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쟝 귀동(Jean Guesd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비소프트

강연자 소개: .쟝 귀동(Jean Guesdon)은 2005년 유비소프트에 입사하여 어쌔신 크리드2부터 현재까지 시리즈 전반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프랜차이즈화에 많은 영향을 주면서 큰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제 게임에서 '어쌔신'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흰 의복에 암살검을 꺼내는 에지오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제는 유비소프트의 간판 타이틀로 자리 잡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우리의 스테레오 타입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타이틀로 성장했다.

첫 타이틀을 준비하던 시점부터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 이르기까지 10년에 걸쳐 꾸준히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이번 GDC 2018을 찾은 유비소프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쟝 귀동은 10년의 세월 동안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어쌔신 크리드'의 발전을 세 단계로 나눠 돌아보고,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를 정리했다.




■ 첫 번째 - 창조의 시기 (2004-2009)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시작을 되짚어보면, '페르시아의 왕자' 이후 새로운 콘솔 세대가 등장하는 시기부터 시작된다. 당시 Xbox 360과 PS3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IP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리즈가 시작했다. 액션 어드벤처 장르, 유니크한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프랜차이즈를 다음 세대의 히트작으로 만들고자 했다.

시리즈를 대변하는 키 아트는 '독수리' 였다. 구상 초기부터 암살단의 후드 디자인은 독수리의 부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했고, 암살단의 움직임과 대기 모션 등에서도 독수리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구상했다. 암살검 또한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매력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획됐다.


또한, 오픈 월드로 장르를 결정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오픈 월드라는 배경에서 보여줄 수 있는 파쿠르 액션, 공간을 가득 채운 건물들을 구현하기위한 많은 시도도 동시에 진행했다. 다양한 NPC들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 100명이 넘는 NPC를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각자가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새로운 엔진을 만들면서 콘텐츠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에는 리스크가 있었다. 다만,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면서 성공적인 첫 발검을을 내디딜 수 있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받았고, 이후 후속작으로 기대감이 이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후속작인 '어쌔신 크리드2'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요구됐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어야만 했고, 동시에 전작이 받았던 비판들에 대한 해답을 보여줘야만 했다. 2008년 당시, 개발진은 어쌔신 크리드1의 포스트 모템을 통해 기존작에서 지적되었던 문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쌔신 크리드2에서는 어쌔신 크리드1에서 지적받았던 지루한 면을 개선하기 위해서 코어 게임 플레이를 재정립했다. 개발진은 크게 '전투', '네비게이션', '군중 속으로의 은신(Social Stealth)'의 세 가지를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정체성으로 판단했다. 이외에도 NPC들의 구현을 더욱 세밀하게 하기 위한 절차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는 '역사'와 '네러티브'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실제 역사에 등장했던 위인들을 게임 내에 본격적으로 등장시키며 본격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도 살아있는 역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네러티브'는 양파와 같은 다층적인 면모를 띄도록 하는 것을 기조로 삼고 발전시켰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데스몬드를 통해 현재 시점의 이야기를 플레이할 수 있고, 게임 내에서 애니머스를 통해 암살단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더욱 과거의 기억들, 인류의 DNA에 새겨진 원천적인 기억-먼저 온 자들- 까지 접근하게 되는 구조로 발전했다.


기술적으로는 세계 각지에 있는 팀과의 협업이 처음으로 시도된 타이틀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은 프랑스에서, 건물 내부의 디자인은 싱가포르에서, 다빈치가 만드는 각종 도구의 디자인은 몬트리올 2팀에서 분담하여 처리하는 구조를 택했다.

이렇게 전작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핵심적인 요소들을 간추려서 발전시킨 '어쌔신 크리드2'는 성공적인 후속작이자 완성도 있는 타이틀로 시장에 출시됐다. 2009년 출시와 함께 많은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으며, 동시에 시리즈를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었다.



■ 두 번째 - 확장의 시기 (2010-2013)

어쌔신 크리드2의 성공은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를 하나의 브랜드로 정립하기 위해서 브랜드 팀을 신설했다. 이들은 HR, 콘텐츠, 테크(Tech),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브랜드화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후속작 개발을 팀과 지역별로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어쌔신 크리드1을 제작한 코어 팀은 2와 브라더후드까지 제작한 뒤, 바로 유니티 개발에 들어갔으며, 2와 브라더후드에서 협업을 진행했던 싱가포르는 2011년을 기점으로 어쌔신 크리드3 개발에 착수한다. 협업과 동시기 개발이라는 어쌔신 크리드의 제작 방식은 최신작 오리진까지 이어졌으며,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개발 구조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식상함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브라더후드에서는 매니지먼트와 멀티플레이를, 레벨레이션에서는 훅 블레이드와 애니머스 림보를, 3에서는 자연을 이용한 게임플레이와 해양 미션, 플랙플래그에서는 해양을 무대로 하는 플레이와 애니머스의 변화를 줬던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외에도 게임 외적인 영역으로 발을 넓히려는 시도도 있었다. 더 많은 플랫폼으로의 출시, 라이브 액션 무비, 코믹북 등 더 많은 매체와 공간에 어쌔신 크리드의 이름을 가진 존재들을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것이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어쌔신 크리드의 브랜드 파워는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앞으로의 후속작들을 위해서 설정을 재정립하고 정리한 시기이기도 했다. 게임 내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을 실제 역사서처럼 정리하기 시작했고, 때로는 다음 시리즈로 이어지는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는 물론, 시간대별로 어쌔신 크리드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시도들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레벨레이션이 출시될 즈음에는 게임과는 별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책이 출간되기도 했으며, 단편 애니메이션과 스탠드 얼론 게임까지 출시하면서 하나의 거대한 프렌차이즈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나의 프랜차이즈로 완성된 어쌔신 크리드는 새로운 과제로 '제 4의 벽'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도에서 탄생한 것이 '어쌔신 크리드 이니시에이트'다. 어쌔신 크리드3가 출시된 2012년은 게임 프랜차이즈에는 중요한 기점이었다. 3를 마지막으로 데스몬드 마일즈의 이야기가 종결되는 시점이었고, 게임 내의시간대와 현실의 시간대와 연결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게임 내부에 별도의 주인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플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에 서게 되는 전환점이었다.

플레이어를 중심에 두고, 보다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에서 태어난 것이 '어쌔신 크리드 이니시에이트' 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는 이제 앱스테르고에서 애니머스를 체험하는 이용자로 정체성을 가지게 됐고, 해당 시스템을 통해 업적을 달성하는 기능을 제공하여 시리즈를 한데 묶어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자 했다.


하지만 확장하려는 시도는 항상 성공으로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강연자가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라고 표현했던 유니티는 어쌔신 크리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대의 콘솔 기기를 위한 타이틀로 기획됐다. 당시에는 Xbox One과 PS4가 출시를 앞둔 시점이었다. 신규 콘솔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면서 새로운 엔진을 적용하기도 했고, 1:1 스케일의 건물을 구현하는 등 많은 시도를 한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완성도로 마감되어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래픽 면은 완벽했지만, 게임 플레이와 유저 경험 측면에서는 제대로 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1:1로 구현한 건물은 크기가 너무 커져버려 네비게이션에 영향을 줬다. 지도는 수많은 마커로 가득차 버렸고, 콘텐츠를 잠금 해제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앱과 연동을 해야만 하는 시스템적인 문제들도 존재했다. 심지어 얼굴이 사라지는 악명높은 그래픽 버그가 유니티를 대변하기도 했다. 비록 특정 그래픽 카드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였지만 말이다.


강연자를 당시 유니티의 결과물을 회상하며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갔던 것'이라고 표현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빨리 구현해야만 했었고, 그 결과 어쌔신크리드1처럼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후속작인 신디케이트에서는 게임의 완성도에 집중해서 개발을 진행했다.



■ 세 번째 - 리프레시 & 리스펙트 (2014-2018)


몇 년간 지속한 확장은 2014년에 이르러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기 위한 시도를 경험하게 된다. 시리즈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변환점이 될 만한, 변화나 리부트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그렇게 2014년 오리진의 개발팀은 '완벽한 오픈월드의 제작', '스토리와 플레이어 간의 완벽한 균형', '스킵이 불가능한 에피소드의 제작', '상호 연결되는 게임의 요소들'을 우선순위로 정하고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시도들이 많았고, 커다란 변화점들을 맞이하고 해결해야만 했다. 개발팀은 메타AI, 히트박스를 이용한 전투 등 기존 시리즈의 틀을 벗어나는 수많은 시도를 고민하고 이를 게임 내에 구현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과거에 대한 존중과 경의가 요구됐다.

장르가 달라짐에도 등반 시스템을 넣을 것인지 고민해야 했고, 동기화 대신 어떤 형태로 전경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암살단의 기원을 그리면서 시리즈의 정체성인 암살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지 등 기존 작품에 대한 경의를 바탕으로 시리즈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오리진에 구현하려 노력했다. 과거에 대한 경의를 바탕으로 독수리, 암살검, 아티펙트와 같은 요소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비단 코딩만의 문제는 아니다. 강연자는 단순히 스크립트나 코딩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에 초점을 맞춰 게임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일정 부분의 컨트롤을 포기하더라도 그게 플레이어의 즐거움에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10년 동안 발전해 온 데에는 '브랜드를 아는 것', '핵심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팀을 성장시키는 것', '분야가 다른 이들과 협업을 하는 것', 마지막으로 '대중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이었음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