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내딛은 한 걸음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몬스터헌터 월드'는 시리즈의 새 지평을 이끈 게임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저도 그런 몬스터헌터 월드를 즐긴 한 명의 헌터로서, 최신작인 '몬스터헌터 라이즈'는 정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로, 다시 휴대용 기기로 돌아간 '몬스터헌터'가 월드-아이스본에서 보여준 멋진 '수렵 액션'과 경험을 전달해 줄지 걱정됐었죠. 아무래도 휴대용 기기라는 하드웨어적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3월 26일 출시된 게임을 해 본 결과, 그건 '기우'였습니다. '몬스터헌터 라이즈'는 월드와는 다르게, 다른 의미로 한 걸음 더 올라선 훌륭한 게임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게임명 : 몬스터헌터 라이즈(MHR)
장르명 : 수렵 액션
출시일 : 2021.03.26.
개발사 : 캡콤
서비스 : 캡콤
플랫폼 : Switch, PC(2022년)

관련 링크: '몬스터 헌터 라이즈' 오픈크리틱 페이지


달라진 플랫폼과 액션 - '라이즈'의 변화


우선 전작과 다른 '라이즈'의 변경점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죠. 과거 체험기 기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새롭게 '밧줄벌레'가 도입되면서 액션의 템포가 달라졌고, 더욱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해졌습니다. 특히나 '불합리하다'라고 불리던, '격투 게임 명가'라는 이름에 무색하지 않은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의 강제 야옹택시 탑승 패턴을 피할 수 있게 된 점이 크죠. 물론 밧줄벌레를 남발하다간 다시 한 번 야옹택시를 타게 되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밧줄벌레는 단순히 이동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고, 각 무기마다 액션을 더해주면서 한층 개성과 편의를 올렸죠. 한손검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적 시간이 긴 무적기를 얻었고, 쌍검은 몬스터를 쉴 새 없이 넘어 다니면서 공격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충전 도끼와 건랜스는 '병'을 빠르게 채울 수단과 가드 옵션을 하나 더 얻었고, 랜스와 대검은 기동력과 화력을 동시에 얻게 됐습니다.

▲ 벌레철사 기술은 해금하여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액션은 전작 월드에서 보여줬던 무기들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지나치게 강력하여 몇 가지 액션이 빠진 무기들의 대체재로 들어갔죠. 그래서 대부분의 무기들은 이전 시리즈인 몬스터헌터 월드와는 다른 느낌으로 운영을 해야 합니다. 큰 궤는 같지만, 결국 새로운 액션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수렵의 경험 자체도 월드와는 크게 다른 느낌을 줍니다. 몬스터들의 패턴과 외형도 매우 비슷할지라도, 플레이어가 대응하는 방법이 달라졌으니까요.

또한 단차 공격이 사라진 대신 '용 조종'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몬스터를 조종해 대미지를 줄 수 있게 바뀌었고, 지정된 곳으로만 이동해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맵 상 대부분의 지역이 벌레 액션을 통해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들입니다. 이는 플레이들이 탐험하고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풍성해졌다는 뜻이고, 이러한 공간들을 RE엔진의 극한까지 이끌어낸 그래픽으로 훌륭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추가로 월드 때와 달리 몬스터를 한 번 조우하거나, 대적하고 난 후에는 맵 상에 자동으로 표시되어 예전처럼 흔적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가루크'라는 새로운 동반자는 라이딩을 대체하며, 아이루도 함께 플레이어를 도와줍니다. 몬스터헌터 월드-아이스본에서 할 수 있던 대부분은 비슷합니다. '클러치 클로'와 '상처' 시스템이 없어지고 '밧줄벌레'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고 보면 됩니다.

▲ 고유 효과를 제공하던 시리즈 장비도 없어지고, 스킬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몬스터헌터 라이즈'는 '몬스터헌터 월드'의 큰 틀을 공유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많은 부분에서 '라이즈'와 '월드'가 추구하는 바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크게 보자면 액션의 방향성입니다. 밧줄벌레와 새롭게 추가된 액션은 '몬스터헌터 월드'의 액션 흐름보다는 그 이전 세대, 휴대용 게임기용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14종의 무기의 액션들은 배워가는 보람이 있을 정도로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놀라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특히 월드에서 한계가 뚜렷했던 무기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 듭니다. 충전 도끼와 몇몇 무기들은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무기들은 배우고 응용하며 마스터하는 보람이 있을 정도로 깊이 있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플레이어가 직접 벌레를 이용한 기술을 선택하므로, 같은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운용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 이맛에 충전도끼를 씁니다.

▲ 디펜스 게임과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는 백룡야행. 생각보다 전략이 필요합니다.

'몬스터헌터 라이즈'에서 가장 큰 변화이자,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컨텐츠는 바로 '백룡야행'입니다. 백룡야행은 플레이어가 직접 요새에 방어물을 배치하고 방어에 나서서 마을을 지켜내는 콘텐츠죠. 이는 '수렵 액션'보다는 '디펜스 게임'의 흐름과 가깝습니다. 처음 해보는 백룡야행은 매우 쉽지만, ★4 이상의 콘텐츠들은 상당한 난이도와 전략을 요구합니다.

몬스터헌터의 팬층은 '수렵 액션'이라는, 몬스터와 대적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백룡야행은 실질적으로 '디펜스 게임'이기에 주는 경험이 달라 모든 몬스터헌터 유저들이 좋아할 콘텐츠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긴 힘듭니다. 이는 시리즈에서 '라이즈'만이 갖고 있는 특색이자, 캡콤의 또 다른 도전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분리된 퀘스트, 빈약한 시나리오 - 큰 문제는 아니지만...

▲ 다시 분리된 싱글/멀티플레이. 난이도도 조절되어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퀘스트입니다. 과거 멀티-싱글 플레이가 분리됐던 몬스터헌터 시리즈처럼, 몬스터헌터 라이즈 역시 퀘스트의 구분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수주할 수 있는 퀘스트는 마을과 집회소로 나뉘어있으며, 이는 각각 싱글 플레이 파트와 멀티플레이 파트를 담당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둘의 난이도가 크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본격적인 스토리를 다루는 마을 퀘스트, 싱글 플레이의 난이도는 크게 완화됐습니다.

대신 멀티플레이는 몬스터의 HP, 부파, 기절 등 상태 이상 요구치가 싱글 플레이보다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마을 퀘스트로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토벌할 수 있던 몬스터도, 집회소 퀘스트를 통해 접하면 상당히 오랜 시간 전투를 해야 할 정도니까요.

두 콘텐츠에서 주는 보상은 대부분 비슷하기에, 플레이어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만약 몬스터헌터 라이즈가 싱글 플레이에 맞춰진 난이도로 멀티플레이가 설계됐다면, 지나치게 쉬워졌다고 비판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난이도 있는 전투, 액션을 '플레이어의 선택'의로 해두면서 초보자와 베테랑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균형'을 맞췄습니다. 물론 이런 구조가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메인 시나리오 분량이 생각보다 많이 짧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월드'에도 미치지 못하는 메인 시나리오의 깊이와 볼륨입니다. '몬스터헌터 라이즈'의 시나리오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플레이어가 깊게 감명받을 시나리오는 절대 아닙니다. 시나리오의 분량도 매우 짧고, 대체적으로는 새로운 시스템을 소개하거나 액션을 소개하는 튜토리얼이 절반 가까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숙련된 헌터라면 10시간 내외로, 혹은 천천히 해도 20시간이면 '엔딩 크레딧'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전작을 해 본 유저라면 "뭐야, 벌써 끝나?"라고 의아해 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스토리는 그저 "우리가 왜 수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해 주고 NPC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설명한 정도에서 그치므로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사실상 몬스터헌터 시리즈의 핵심이자 매력은 위협적이고 거대한 몬스터와 맞서는 경험이며, 내러티브가 아니기 때문이죠. 빈약한 스토리는 게임의 장점을 깎아먹을 정도의 흠이 아니기에, 단점란에 서술은 하겠지만 그저 '좀 더 신경썼으면 좋았을텐데' 정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또한 본작에서는 전작인 '월드'보다 한 층 더 동반자 시스템이 강화되었습니다. 플레이어는 공격적인 동반자인 '가루크'와 이전부터 꾸준히 헌터를 보조해 준 '아이루'를 대동하게 됩니다. 또한 이들도 레벨이 성장하고, 장비와 아이템도 계속해서 새로 얻습니다. 월드에서는 한 캐릭터당 하나의 아이루면 만족했지만, 라이즈에서는 많은 아이루와 가루크를 플레이어가 '고용'하고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큰 수고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냥에 집중하다 보면 간혹 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재료와 자본이 크게 쌓이는 중후반~엔드급 플레이 시점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됩니다. 단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챙기면 좋다 정도의 포지션이랄까요. 물론 이런 '육성'을 즐거워하시는 분들은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과거에도 있었고, 여러 능력치의 아이루를 고용하고 선택하던 때와 비슷합니다.

▲ 충전 도끼밖에 안쓰는데 굳이 태도를 주시는 분





▲ 신규 몬스터들의 영역 다툼도 있습니다.

전작인 '몬스터헌터 월드'는 출시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로 게임이 변화되었습니다. 추가 확장팩인 '아이스본'에서 한차례 큰 변화가 있었고, 이후 다수의 무료 업데이트를 이어가면서 정말 많은 몬스터들이 등장하며 오래오래 즐긴 게임이었습니다. '몬스터헌터 라이즈'도 4월 한차례 무료 업데이트를 예고했고, 2022년에는 PC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어 확장까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밤을 새워가며, 잠조차 잊어버리게 만들고 즐겁게 한 게임은 1년에 몇 되지 않는 편입니다. 체험판에서 결국 충전 도끼로는 수렵하지 못했던 마가이마가도도 쓰러뜨렸고, 이제 또다시 등장한 몬스터들과 아직 등장하지 않은 고룡들을 수렵할 생각에 싱글벙글합니다. 체험판에서는 '그동안 내가 장비 발로 수렵했구나'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었지만, 정식 출시된 본편의 장비로도 큰 무리 없이 수렵하는 자신을 보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몬스터헌터 라이즈'는 시리즈의 최신작 다운 모습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비록 닌텐도 스위치라는 하드웨어적 한계가 PC를 넘어설 수 없을지는 몰라도, '몬스터헌터 월드'를 즐긴 유저들도 큰 거부감을 갖지 않을 정도의 그래픽을 RE 엔진을 통해 구현해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에서 놀라울 정도의 그래픽을 선보이면서도, 훌륭한 최적화를 통해 수렵의 경험을 쾌적하게 유지하죠.

밧줄벌레를 이용한 액션의 흐름은 시리즈를 대대로 플레이한 코어 팬들에게 익숙한 느낌이지만, '몬스터헌터 라이즈'를 통해 새롭게 헌터 생활을 시작한 유저들도 배우고 마스터하는 보람이 있는 깊이를 가졌습니다. 내러티브가 매우 빈약하지만 이는 큰 고려 사항이 되지 않고, '몬스터헌터 라이즈'만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도 다수 갖췄습니다. 그러면서도 신규 유저층이 적응하기 쉬운 난이도와 코어 유저층이 원하는 난이도의 밸런스를 모두 제공하죠.

또한 새롭게 등장한 몬스터들도 제각각 개성을 갖고 있고, 기존의 몬스터들도 하나둘씩 변화된 액션들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어서 '몬스터헌터 월드:아이스본'과는 다른 느낌의 상쾌한 수렵 경험을 전달합니다.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공식, 새로운 액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몬스터헌터'라는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전작인 '월드'는 시리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수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몬스터헌터 라이즈'는, 전작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올드팬들을 존중하면서 신규 유저들도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한 걸음'을 나아간 게임이 아닐까 합니다.

▲ 본편에서는 충전도끼로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