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최근의 강추위가 서서히 워밍업을 하던 작년 11월 초, 지스타 2010 취재 준비로 분주하던 인벤 사무실을 두 명의 남자가 찾았다.


한 명은 자신의 블로그 활동과 다양한 컨퍼런스를 통해 소셜게임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있었던 '전설의 에로팬더' 김보상씨였고, 다른 한 명은 옆집 삼촌과 같은 넉넉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던 그의 '친구'(?)였다. 자신을 소셜게임 개발 업체의 대표라고 소개한 ‘친구’는 노트북에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의 영상을 담아왔고, 그것을 여는 순간 인벤 회의실의 분위기는 갑자기 달라졌다.


"우왕!" "이게 소셜게임이예요?" "죽인다~" 군대 내무실에 초x파이 상자가 놓여졌을 때와 유사한 환호성과 유치 찬란한 반응들이 나왔는데, 일반적인 소셜게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퀄리티가 높은 그래픽 때문이었다. 옆나라 열도에서 제작한 완성도 높은 콘솔 패키지를 접할 때와 비슷한 느낌.


소수 인원이 단 기간에 후딱 만드는 다작 시스템이 소셜게임들의 일반적인 전략이 아니냐고 묻는 기자에게 "아, 네. 그런데 저희는 한번 다르게 가보려고요."라며 야심찬 답변을 했던 피버스튜디오김대진 대표. 지스타와 연말, 연초까지 이어지는 하드코어 스케쥴 때문에 정식 런칭하면 게임 구경하러 찾아가겠노라는 약속을 좀처럼 지키지 못하던 때, 정신이 아찔해지는 보도자료를 하나 접하게 된다.


"1월 5일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유료화를 시작한 피버스튜디오의 에브리타운의 경우 1일동안 약 25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인벤과 김대진 대표가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 연락을 취해 하얀 눈이 쏟아지는 강추위를 뚫고 역사에 길이 남을 '진솔한 만남'을 성사시켰던 시기도 바로 그 직후였다.



[ ▲ 피버스튜디오의 김대진 대표이사 ]





=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인벤 독자들을 위해 피버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07년 5월 경에 나를 포함한 2명이서 사무실을 얻어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소셜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었던 때라, 브라우저 기반의 온라인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 이후 1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한 명, 두 명 직원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는데, 조직 핵심 인력의 대부분이 이전부터 오랫동안 함께 업무를 했던 분들이어서 내부적인 의사결정이 흔들리지 않고 탄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넷마블을 통해서 서비스하고 있는 연금술사 TCG를 비롯해서 다양한 기능성 게임들을 제작해 오다가,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이하 소셜게임)에 주력하기로 결정. 본격적인 진출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해보다가 2009년 말 네이트 앱스토어가 오픈하면서 다양한 미니게임을 출시 약 110만 명의 회원을 유치했다.


작년 11월 22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에브리타운'은 약 6개월 걸쳐 만들어졌는데, 이전에 서비스했던 게임들의 유저들은 물론 신규 유저들도 대거 몰리면서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네이트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1일 매출이 2,500만원이라고 밝혔다. 소셜게임치고는 엄청난 액수도 액수거니와 구체적인 수치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도 사실 정말 놀랐고 부담도 많이 됐다. 어떤 분은 매일 2,500만원씩 수익이 나니 한달 수익이 7억 5천이 되냐고 물어보시는데, 소셜게임은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매출 형태와는 상당히 다르다.


매출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에브리타운의 경우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건 우리가 직접 집계한 수치니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데, 순 방문자의 약 25% 정도가 결제를 하고 있다.


보통 소셜게임을 출시하면 초반 이후 매출이 점점 하락하는 편인데 에브리타운은 일시적인 하락 후 다시 상승하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매우 고무적이다. 지금은 단일 매출로 성과를 측정하기 보다는 한달 매출로 전체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1위를 해보자는 목표롤 세웠고, 그 부분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단 회사 내부적으로 봤을 때는 유료화 이후 안정적인 매출로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인 소셜게임 '에브리타운' ]





= 왜 매출이 하락했다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했을까?

아무래도 에브리타운이 농장형태의 소셜게임이다보니 구매 결정을 내리는데 3일이 필요했을 것 같다. 보통 시작할 때 주어진 땅을 다 소비하고 추가적인 땅을 넓히는 과정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 네이버나 다음, 페이스북 등 다른 플랫폼으로부터의 제안도 많았을 것 같다 .

사실 네이트의 발표 이후 엄청나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 다양한 국내,외 퍼블리셔들에게 제안을 받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진출 자체는 신중하게 하려 한다.


에브리타운은 철저하게 '네이트 앱스토어'의 '여성 유저'를 대상으로 제작됐다. 네이트에서 1위 한다고 네이버에서 1위 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다른 플랫폼으로 간다면 추가적인 노력과 함께 상당한 커스터마이징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해외 진출의 경우도 이미 제작 초기부터 언어팩만 추가 하면 로컬라이제이션이 되도록 준비를 해뒀기 때문에 진출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지가 관건인 것 같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이번을 계기로 한 가지 느낀 점은 유명 해외 플랫폼과 퍼블리셔들도 네이트 앱스토어를 상당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 최근 소셜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나.

모 지인이 매출에 대한 기사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걸어와 투자를 받을려면 지금 바로 받아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더라. (웃음) 투자에 대해서 당장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프렌들리 투자를 고려하고 있긴 하다.



= 게임과는 별도로 '에브리타운 클럽'이 상당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에브리타운 클럽 가입수가 약 2만 명으로 전체 회원수의 10% 정도인데 현재는 직원 2명이 관리하고 있고 추가로 직원을 모집 중이다.


소셜게임은 유저와의 접점에 닿아있는 사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만 한다면 유저들의 니즈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실수를 하게 되면 지금껐 쌓아왔던 유저들의 신의를 한번에 잃을 수 있기에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유저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을 바로바로 체크해서 업데이트에 반영하는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 보관함에서 아이템 바로 팔기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 그런 것들이 개발자들은 몰랐지만 유저들이 불편해 하던 부분이다.


에브리타운의 경우 최대한 빠르게 유저들의 건의, 불만 사항에 대응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최소 1주일은 넘기지 않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도 말이다.




[ ▲ 게임과는 별도로 인력이 투입되어 운영되고 있는 '에브리타운 클럽'
(http://club.cyworld.com/everytown) ]





= 블로그 이벤트도 화제가 되고 있다.

보통 다른 게임을 보면 같은 플랫폼의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초대 메세지를 이용하는데, 스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반감이 심해지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아예 색다른 형태의 블로그 이벤트라는 것을 기획해 봤다.


자신의 블로그에 에브리타운에 대한 소감이나 평가를 올리면 게임 내 유니크 아이템인 '단풍나무' 같은 것들을 보상으로 주는 것이다.


블로그에 올리면 포탈 사이트의 검색에도 도움이 되고 에브리타운에서 중요한 신규유저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현재까지 블로그에 유저들이 올린 글만 약 3200개 정도가 된다.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어 기쁘다.


가끔은 에브리타운 유저들 중에 주부들이 많아선지 퀼트나 점토로 에브리타운을 제작한 후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리시기도 하는데, 그동안 노력해왔던 '생활 속의 에브리타운'이라는 컨셉이 제자리를 찾는 것 같다. 유저분들도 그만큼 에브리타운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있고.




= 소셜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탁월한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피버스튜디오의 색깔 같기도 하다. 연금술사 TCG 때부터 디자인팀들이 막강한 내공을 쌓아 왔다. (웃음) 일단 원화를 그리면 무조건 애니메이팅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아무리 소셜게임이라지만 텍스트보다는 그래픽으로, 그것도 정적인 그래픽 보다는 동적인 그래픽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싶었다. RPG를 플레이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감각으로 게임 내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나중에는 유저가 하나의 월드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예를 들어, 유저들에게 결제를 요구하는 부분도 단순히 결제창이 '툭'하고 뜨는 것 보다는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등장해 배경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연스러운 결제를 유도하는게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었다.










= 일반적으로 소셜게임에 대한 전략을 이야기할 때 최소한의 인력과 자본으로 빠르게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고 그 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지기 전에 차기작을 출시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피버스튜디오의 에브리타운은 완전히 정반대에 서있다.


소셜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이 6개월 정도 밖에 안되니 빠르게 앱을 출시해서 사이클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소모되고 버리는 형태로만 만든다면 꾸준히 사랑받는 앱은 나오기가 어렵지 않겠나.


장기적으로 앱을 이끌어갈 수 있는 요소들을 계속해서 개발해 나간다면, 앱스토어에서 30,40만 명의 회원을 유치한 게임들은 충분히 100만, 500만 명도 바라볼 수 있다. 각 타이틀의 연계와 기존 구축된 리소스의 활용도 매우 중요하다. 괜히 네이트 앱스토어에 미니게임들을 출시하면서 미리 회원들을 유치했던 게 아니다.


처음에 농장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외부 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다. "농장게임은 이미 사장세에 접어들었다" "농장게임은 소셜게임에서 이제 끝물이다"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농장 게임을 한번 만들어보지 않으면 소셜게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농장에서 딸기를 채집하고, 그 딸기를 소에게 먹이면 딸기우유가 나오는 형태가 아무리 단순한 1차원적인 생산이라고 할지라도 소셜게임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유저들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같은 농장게임이라도 그래픽부터 플레이 방식까지 피버스튜디오만의 고집을 지켜나가면서 기존에 없는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는 증명했다고 본다.




= 에브리타운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에브리타운의 목표는 대한민국 '국민 앱'이 되는 것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그런 앱이 아니라 계속해서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앱이 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소셜게임을 말하는 것이 곧 ‘에브리타운’을 말하는 것이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

현재, 에브리타운의 스마트폰, 태블릿 버전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 역시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에브리타운을 즐기는 기존 유저들에게 편의를 제공함과 동시에 전체 유저풀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 ▲ 피버스튜디오의 홈페이지, 연금술사 TCG부터 SNG까지 다양한 게임들을 개발해 왔다. ]





= 소셜게임을 제작함에 있어 피버스튜디오만의 강점이 있다면?

경쟁력은 다름아닌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전체 직원 24명에서 대표이사와 경리쪽 업무를 보는 직원을 빼면 22명이 오직 게임 제작에만 참여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회사가 스마트폰쪽 개발력이 필요해지자 내부의 개발자 스스로가 업무를 전환해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외주를 주거나 외부 개발자들 데려올 필요가 없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유,무선 연동을 제대로 살린 소셜 게임이 없는데 내부 개발조직이 탄탄하고 유연하다는 장점은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지난 이야기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초창기 때 어려운 살림 때문에 외주 업무를 많이 해야만 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대응하던 경험이 지금 유저들과 관계를 쌓는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더군다나 지금은 외주업무가 아닌 '우리가 만든 게임'이다. 민첩한 대응력에 '무한한 애정'까지 더해졌다.


에브리타운이라는 주력 게임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할 수 있는 안정적인 개발 환경이야말로 피버스튜디오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차기작에 대한 소식은 언제쯤 들을 수 있나.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결과물이 없으면 외부로 말조차 꺼내지 않는 성격이라 아직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소셜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개발 규모가 큰 '빅 타이틀'이기 때문에 발표를 하게 되면 나름 큰 이슈를 만들어낼 것 같다. 그때는 인벤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 ▲ 소셜게임 에브리타운,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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