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나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는 유저들 사이에서 최근 화제인 게임이 있습니다. 항아리 게임과 점프 킹에 이어 여러 게임 방송 스트리머들을 영겁의 고통으로 인도한 매운맛 게임, 바로 'ALTF4'입니다.

스팀을 통해 출시된 이 인디 게임은 철갑옷을 입고 있지만 방어력은 한 없이 0에 가까운 가련한 기사를 조작해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골을 향해 달려가는 3인칭 러너 장르의 게임입니다. 2,200원의 저렴한 게임 가격, 누구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단순한 조작과 이에 대비되는 악랄한 난이도로 주목을 받았죠.

그런데 이 게임, 사실 국내 스타트업 개발사에서 만든 순수한 국산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ALTF4의 개발사인 펌킴(PUMPKIM)은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작은 스타트업인데요. 1인 개발로 시작해 이제는 작은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가 된 김상원 개발자에게 화제의 인디 게임, 'ALTF4'의 개발비화를 들어보았습니다.



Q. 'ALTF4'의 개발사 ‘펌킴’, 어떤 개발사인가요?

- 안녕하세요. ‘펌킴’은 전북 전주에서 작년부터 시작한 스타트업 개발사입니다. 지난 19년부터 1인 개발로 '소원(SOWON)'이라는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식구들이 더 늘어 여럿이 함께 게임을 개발 중이고, 소원과 동시에 진행하는 작은 프로젝트로 'ALTF4'를 만들어 출시하게 됐습니다. 1인 개발자를 꿈꾸며 공부하던 시절에는 '로드 투 하데스'라는 제목의 공포 게임을 습작으로 만들어 출시해본 경험도 있습니다.

▲ 김상원 대표와 스타트업 '펌킴'의 식구들


Q. 펌킴의 다른 작품들을 보니 느낌이 확 다른데요. 'ALTF4'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요?

- ALTF4는 2018년에 순전히 공부를 위해 제작했던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두 달 정도 제작하고 접어둔 프로젝트를 다시 꺼낸 셈이죠. 시작은 2021년부터 새로이 함께하게 된 팀원들이 언리얼 엔진에 친해지게끔 숨 돌리기 느낌으로 간단하게 진행한 프로젝트였어요. 지금껏 한 번도 언리얼 엔진을 접해본 적이 없는 TA 정요한 님이 엔진 공부 겸 모델링과 코딩 등 출시 전반을 맡았고, 웹툰 작가였던 한서경님이 2D 디자인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당초 게임 기획은 소설 '돈키호테'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엉뚱한 물건들이 방해요소로 등장하는 플랫포머라는 설정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또 오랜 친구들에게 개발 중인 게임의 테스트를 부탁했을 때, 짜증을 내면서도 쉽사리 놓지 못하고 계속 도전하는 모습들이 장르를 결정하는데 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Q. 게임 타이틀을 ALTF4로 정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역시 '시스템 종료를 유발할 정도로 짜증나는 게임'이라는 의미였나요?

- 예정해두었던 게임 출시 당일까지 마땅한 타이틀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 상태로 출시 전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개발자 모드가 아닌 배포용 빌드를 플레이하다 보니 순간 너무 화가나서 'ALT+F4' 키를 강하게 연타하게 됐고, 그것이 게임의 제목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Q. 갑옷을 입고 닭을 던지는 기사, 장애물로 등장하는 생선과 돼지, 쉴 새 없이 포탄을 쏴대는 해적선 등등,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어떻게 추가하게 되었는지 소개해주세요.

- 우선 특정 메커니즘을 가진 장애물에 대해 생각하고, 그 뒤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큰 호수의 레벨 디자인을 할 때, 포탄이 날아오는 함정이 필요하다면 여기에 '배'를 집어넣는 식이죠. 게임 내 요소들의 디자인과 발상은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튼의 성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 'ALTF4' 개발 단계의 컨셉 아트


Q. 숙련자와 미숙련자를 판가름하는 요소로 게임 속에 '래그돌' 기술이 등장하죠. 낙하 대미지 방지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는 중요 스킬인데, 어떻게 적용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 래그돌(ragdoll)은 ALTF4 외에도 소위 '병맛 게임'이라고 불리우는 게임들에서 자주 사용되던 기능입니다. ALTF4에서도 물리 엔진으로 고통 받는 주인공의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고, 첫 기획 당시부터 래그돌 기능을 계획했었죠.

다만 다분히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 '래그돌 상태에서 낙하 대미지를 받지 않는 것'은 사실 첫 코딩 때 발생했던 버그의 일종이었어요. 하지만 악몽 같은 게임의 플레이 난이도를 줄여주고, 또 '실력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게임 내에 그대로 적용하게 됐죠.

▲ "래그돌의 낙하 대미지 무효화는 버그에 가까웠으나, 게임 요소로 채택했다"


Q. 클리어를 위해 수십, 수백 번의 도전을 반복할 동안 질리도록 듣게 되는 인상적인 BGM 역시 ALTF4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죠. 이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 게임 속 음악은 기본적으로 소스를 사용하여 편집했습니다. 오랜 시간 음악 업계에 종사했던 제 아내가 괜찮은 소스를 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희 개발사의 주소를 묻는 것 다음으로 유저 문의가 많은 것이 바로 음악 관련 질문일 정도죠. 다시 생각해봐도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ALTF4 음악의 원본 소스는 무엇인지, 유저들이 직접 찾아 나서기에 이르렀다
(영상출처: Jonathan Winstead 유튜브)


Q. '항아리 게임'의 배턴을 이어받아 게임 스트리머들의 '원픽'으로 꼽히면서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동시에 받게 됐죠. 이 정도의 호응이 있을 거라고 출시 전부터 예상하셨나요?

-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처음 게임을 출시할 때는 100만 원 판매가 목표였어요. 회사는 오랜 프로젝트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인 단계였고, 순전히 직원들의 교육 및 출시 경험을 목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한 거였거든요. 실제로 처음 출시했을 때는 일주일간 딱 7장이 팔려서 목표액을 20만 원으로 낮추기도 했었습니다.


Q.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도 하나의 위문 공연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며 '역주행'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죠. ALTF4도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유저들의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 ALTF4는 마케팅비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실력보다 운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하고, 이점에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100개 정도의 스팀 키를 만들어서 초보 스트리머 방 및 커뮤니티에 배포했습니다. 처음엔 공짜로 배포한 무료키조차 남아도는 모습을 보고 참 서글픈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몇몇 분들은 애정 있게 게임을 플레이해주셨고, 소중한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비록 10장도 못 판 게임이지만 10장이라도 사주신 유저들을 위해 패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스팀 평가가 점점 좋아졌고, 호기심을 가지고 플레이해주시는 유저들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죠. 우선 저렴한 가격이 접근성을 만들어줬고, 이를 통한 박리다매의 전략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결국 초반 출시 목표 금액이었던 100만 원은 달성할 수 있었나요?

- 일주일간 딱 7장 팔았던 그 게임이, 이제는 한 주에 3만 장 이상 판매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계획한 목표 금액은 일찌감치 달성한 셈이죠. 스트리밍이 스트리밍을 불러오는 현상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유저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25일 기준, 트위치의 추천 영상 분류에서도 ALTF4를 찾아볼 수 있다


Q. ALTF4를 처음 공개됐을 당시부터 유저들의 평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죠. 당시의 유저 피드백 중 기억나는 내용이 있나요?

- 처음 공개 당시에 게임을 구입한 '10명의 용자' 중 한 분이 놀랍게도 20시간 이상 게임을 플레이하고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버그뿐 아니라 밸런스에도 많은 피드백을 주셨는데, 사실 그때 당시에는 게임에 세이브도 없었고 난이도도 더 어려웠거든요. 쓴소리 끝에 게임이 가능성이 있다고 재밌는 부분을 함께 칭찬해주셨는데, 이게 계속 패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단 한 사람의 유저일지언정, 20시간이나 저희 게임에 할애해주셨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이니까요.


Q.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어떤 개선점을 게임에 적용했는지, 또 적용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 유저 피드백을 받고 추가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게임에 '세이브' 기능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현재 날아가는 풍선을 맞춰 간판을 떨어트리면, 중간 상황을 저장할 수 있는 세이브 기능이 게임 내에 추가되었습니다. 단순히 세이브가 더해진 것으로 그만이 아닌, 게임의 정체성을 더욱 살려주는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신 유저분에게는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현재 BGM 종류를 더 늘리고 있고, 게임 속에서 처음 보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BGM을 변경할 수 있을 예정이니 기대 부탁드립니다.

▲ 초기의 ALTF4는 단 한번의 세이브도 없는 극악의 게임이었다


Q. 많은 스트리머들이 남긴 영상을 보고난 뒤에도 직접 플레이하자니 클리어하기까지 너무 어렵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개발자만의 ALTF4 '공략 꿀팁'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게임이 너무 어려워 화를 내시는 유저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게임이라는게 즐거운 기분을 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게 가장 큰 목적이잖아요. ALTF4라는 게임의 타이틀에는 계속되는 캐릭터의 죽음이 플레이어의 탓이 아닌, 제작자가 너무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 볼륨이 작아 여러 시도를 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물을 넘어가는 시도를 해보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추가할 예정인 스토리 모드에는 이러한 포인트를 중점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Q.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스토리 모드가 추가되는군요. 이외에 다른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도 있나요?

- 먼저 지금의 게임 플레이는 '타임어택 모드'로 변경하고, 조금 더 순한 맛을 자랑하지만, 아트와 레벨 디자인에 더욱 신경 쓴, 총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스토리 모드를 제작 중입니다. 이를 추가하여 올해 하반기에는 정식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죠. 마지막 스테이지에는 보스전도 있습니다. 미리 힌트를 드리자면, '가장 죽이고 싶은 보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토리 모드'에서는 더 다양한 장애물들이 등장할 예정


Q. 곧 출시될 ALTF4의 정식 버전도 기대되지만, 펌킴의 주력 프로젝트인 '소원(SOWON)'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현재 개발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펌킴의 장기 프로젝트인 '소원'이 드디어 올해 끝이 납니다. '소원'은 제가 1인 개발자로 활동할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달려올 수 있게끔 해준 게임입니다. 저의 딸인 소원이의 꿈을 그린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인데요.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을 예정입니다.

소원은 ALTF4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장르를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게임오버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소원에서는 캐릭터가 절대 죽지 않습니다. 또 아름다운 아트와 퍼즐들이 등장하므로, ALTF4로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 펌킨이 개발 중인 '소원'은 지난 인디크래프트 행사에서도 조명된 적이 있다.


Q. ALTF4, 그리고 펌킴의 게임들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저희는 항상 많이 팔리는 게임보다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생각하고 제작하는 개발사입니다. 저희만의 색을 가진 인디게임사로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끝으로, ALTF4의 스팀 평가를 보면 개발자님의 주소를 궁금해하는 유저들이 정말 많습니다. 게임 플레이 후 개발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몸둘바를 모르고 있는 유저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희 게임을 사랑해주셔서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천 원이 저렴한 가격이긴 하지만, 아직 부끄러운 점 역시 많은 게임입니다. 정식 출시를 통해 유저들의 분노를 진정시켜드리고 싶고, 진정한 '가성비 갓겜'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유저분들이 보여주시는 관심은 곧 '게임을 개발해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들립니다. 이 마음에 보답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유저 여러분의 성원, 정식 버전으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