기는 방법에 변화가 있진 않음.

그럼에도 난 로난민이 온다는 사실이 정말 반가웠음, 사람이 북적북적하면 괜스레 즐겁잖음. 그래서 노젓니 어쩌니 하며 펄어비스가 했던 일들을 굉장히 흐뭇하게 바라봤음. 


스트리머도 많이 늘고, 더 많은 유입이 생기고


내 플레이 방식과는 하등 상관없는 로난민들이 검사에 정착하길 바라며 누가 섭챗으로 뭐 물어보면 친절히 답해주고 그랬음.

4. 회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와 달리 다들 검사를 접음.

100명이 들어왔다고 그 모두가 남을 거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10명도 안 남은 거 같음.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옴. 하지만 그러려니 함.

열심히 중간중간에 컷신 넣고 PV 넣으며 개선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검은사막의 스토리는 다른 게임에 비해서 눈에 잘 안 들어오기에 세계관에 빠지기도 어렵고, 세계관을 벗어난 수직적 성장을 바라는 유저에겐 복잡하고 재미없는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이번 회귀로 '검은사막이 진짜 그렇게 재미없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음. '노잼'이라는 '확진' 판정을 받은 것 같았음.

5. 콩고기
콩고기라는 애들이 존재하는 걸 처음 알음. 가끔 'xx 길드가 또 막피하네요' '왜요?' '길드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는데요?'라는 길드 채팅을 보긴 했지만, 그냥 일회성 꼬장 정도로 생각했음. 나에게 검은사막은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게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 그렇기에 이걸로 '권력욕'을 느끼는 존재가 있을 거라 상상도 못 했음.

지식백과 영상을 보고 '검번방'의 존재를 처음 알았음. 길드 채팅창에 올라왔던 저 단순한 '꼬장'이 그것들과 연관있음을 깨달았음. 그리고 인벤의 여론이 왜 항상 개판이었는지, 로난민이 왜 싹 다 사라졌는지, 스트리머가 왜 다 검은사막 스트리밍을 안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됨.

6. 물 들어온다
'싸잡아 욕하지 마라' '검사 이미지 나락 갔다' '난 정상인인데 욕먹는다' '소수라고 하면 다냐, 너 때문에 나도 같은 취급 받는다' 등등

나 같은 '일반 유저'는 아마 이런 상황을 조금도 고깝게 보지 않을 거로 생각함. 오히려 반길 것임. 종양이 있으면 배를 째는 게 당연함. 이미지가 나락을 한번 가줘야 그다음에야 회복기라는 게 찾아올 수 있음.

검은사막은 참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그게 전부임. 검은사막이 사랑받으면 반갑고, 여론이 안 좋으면 아쉽겠지만, '권력욕'을 느끼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고작' 게임임.

최소한 나에게 지금 상황은 '이제 회복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시기'임. 검은사막을 대체할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많은 검은사막 유저가 알고 있을 것임. 만약 지금 모든 종양을 제대로 제거할 수만 있다면, 비록 잠깐은 침체하겠지만 검은사막의 세심한 업데이트와 편의성 개선 등 잘 만든 게임을 '쳐 가리고' 있던 '오물'들이 떨어져 나갔으니 언젠가는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함.

지금이 진짜 '물 들어온 시기'임, 빨리 노 저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