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까지 버텨야 해..?

존버라는 용어는 비속어인 존X와 버티다의 합성어입니다. 어떠한 고난의 과정을 거치거나, 상황에 숨을 죽이며 지켜볼 때 대개 쓰입니다. 이 용어는 배틀그라운드 게임에서 유명세를 탔지만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IT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두루 사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CPU와 그래픽카드 분야에선 거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신제품 소식이 다가올 때쯤이 되거나 재고가 다 떨어져 품절 상태에 이르면 존버는 설득이 아닌 철칙처럼 여겨집니다. 게다가 자존심 강한 두 천재급의 공방을 펼치는 CPU 시장의 열기는 그래픽카드 시장보다 더욱 뜨겁습니다.

한 쪽의 공세가 시작되면 소비자들은 더욱 단단히 존버모드에 들어가고 팝콘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게 되지요. 강 건너 불구경하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니까요. 이쯤 되면 존경받을 정도로 버틴다의 존버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이상 질질 끌 수만은 없습니다. 신작 게임이 우수수 출시하는 마당에 대기라니요. 하지만 구매 의지를 불태우며 굳은 결심으로 CPU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뭐부터 검색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최소사양과 권장사양을 제공하지만 몇세대 뒤쳐진 제품들이 올라와 있거나 게임 설정별 사양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가장 정확한 건 하드웨어와 게임에 능통한 유저에게 묻는 것입니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구요? 걱정 마세요. 밸브가 개발하고 운영 중인 세계 최대의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 시스템이자, 세계 게이머들의 집합소, 1만여 개가 넘는 게임 창고인 스팀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까지 제공하니까요.

스팀은 현재 접속 중인 스팀 사용자 같은 통계 이외에도, 유저들을 대상으로 매월 설문조사를 진행,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종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지표로 나타냅니다. 전 세계의 스팀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OS, CPU, GPU 등. 스팀이 제공하는 통계는 게이머에게 더할나위 없이 유용합니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설문 중 CPU 영역을 살펴보면 인텔과 AMD의 클럭 속도 나뉘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5달 기준으로 점유율을 나타내니 비교적 최신 데이터라고 볼 수 있겠죠. 점유율 변동에 따라 앞으로의 대세나 추이를 지켜봄직 하고요.

지난번 시장에 변동이 있다고하여 스팀 CPU 통계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었습니다 (지난 기사 바로가기). 반년도 안된 시기인 지금 CPU 시장은 여전히 폭풍처럼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신형 CPU 경쟁은 물론 품절까지 겹치면서 이제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돌아가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2021년을 맞이하여 한 해를 뒤돌아 보며, 스팀 통계를 살펴봤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은 의외로 인텔 CPU가 가파른 약진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팀 유저들은 어떤 인텔 CPU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12.91% ▶ 17.18%..?(클릭시 확대됩니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보통 CPU 점유율 변화 폭은 크지 않습니다. 하드웨어 신제품 발표 소식때나 잠깐 주춤하거나, 1% 미만의 경미한 상승 혹은 하락이 있었죠. 그런데 지난 달인 12월의 인텔 CPU 통계는 조금 이상합니다. 11월에서 12월, 단 1개월 만에 2.7Ghz to 2.99Ghz에서 4.27%, 3.0Ghz to 3.29Ghz에서 1.43% 점유율 상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죠.

물론 12월에 사이버펑크 같은 굵직한 고사양 게임의 출시 및 사양을 충족하기 위한 이유 때문에 점유율 상승이라는 결과가 있었겠지만, 반면 경쟁사의 CPU 점유율은 전체적으로 마이너스 경향을 띄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점이 생길 것입니다. 2020년 연말 12월, 전 세계 스팀 유저들은 과연 어떤 인텔 CPU를 선택했을지 지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스팀 유저 모스트픽은 헥사(6) 코어 이상!

▲ 쿼드(4)코어의 점유율 하락과 헥사(6)코어 상승이 돋보입니다 (클릭시 확대됩니다)

최신 CPU의 스펙은 어떠한가요? 8개의 코어가 탑재된 옥타 코어가 주를 이루고, 나아가서 도데카 코어(12), 헥사 데시멀 코어(16)까지도 나온 상황인지라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듀얼 혹은 쿼드 코어의 명예로운 영광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비록 해마다 1% 내의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주었지만 11월 대비 12월 4코어의 점유율은 무려 4.11% 하락한 40.28%를 보였습니다. 듀얼 코어는 어느덧 한 자릿수까지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쿼드 코어만큼은 그 왕좌를 지키고 있습니다.

반대로, 멀티 코어를 지원하는 최신 게임들의 대거 등장과 높은 옵션의 게임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의 증가로 헥사 이상의 CPU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증가 중인 추세를 보였습니다. 개중에선 전월 대비 4.88% 급증한 헥사(6) 코어가 돋보입니다. 이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전 세계 게이머들의 CPU는 헥사코어 이상급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01. 인텔 코어 i5 10400F, 10400
저렴이들 어서와~

▲ 인텔 코어 i5-10세대 10400F

먼저 인텔 i5-10세대 10400F와 10400입니다.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코멧레이크는 전 세대와 동일한 14nm 공정이 적용되었습니다. 9세대에서 10세대로 넘어오면서 아키텍처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보다는 CPU 최적화에 초점을 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둘의 차이 논 F와 F는 인텔 CPU에 내장 그래픽이 활성화가 되어 있는지, 아닌지 여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인텔 내장 그래픽은 간단한 문서 작업, 영상 감상용에는 충분한 성능을 뽑아내지만 스팀에 존재하는 중고사양 게임을 구동하기엔 무리가 있죠. 따라서 적절한 그래픽카드와 내장 그래픽이 제거된 F 버전을 구매하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사 작성 기준으로 두 제품의 가격은 3만 원 차이를 보입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시기에 구매를 하신 분이라면 충분히 10400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죠. 100만원 이하의 PC를 구성할 때 꾸준히 추천되어 왔던 CPU입니다.



02. 인텔 코어 i5 10500, 10600, i7 10700
좀 애매하다구? i7 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단다


다음은 i5 10500과 10600입니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다소 애매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나 어쨌든 스팀 CPU 점유율 통계 내에 속하는 제품이기에 기사에 추가했습니다. 10500, 10600은 각각 3.1GHz, 3.3GHz로 한 두단계 아랫 체급인 10400과 약간의 클럭 차이를 보이네요.

현재 10500과 10600의 가격을 따지고 보았을 때, 세 개의 제품 스펙에 의한 속도 차이는 차라리 차액으로 Z시리즈 메인보드와 램 오버 클럭을 통해 성능을 높이는 게 오히려 낫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i7 10700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본격적으로 8코어 16스레드로 증가하며, 전력제한 해제로 성능을 올려 올코어 터보부스트 4.6GHz까지 올릴 수 있는데 이는 i9-9900과 동일한 성능입니다. 또한,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와 조합하였을 때 병목 현상 없이 구동이 가능한 CPU 중 가장 저렴해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제품 중 하나죠.



03. 인텔 코어 i5 9400, 9400F
아직 나도 쓸만하다구...


2018년 10월, 2019년 1월에 출시한 인텔 코어 i5-9세대 9400, 9400F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인텔 i5-10세대 10400F와 10400처럼 F와 논F 버전 차이인데, 9400과 9400F 역시 내장그래픽 유무가 있겠습니다.

i5-9400F는 그래픽카드 RTX 2060과 출시 시기가 어느 정도 맞물려 많은 선택을 받기도 했고, 이후 출시한 2060 슈퍼 그래픽카드와 호환성도 괜찮아 중급 게이밍 PC에 선택되던 CPU입니다. AAA처럼 고사양의 게임에는 다소 맞지 않는 CPU일 수 있으나 옵션 타협을 통한 인기 온라인 게임에는 부족함이 없는 조합입니다.

두 제품은 출시한지 꽤 오래되어 2020년 12월 CPU 점유율 통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특히 i5 9400F 은 이전부터 훌륭한 가성비 제품으로 꼽혀 오래전부터 해당 점유율을 꾸준히 굳혀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