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3의 마지막 날, 터틀크림의 박선용 대장은 플랫포머의 레벨 디자인이란 주제로 세션을 준비했다. 플랫포머란 점프를 중심으로, 계속되는 도전에서 재미를 느끼는 장르다.
박선용 대장은 '슈가큐브: 비터스위트 팩토리'(이하 슈가큐브)와 '6180 the moon'을 중심으로 강연을 이어갔다. '슈가큐브'는 캐릭터가 움직이면 지나간 자리가 타입플릿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생긴다. 이처럼 새로운 상황을 계속해서 유발하는 것이 슈가큐브의 특징이다.
슈가큐브가 지닌 특징은 게임의 재미로 인식될 수 있으나, 캐릭터가 이동하는 자리에 어떠한 것이 나올지 알 수가 없어 불편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1) 뒷면을 볼 수 있는 오브젝트를 추가 2) 이동 경로에 따라 오브젝트 배치 3) 타일의 충돌 범위 수정 4) 난이도 전면 수정 등을 거쳤다.
박선용 대장은 "슈가큐브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 그것은 퀴즈가 아닌 퍼즐을 만들어야 된다는 거다. 재미있는 해법은 적절한 힌트에서 나온다"며, "아무런 힌트가 없는 퀴즈는 개발자가 유저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으로 알아야 할 것은 유저가 개발자 탓이 아니라 자신을 탓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유저는 도전이 자신의 실수로 망쳤다고 느껴야 재도전할 기회를 잡으려 한다. 유저가 자기 탓을 하느냐 혹은 개발자 탓을 하느냐에 따라서 재도전의 여부가 갈린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유저가 게임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플랫포머는 특성상 여러번 죽을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유저가 느끼는 죽음의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크다.
터틀크림은 앞서 설명한 것과 테스터의 피드백을 중심으로 '6180 the moon'의 레벨 디자인을 설계했다. 게임 자체가 특이하므로, 공간을 상투적으로 해서 복잡함을 줄였다. 오브젝트도 다른 플랫포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구성, 화면의 상하가 연결된 구조를 이용해 재미를 만드는 데 초점을 줬다.
화면의 하단을 뚫고 올라오는 점프를 많이 활용했으며, 점프의 맛을 살리기 위해 정지 아이템을 남발하지 않았다. 느린 속도의 게임플레이에 어려운 조작은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 장애물의 목적을 유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가하는 것으로 수정해 배치했다.
난이도와 크게 상관없는 공간에는 블록을 대신해 부술 때 경쾌한 소리가 나는 블록을 배치, 사운드를 통해서 부족한 그래픽을 만회하기 위한 색을 칠했다.
플랫포머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체크포인트다. 쉬운 부분을 넘기고 어려운 상황과 마주했을 때, 이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다시 처음 부분으로 이동해 반복 플레이로 게임을 지루하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려운 난이도로 구성된 상황에서는 가까운 위치에 체크포인트를 배치했다.
'6180 the moon'이 중요시한 것은 가이드 라인을 철저히 지키는 것. 가이드 라인을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서 레벨을 수정해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여기에서 나오는 피드백을 통해 가이드 라인을 수정했다. 기존 레벨을 재확인하고 최종 수정을 내기까지 반복된 구조로 재미있는 상황을 찾았다.
박선용 대장은 강연을 끝으로 "게임을 만들면서 자신감이 아닌 자존감을 느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다른 이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강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다"며 "게임을 만드는 시간은 긴 레이스이며, 이를 버틸 수 있는 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 때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