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벤은 매주 월요일 지난 한 주간의 온라인 게임 순위를 집계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 9월 첫째 주 인벤 온라인게임 전체 순위
(집계 기간: 2013년 8월 26일 ~ 2013년 9월 1일)


9월입니다. 매미와 바통을 터치한 귀뚜라미들이 마이크를 잡기 시작하는 때이지요. 살인적이었던 더위가 물러가니 활동하기 편해진 느낌입니다.

이번 순위를 살펴보며 느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게임사에게 있어 방학과 개학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 요동친 중위권 순위에서 공통점이 보였는데요. 10대 학생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들이 지난 주부터 힘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공부와 게임 생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인벤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른 하나는 참신한 업데이트가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판타지 세계관, 그것도 MMORPG에서 메카닉을 조종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기갑성을 내세운 '아이온'이 서비스 6년째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열기로 선전을 거듭하네요.

그밖에 'LoL'의 신기록 접근, 역습을 노리는 게임들로 한결 흥미로워진 가을 문턱의 온라인 게임 순위를 살펴보겠습니다.



◎ 1위~10위 : '노장'과 '기갑성', 다시 한 발 앞으로



■ "Faker"의 제드 날고, 'LoL' 점유율도 다시 날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여전히 천하를 재패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토요일(31일)에 PC방 일일 점유율 43.2%를 기록하면서 다시 기존 신기록(43.3%)에 접근했습니다. 다음날 서버 폭주가 없었다면 기록 갱신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이전 토요일이었던 24일, LoL의 점유율은 41.5%였습니다.

그날 있었던 LoL 챔피언스 섬머 결승전에서 SK텔레콤 T1이 극적인 역스윕으로 우승을 따내며 다시 열기가 가속되는 느낌인데요. 10대 후반의 나이에 세계적으로 떠오른 미드라이너 "Faker" 이상혁 선수를 중심으로 역전승을 거둔 SK텔레콤 T1, 그 화려한 플레이가 얼마나 많은 유저들을 더 끌어모을지 기대됩니다.


■ 열여섯 살 '리니지', 놀라운 뒷심으로 4위 탈환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업데이트 폭풍을 일으킨 '던전앤파이터'에 4위 자리를 내주었던 '리니지'가 3주 만에 다시 본래 위치를 되찾았습니다. 몇번이고 지표를 대조해볼 정도로 미세한 차이였네요. 지난주에도 두 게임은 숨가쁜 순위 쟁탈전을 벌였는데요. '던전앤파이터'의 힘이 아주 약간 떨어진 것이 결국 순위 교체를 낳았습니다.

'리니지'가 처음 서비스된 것이 1998년 9월, 만 나이로 정확히 15세를 맞이합니다. 아직도 상위권에서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국내 온라인 게임 역사상에서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격전은 이어집니다. 다음 주 순위에서 두 게임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요?


■ "남자의 로망은? 메카닉이지!" 기갑성 등장한 '아이온' 한 계단 상승

엔씨소프트 MMOPRG 선후배간의 7위 자리 공방전, 이번 주는 선배가 후배를 밀어냈습니다. '아이온'이 신규 직업 기갑성 업데이트를 앞세워 '블레이드앤소울'의 자리를 탈환한 것이지요.

기갑성은 '사격성'과 '음유성'에 이은 신규 직업입니다. MMORPG에서 보기 힘들었던 압도적인 크기의 로봇을 다루는 직업인데요. 판타지 세계관에서 낯선 시도지만, 영상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타격감은 최근 유행하는 로봇 영화들을 MMORPG로 재해석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메카닉 액션을 이 장르에서 제대로 구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쳐줄 만합니다.

4.5 업데이트 '주신의 열쇠'는 28일에 적용되었고, 업데이트를 전후해 몰려든 사람들의 관심이 바로 기갑성 플레이로 나타나면서 결국 순위에 부스터를 다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이온'의 기동 전진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4위 '리니지'부터 7위 '블레이드앤소울'까지, 언제 어떻게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차이입니다.



◎ 11위~30위 : "개학을 맞았으니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역습의 MORPG 듀오



■ 10대 중심 게임들, 개학 이후 일제 고전

서문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주된 이용자가 학생들인 게임은 방학과 개학의 사이클을 타는 편입니다. 이번 여름방학 개학은 특히 격차가 상당합니다. 달콤한 방학을 끝내고 다시 찾아온 학교, 그만큼 쌓여 있던 많은 일이 있기 때문일까요?

14위까지 올랐던 '로스트사가'는 4계단을 후퇴했고, '버블파이터'와 '크레이지아케이드', '엘소드' 등이 모두 뒤로 물러나야 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여전히 12위를 지켰지만 바로 아래 '테라'와의 차이가 현격히 줄어들었네요. 다만 '카트라이더'만큼은 여러 면에서 흔들리지 않고 성적을 유지하는 상황. 폭넓은 유저층의 힘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보입니다.


■ '스타크래프트2'와 '월드오브탱크', 이슈 몰이로 고지 점령

개학 시즌의 격변은 또다른 게임들에게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 높이 뛰어오른 게임 중 하나는 '스타크래프트2'입니다. 세 계단을 뛰어오르며 14위를 마크, '모두의마블'과 '카트라이더'를 아슬아슬하게 제쳤습니다.

RTS 장르 자체의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현실인데요.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가 9월 들어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힘겹고 어떤 것은 희망적이지만, 더 늦지 않은 시간에 알맞은 구조로 재편된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소식이지요. '스타크래프트2'가 나아갈 길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검색량과 실제 플레이 지표가 조금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뒤를 이은 것은 '월드오브탱크'. 사실 이번 순위 상승은 냉정하게 보면 '로스트사가'의 하락에 인한 상대적인 이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게이밍에서 꺼낸 비장의 승부수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27일 체결한 국내 PC방 유통 사업 계약에 따르면 '월드오브탱크'는 9월 26일부터 PC방 프리미어 서비스를 적용하게 됩니다.

오래 기다린 끝에 희소식, 혜택도 화려합니다. PC방에서는 경험치 추가 제공과 승리 수에 따라 골드를 지급받을 수 있고, 차후 2차 혜택에서는 게임 내 모든 프리미엄 전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PC방이라는 또 하나의 주포를 장착한 탱크 군단이 어떤 전진을 시작할지, 9월 말을 주목해도 좋을 듯합니다.


■ "우리 부활했어요!" '크리티카', '던전스트라이커' 2계단 약진

화려한 등장 이후 우려를 낳으면서 상위권에서 멀어지던 MORPG 두 게임, 중위권 순위 격변은 이들에게도 좋은 촉매제가 된 듯합니다. 다시 한번 '크리티카'와 '던전스트라이커'입니다.

'크리티카'는 30위까지 떨어졌던 힘든 시절을 뒤로 하고 4주 연속 상승, 23위에 올랐습니다. 이전 '상상초월' 업데이트에서 PvP가 추가되면서 탄력을 받는 모습인데요. 워낙 파워풀한 기술이 많은 게임의 특성에도 직업간 밸런스를 꾸준히 잡는다는 점에서 호평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액션성이 강한 만큼 운영도 까다로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던전스트라이커'는 '태양의 항구' 업데이트가 일부 적용됐던 지난 순위에 비해 확실히 나아진 지표를 보였습니다. 접속자 수에서 확연히 나아지면서 2주 연속 상승, 26위를 차지했네요. 불안 요소라면 PC방 점유율 면에서 아직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바로 윗 계단인 '마비노기영웅전'과의 차이는 조금 나는 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진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MORPG 듀오, 다음 주에도 역습이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31~50위 : '프리스타일 풋볼'과 '마구마구', 중하위권 라이벌 구도?



30위권 밖으로는 원래 순위 변동이 다채롭기 마련인데, 유독 35위를 두고서는 조용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리스타일 풋볼'과 '마구마구'가 그 주인공이지요. 두 게임은 한 달 동안 각각 35위와 36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난 순위에서 '마구마구'가 기어이 추월을 해내면서 변동이 일어났나 싶었지만, 다시 '프리스타일 풋볼'이 35위 자리를 차고 앉는 데 성공했습니다. 풋볼과 야구의 종목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미묘한 일대일 대결, 다음 주에도 소소하게 재미거리로 작용할 수 있겠네요.


길용찬 기자 (Kavo@inven.co.kr)





* 이번 주 만평 소재는 지난 29일 공개된 닌텐도 2DS 공개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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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모처럼만에 뻥 뚫리는듯 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닌텐도 2DS입니다. 기존에 있던 3DS의 3D 기능 제외, LL 버전과 비교해 배터리 양 소폭 감소한 기종으로 접히는 기능까지 빠졌습니다. 가격 역시 130달러로 줄어들기는 했습니다만, 누가 봐도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었죠.

이 소식이 의외였던 것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소문조차 돌지 않았어요. 신기종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이 있다고 하여도 더 좋아질 줄 알았죠. 이렇게 핵심 기능을 쏙 빼고 저렴한 버전을 출시할 것을 누가 알았겠어요. 하지만 오는 10월 12일, 미국에서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서 닌텐도 측이 꽤 오랫동안 고심하고 진행해 온 프로젝트로 비춰집니다.

처음 이 소식이 세간에 퍼졌을 때는 냉소와 비난이 줄을 이었습니다. 혹자는 닌텐도 최대의 실패작인 '버추얼보이' 사태가 다시 벌어질 것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고,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로 유명한 클리프 블래진스키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난 이미 2DS를 갖고 있다. 3D 기능을 끄면 되거든"이라며 비꼬는 시선을 보냈습니다.

약 5일 쯤 지나자, 해외 유명 매체들은 2DS 테스트 기종을 플레이해 본 후기를 게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해 본 기자들 대부분 '의외로 괜찮다!'는 평을 남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떤 기자는 "3DS에 비해 쥐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으며, "2DS가 출시되면 이미 갖고 있던 3DS를 처분하고 바로 갈아탈 것"이라고 언급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아직 안 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2DS는 3DS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닌텐도가 이를 모르고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 기종은 서양의 저연령 게이머를 대상으로 제작한 겁니다. 폴더 기능은 휴대를 용이하게 하나, 어린 아이들이 잘못 갖고 놀다 부러뜨릴 우려가 있으며, 3D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도 많죠. 이 부분의 리스크를 제대로 공략한 게 2DS라는 겁니다.

이 기종이 어느 정도 판매량을 기록할지는 함부로 언급할 수는 없겠으나, 닌텐도 특유의 창의적인 마인드가 그대로 적용된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보통은 이런 일 안 하니까요. 하지만, 만약 이 기종이 성공을 거둔다면, 콘솔 개발사가 또 다른 시각으로 유저의 마인드를 공략한 적정사례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태학 기자 (Karp@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