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브라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스타일리쉬 했다. 마치 ‘헝거 게임’ 영화 시리즈에 나오는 크레시다 역의 나탈리 도머가 생각나는 섹시한 헤어스타일에, 옷도 무조건 스판덱스만 입을 것 같고, 신비한 느낌의 보라색을 마음껏 발산하는 솜브라의 디자인은 블리자드 아트 디자인이 얼마나 세련되었는지를 자랑하는 것 같았다.
단순히 외형 뿐만 아니라, 한 손은 허공을 클릭하며 네온 빛을 발산하고, 한 손엔 적당히 자기 방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관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은 이 캐릭터가 어떻게 싸울 것인지 하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전달해줬다. 왠지 전면전보다는 주위 환경을 조작하고 숨어들어 몰래 기습하는 스타일. 그동안 20명이 넘는 오버워치의 영웅들 사이에서 아무도 모르게 비어있던 빈틈을 비집은 느낌이랄까.
솔직히, 모두가 같은 걱정을 했을 것이다. 은신에, 순간이동에, 스타일리쉬하게 멋진 외형에... 소위 말하는 충 영웅이 아닐까. 그런만큼 체험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리즈컨 2016 현장에 특별히 마련된 체험존에서 솜브라를 직접 조종해볼 수 있었다. 그 상세하고 솔직한 소감을 여러분께 글로 전해드리고자 한다.
영웅 분류상 공격군에 속해 있는 솜브라이지만, 자체 공격력은 공격군 최하위를 자랑했다. 실질적으로 데미지를 가하는 공격 수단은 오직 총과 근접 공격 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다 유틸리티 기술들이었다. 왼 클릭으로는 60발 들이 기관권총을 쏘고, 오른 클릭은 해킹을 할 수 있으며, E를 한 번 누르면 위치변환기를 던지고, 한 번 더 누를 시에 그 곳으로 이동했다. 왼쪽 쉬프트로는 열광학 위장술로 은신을 켜고, 끌 수 있었다. 기관권총은 겐지가 돌진했을 때 닿게 되는 정도의 거리라면 정확하게 에임이 모였지만, 그 거리를 넘어가면 빠르게 위력을 잃었다.
해킹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쿨 다운이 긴 편이었다. 위치변환기를 던지는 순간부터 13~15초 가량의 쿨다운이 돌기 시작하고, 쿨다운이 지나면 던져놓았던 기존의 생성기는 파괴되고, 새로 던질 수 있었다. 은신도 10초 이상의 쿨다운을 가지고 있었다. 총의 발사 속도는 트레이서의 쌍권총의 절반 정도였다.
예상했던 대로, 혼자서 모든 적을 쓸어 담는 식의 플레이는 불가능한 스킬 셋으로, 전반적으로 적을 괴롭히고 약화시키는데 특화되어 있다. 공격이 아닌 지원 영웅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당장 그 자신의 화력은 젠야타보다 부족한 느낌이었다.
우선 위치변환기는 무척 범용성이 높았다. 투척거리가 생각보다 길고 빨라서, 달려가며 미리 우회로나 담장 너머에 던져놓고 이동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고, 안전한 장소에 설치해두고 생존기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다만 긴 쿨타임과 설치 후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파괴된다는 점에서 남발하기는 어려운 물건이었다.
해킹은 맵 곳곳에 놓여있는 힐팩이나 상대 영웅을 타겟으로 약 2초 정도의 캐스팅 시간을 가지고 나서 적용되는 식이었는데, 아직은 그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궁극기인 EMP 보다 무력화할 수 있는 것들이 적었으며, 1대1 대치전에서는 아무리 유용하더라도 써먹을 수 없는 캐스팅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주 용도는 헬스팩을 해킹해두어 적을 방해하는 용도가 고작이었다.
결국 솜브라가 제대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견제수단인 궁극기, EMP가 있어야만 했다. 기본 공격력은 약한데다, 해킹의 효과도 미약했기 때문에 아무리 은신과 순간이동을 통해 후방에 자유자재로 침투할 수 있더라도 샷발이 좀 좋기만 하다면 권총 든 메르시로도 이길 수 있는 개인 전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기인 EMP도 라인하르트와 윈스턴의 쉴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디바의 로봇을 거의 작동 불능으로 만드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긴 했지만, 그것이 직접 상대를 처치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화력으로 EMP로 약화된 적을 혼자 처치할 수도 없기 때문에 적절한 역할군의 팀원과의 호흡이 필수적이었다.
솜브라가 강점을 드러낸 부분은 다름 아닌 돌격군 영웅들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무조건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오버워치에서는 상대가 돌격군을 꺼내면, 지금까지는 이를 맞상대할 수 있는 돌격군을 같이 꺼내들어야만 상대가 가능했다. 오죽하면 라인하르트의 카운터는 더 잘하는 라인하르트라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솜브라는 그런 돌격군들이 사용하는 방어용 기술들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솜브라가 해킹을 사용하면 일부 기술이나 장비들은 사용할 수 없게 되고, 특히 이런 액티브 스킬로 방어를 하는 라인하르트, 디바, 자리야, 윈스턴은 다소 치명적이었다. 물론 해킹은 이미 펼쳐진 방패나 쉴드를 뚫고 상대를 해킹할 수는 없었지만, EMP의 경우 범위 내에만 있다면 즉시 모든 기술, 장비를 마비시키고 평타만을 남겼다.
때문에 지루한 대치전 상태를 무너뜨리는데 특출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위치변환기와 열광학 위장술로 상대의 후방에 잠입하는 것은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었고, EMP 역시 범위 내에선 확정적인 효과를 입히는 만큼 사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상대 방어선이 완전히 무방비하게 노출되면, 아군이 화력을 퍼붓는 순간 한타는 끝났다.
다만 두 가지 조건 하에서 솜브라는 굉장히 약한 면모를 보였다. 바로 궁극기인 EMP가 없을 때의 활용이 지극히 유저의 샷발과 전략적 운용에 달렸다는 점과, EMP나 해킹이 소용없는 영웅들을 상대할 경우에는 굉장히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앞서 설명했듯 동일한 사격 능력이라 가정했을 때 권총 든 송하나나 메르시에게도 질 것 같은 중거리 화력 문제와 더불어 그런 부족한 주무기 화력을 보조하기엔 해킹이 그다지 범용적으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데에서 기인한다. 만약 라인하르트나 윈스턴의 쉴드를 해킹으로 무력화시켰다 하더라도, 솜브라는 그들을 1대1로 어지간해서는 이길 수 없다.
그리고 후자의 문제는 한조나 로드호그처럼 기계를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기본 스펙이 뛰어나며 무기의 화력이 솜브라보다 우월한 영웅들을 상대할 때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6명의 솜브라가 이리저리 날뛰며 수비를 하는 동안 인벤 기자 두명은 각각 로드호그와 한조를 골라 쾌진격으로 게임을 끝냈고, 한조는 결국 POTG까지 차지했다.
솜브라는 결코 누가 잡든 밥값을 할 수 있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영웅은 아니었다. 일단 '공격군' 이라는 역할에 걸맞기 위해서는 출중한 사격 실력은 기본이며, 은신만 믿고 정면으로 들어가다 죽는 험한 꼴을 보지 않으려면 전황을 읽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두뇌도 필요하고, 위치변환기를 상황에 따라 공세적으로 사용하거나 생존기로 사용하는 판단력도 요구됐다. 또 EMP 나 해킹이 효과적인 상대가 누구이고 별 재미를 보기 힘든 영웅은 누구인지 아는 지식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솜브라라는 영웅을 보기 힘들거라는 뜻은 아니다. 솜브라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비 돌격군 영웅들 중에서 돌격군을 가장 효과적으로 무력화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는 게임의 메타 측면에서 새로운 변수를 제공한 것이고, 돌격군의 공격적인 운용을 가능하게 해준 아나와 더불어 특정 조합을 상대하기 위해선 반대편도 똑같은 역할군 비율의 조합을 갖추어야 하는 요즘의 대처법에 재미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러니 생각을 바꾸어서, 솜브라가 지원군이 아닌 공격군에 배치된 것은 그 자체의 강력한 화력, 공격력이 아닌, 이런 전략적인 공격수단을 염두에 둔 배치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솜브라 플레이를 마스터하고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보는건 다른 영웅들 못지않게 재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도 다음 주부터 적용되는 PTR 서버에서 솜브라를, 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공돌이를 만나보길 바란다!
블리즈컨2016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오의덕(Vito), 김지연(KaEnn), 석준규(Lasso), 이명규(Sawual) 기자
오의덕(Vito), 김지연(KaEnn), 석준규(Lasso), 이명규(Sawual)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