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플 안재준 UI 디자이너

UI, GUI, UX까지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많지만, 구체적으로 게임 UI 디자이너 혹은 관련 직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커리어에 대한 레퍼런스나 업무역량에 관한 경험 사례는 게임기획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과 비교해서 접하기가 쉽지 않다.

네오플 안재준 디자이너는 게임 UI, GUI, UX와 관련해서 자신의 경험과 업무사례 그리고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이번 NDC에서 공유했다.



UI디자이너는 어떻게 게임을 만들까?


게임 개발은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세 분야의 직군이 모여서 함께 회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만들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회의 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이렇게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회의에서 의견을 나눈 대로 깔끔하게 진행되면 행복하겠지만, 실무에서 계획이 지켜지는 상황이 나오기 쉽지 않다. 특히 UI 디자이너에게 UI, UX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동료에게 UI 전문가는 UI 디자이너 본인이므로 도움을 주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UI 디자이너는 합리적 솔루션을 제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합리적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프로젝트 이해도가 바탕이 되어있어야 하며 둘째,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근거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해결 과정에서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업무 개선이 되지 않으므로 UI 디자이너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2017년 던전앤파이터 UI 디자인을 변경하고, 사용성을 개선하고자 UX를 개선하기 위해 '길드 UX 개선' 작업에서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유저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이었다. 길드원 목록이 첫 화면이 출되지 않는 불편함, 길드원의 채널을 바로 볼 수 없는 불편함 등 핵심기능이 서로 다른 화면에 존재하는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o-do 리스트를 작성했다. ▲길드원 목록을 첫 화면으로 이동하고 ▲ 길드원 위치 채널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게 했으며 ▲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의 레이아웃을 변경하여 최대한 적은 동선으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골자였다.

결국, UI 디자이너가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유저가 정상적으로 게임을 이용하게 함은 물론이고 더욱 더 '즐겁고 편하게' 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UI디자인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UI 디자인은 관련 포럼에서 연구 및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이듬해 출시된 하스스톤도 마찬가지였다. 하스스톤의 UI 아트워크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결론적으로 좋은 UI 디자인은 비주얼 퀄리티와 사용성 모두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력이 일천할 때는 좋은 퀄리티로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좋은 UI 디자이너라고 쉽게 판단해 버릴 수 있다.

예쁜 UI 자체가 사용성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다. 하스스톤은 메타포디자인 컨셉으로 보드게임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는 초기 사용성은 높지만, 능숙한 사용자가 무언가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하지는 못했다. 즉, 모든 수준의 사용자에게 각기 크게 다르지 않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일러스트와 달리 UI 디자인은 이미지 구성과 표현에만 집중할수록 UI 컴포넌트로 제작하기 어렵다. iOS의 컴포넌트처럼 이미지를 시스템화해서 유동성 있게 하는 작업은 아트워크 퀄리티를 높이는데 적합하지 않다.

결국, 좋은 UI 디자인이란 유저가 사용하기 편하게 제작하는 건 물론이고 게임에 쉽게 제작,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이다. UI 디자이너는 순수 디자이너가 아님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과거 '던전앤파이터'에서 유저가 의도치 않게 다른 에픽아이템을 만든 적이 있었다. 재료 모으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아이템이었다. 이런 실수가 나온 이유를 유저의 실수로 봐야 하는지 혹은 개발사의 배려가 부족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UI 디자이너라면 이러한 사례를 담당 디자인의 기획과 인사이트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게임은 서비스다. 따라서 고객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 즉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에픽 아이템을 제작하는 단계를 강하게 표현했다면 유저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낮아졌을 것이다. 유저가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상황에서 이 디자인을 쓰는지 예측하는 능력이 UI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는 점을 남겨주는 사례다.

▲ iOS 컴포넌트

디자이너에게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개발자에게 좀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소비해달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UI 디자인은 혼자 할 수 있지만 구현하는 건 개발자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유대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 게임 개발은 결국 인간관계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브서비스에서 추가 개발을 부탁한다면 일정문제로 잘 안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개발자가 야근을 해야 한다거나, 주말 출근을 해야 한다면 감정적으로 좋지 않아질 수 있다. 그래서 동료 간 유대 관계가 중요하다.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는 건 결국 개발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틀라스사의 '페르소나' 시리즈는 감각적인 UI로 잘 알려졌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전체에 UI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UI 디자인에만 1,000장이 넘는 사양서를 준비하여 하드코딩으로 구현했다. 전투와 시나리오 등 각 파트 UI 전속 프로그래머를 배치하여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1:1로 UI 개발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개발 당사자인 프로그래머의 의사와 생각을 반영해 결과적으로 게임 UI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다. 좋은 UI를 제공하려면 반드시 프로그래머의 노력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은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시너지가 발생하면 퀄리티도 상승하므로 긍정적인 팀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결국, 좋은 UI 디자인의 시작은 이해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이해에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 개발환경에 대한 이해가 포함된다.



게임회사 UI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 안재준 디자이너의 신입 시절 포트폴리오,
시각에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시스템화하기 힘든 UI 디자인이었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는 약 35,000명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프로젝트에서 UI, UX 인원 비중이 10% 정도이며 100명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평균 4명 정도가 종사하고 있으므로 UI 디자이너 숫자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UI 디자이너는 입사도 쉽지 않고 프로젝트 전체 영역의 업무를 다루는, 1인당 평균 업무 소화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문제 해결능력을 요구받게 되며 이에 따른 꾸준한 전문역량 개발이 필요한 직군이기도 하다.

즉 효과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목표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만약 UI 디자이너를 업으로 삼고 싶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목표와 목적을 다지는 게 입사에 도움이 된다.

우선 게임회사 UI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때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보다 자세한 설명이나 이유가 중요하다. 실무에서는 UX 해결능력을 많이 요구받기에 전, 후(Before and After)를 준비하여 어떤 목적으로 그렸는지, 어떤 점을 해결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목표를 세웠는지가 드러나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UI 디자이너를 꿈꾸고 있다면 따로 뭔가를 하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지금 뭘 할 수 있을까' 알아보고 실천하는 게 매우 유용하다. 즉 관심을 가지고 게임회사 UI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지금' 할 수 있을까 알아보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좋은 UI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에 대한 정답은 모른다. 다만, UI 디자이너가 절대로 듣지 말아야 할 피드백은 "이거 어떻게 해요?"라는 피드백이다. UI 디자이너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즐기는 유저가 길을 잃지 않도록 게임 속에 필요한 길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좋은 UI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 게임 속에 필요한 길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