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요시다 나오키 PD는 일본 게임 업계에 몸담은지 22년이 된 베테랑이다. 과거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일부를 비롯 '드래곤 퀘스트X' 등의 개발에 참여한 바 있으며 스퀘어에닉스가 출시한 대형 MMORPG 인 '파이널판타지14'를 '신생 에오르제아' 로 재개발 하는 과정에서 개발을 총괄했다. 그리고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의 대성공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 개발자에 올라, 세계 게임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스퀘어에닉스 제5비지니스 디비전을 총괄 및 개발담당 집행임원을 역임하고 있다.
MMORPG는 개발에는 대단히 많은 인원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MMORPG를 즐기는 유저 역시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다. 유저들은 개발자들이 생성한 세계에서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을 영위한다. 이러한 세계를 더 아름답고, 유려하게 발전시키고 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진은 라이브 중 끊임 없이 패치를 진행한다.
때문에 MMORPG와 패치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파이널판타지14(이하 FF14)'의 프로듀서 겸 디렉터인 요시다 나오키(Naoki Yoshida)는 IGC2016 강단에서 어떤 방식으로 패치 사이클을 결정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지 FF14의 예를 들어 강연했다. 아울러 FF14처럼 대규모 개발 조직이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관리하는지 청중들에게 공개했다.
■ 강연주제: FINAL FANTASY XIV: 대규모 개발의 워크플로우와 매니지먼트 방식
⊙ 200명이 넘는 개발팀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FF14 개발팀은 글로벌 버전 3.2패치 기준으로 200명이 넘는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개발 인원과 이를 지원하는 인력을 모두 합친 규모다.
이처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조직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요시다는 많은 인력을 잘 조직하여 끌고 가기 위해서 일의 흐름에 기반을 둬 크게 세 가지 분야로 조직을 분류했다. 게임 디자인 분야, 아티스트 분야 그리고 프로그래밍과 지원 분야가 그것이다.
우선 요시다 본인이 포함된 디자인 분야는 게임의 방향을 설정하고 사양서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분야는 세부적인 역할에 따라 세 팀으로 나뉜다. 코어 팀은 요시다를 비롯해 어시스턴트 프로듀서, 리드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어 프로젝트 전체 규모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어시스턴트 디렉터 팀은 리드 아티스트, 메인시나리오 라이터, 퀘스트 플래닝 등등 다양한 부문의 인력이 모여 전체를 함께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 게임 개발 조직이 어시스턴트 디렉터를 한 명 내지 두 명을 두는 것과 다르게 부문별로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코어팀과 어시스턴트 디렉터팀의 결정사항을 처리하는 게임 디자인팀은 시나리오 집필, 퀘스트 플래닝, 레벨디자인, 배틀시스템 디자인 등 더욱 세부화되어 각 부문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한 부문에 적게는 4명 많게는 7명까지 투입되어 일종의 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티스트 파트 역시 다양한 부문으로 세분되어 있다. 이 팀은 캐릭터, 배경, 에니메이션, 모델링, VFX까지 총망라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분야 역시 서버, 클라이언트 부문과 게임 내 콘텐츠 구현을 위한 부문으로 잘게 조직했다. 이 외 사운드, 현지화 부문과 Web 부문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들이 있는 매니지먼트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 FF14는 어떻게 패치 계획을 수립하는가
FF14는 3.5개월에 한 번 메이저 업데이트를 하는 것을 목표로 향후 2년 분량의 패치 계획을 미리 세워둔다. 2년간의 콘텐츠의 사양서를 작성하고 2년이 지나면 다시 2년 후의 패치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이 작업은 요시다가 직접 콘텐츠 배분 원안을 작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FF14만의 독특한 사이클 디자인이다.
콘텐츠 배분 원안에는 메인 퀘스트, 서브 스토리, 레이드 등 스토리 관련 콘텐츠를 비롯하여 하우징, 전투 시스템 및 콘텐츠 등등 패치마다 어떤 피처가 배포 되는지, 어떤 시기에 어떻게 투입할지 적혀있다. 이 모든 것이 2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엮여 계획되어 있다.
메인 스토리의 경우 게임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므로 이를 필두로 해 패치 시기를 결정한다. 그러기 위해 대부분 콘텐츠를 꼼꼼하고 면밀하게 작성해 계획을 수립한다.
⊙ 패치 계획이 실제 패치로 나오기 까지의 과정
2년에 걸쳐진 장기 계획에 따라 코어팀과 어시스턴트 디렉터 팀 그리고 게임 디자인팀이 해당 시점에 배포될 피처들을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투입할 것인지 대해 어시스턴트 디렉터 팀 안에 많은 부문 단위로 협의를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콘텐츠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안된다.
제안된 피처는 게임 디자인팀에게 넘어간다. 실무 작업을 하는 디자인 팀은 결정된 사안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한다. 이들은 제안된 피처의 사양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요시다를 비롯한 FF14 개발팀은 사양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현재 사양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역시 중하게 여긴다. 덕분에 개발팀은 사양서를 갱신할 때마다 해당 사양서의 이력을 만들어 놓는 것이 습관이 됐다. 이력을 자세히 적는 것만으로도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구조 및 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
동시에 플래너는 계획한 내용이 실제로 움직일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딥 던전'이라는 요소를 업데이트한다고 했을 때 해당 피처를 개발하기 전에 사전에 검증(Simulation)해 보는 것이다. 딥 던전은 글로벌 버전에는 이미 업데이트된 피처로 들어갈 때마다 던전 지형이 바뀌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FF14 개발팀은 지형이 바뀌는 것을 개발하기 전에 플래너를 통해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했다. 프로그래머가 액셀 메크로를 활용해 만든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확인했다. 사전에 알고리즘 자체를 검증함으로써 실제 개발이 진행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실점을 제거하려는 목적이다.
이런 과정은 3.5개월 업데이트 주기에 맞춰 진행된다. 바로 3.5개월 전에 진행되는 과정은 아니고 두 개의 업데이트, 즉 7개월 전부터 사양서를 보고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콘텐츠 볼륨이라든지, 언제 만들어 언제 릴리즈할 것인지 계산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2년간 콘텐츠를 미리 기획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작업 때문이다.
사양서를 통한 시뮬레이션을 통과하면 해당 콘텐츠는 아티스트 파트로 넘어간다. FF14 팀에는 독특한 내부 규칙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래픽 발주 기간에 대한 것이다. 그래픽 에셋은 해당 요소가 업데이트되기 1년 전, 최소한 6개월 전에는 발주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16년 7월 업데이트 예정이라면 해당 요소의 그래픽 발주는 1월경까지 완료되어야 한다.
게이머들은 FF 프랜차이즈에게 양질의 그래픽을 기대한다. 역대 FF 시리즈들이 그래왔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래픽 작업을 함에 있어 충분히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도록 일정을 짜는 것이다.
사양서가 아트 팀에 들어가면 우선 세계관을 설정하는 팀에서 아트워크를 만든다. FF14의 캐릭터를 비롯한 모든 오브젝트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원화과정을 거친다. 모델링 팀은 아트워크를 3D로 구현한다. 캐릭터나 장비 같은 경우 디테일함을 살리기 위해 꼼꼼하고 세밀하게 설정을 하고 모델링에 들어간다. 종족의 체형에 따라 장비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데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상대적으로 코스트 소모가 덜한 BG는 6개월 정도의 제작 기간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세계관 설정팀에서 설정하기 위해서는 이미 메인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상태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설정을 가진 캐릭터나 장비, 배경이 나올 수 있다. 2년 치 업데이트 계획을 수립은 전체 기획뿐만 아니라 아트 단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래픽 작업이 완료되면 개발 역량은 프로그래머 및 지원 부서로 옮겨간다. 콘텐츠를 실제로 볼 수 있는 화면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다양하게 타당성을 조사했다고 생각했던 사양서를 본 프로그래머가 '이거 재미있는 콘텐츠 맞아?'라는 의견을 제시할 때도 있다. 이렇게 실무단에서 생기는 여러 목소리를 모아 콘텐츠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일련의 과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팀이 매니지먼트 팀이다.
매니지먼트 팀은 기본적으로 부문별로 매니저를 배치하여 일정 관리 한다. 일정 관리라고 하면 단순히 어느 날짜에 어떤 작업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다.
레벨 디자인 부문의 매니저를 예로 들어보자. 레벨 디자인 부문은 던전의 맵 배열과 새로운 기믹 등을 고안하는 일을 맡고 있다. 레벨 디자인 섹션에서 결정된 사항 역시 그래픽 발주를 하려면 최소한 반년 전에 그래픽 부서에 전달해야 한다. 이런 일정은 기본적으로 매니지먼트 팀의 부문 PM이 관리한다.
PM은 단순 일정 관리뿐만 아니라 레벨 디자인 부문의 회의에도 참여한다. 특정 요소를 꼼꼼히 따지면서 관리를 한다. 또한, 조직간 협업이 필요할 때의 미팅에도 참석한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조직간 의견이 상충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어느 조직의 의견이 더 효율적이고 올바른 방향인지 판단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PM이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해당 문제를 요시다에게 들고 가 프로젝트 차원에서 경중을 가리기도 한다.
⊙ 대규모 개발을 관리하는 법
앞에서 언급했듯 FF14 팀은 부문 단위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요시다는 이를 한데 묶어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 200명이 넘는 인원을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 조직간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규모 개발을 관리하는 기법을 알아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양서를 정말 철저히 만드는 것이다. 사양서를 제대로 만드는 것으로만으로도 일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
요시다는 FF14의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한국의 개발자, 운영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의 뛰어난 데이터 분석능력이었다. MMORPG 강국답게 유저 플레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발견해서 다음 패치 때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세스가 잘 잡혀있었다. 본받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다만, 사전 검증에 대해서는 한국 개발팀과 FF14 개발팀의 풍토가 달랐다. 한국 개발팀은 데이터 분석을 잘하지만 사전 검증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실제 개발을 해보지 않으면 몰라'라는 생각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일단 만들고 판단하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단 만들어보고 재미있는지 없는지 판정하자는 사람이 많았다. '베타 테스트로 유저 반응이 나오면 고치면 되지'가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방식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처럼 리소스가 별로 필요 없고 그래픽 에셋이 적게 들어가는 게임의 경우 한국의 개발 방식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MMORPG와 같이 큰 볼륨을 가진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과거 스퀘어에닉스도 그랬다. 그러나 200명 이상이 함께 작업하는 FF14같이 커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이는 별로 좋은 방식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디자이너들이 기획서를 만들면 별도의 검증작업 없이 프로그래머나 아트 부분에 전달된다. 심한 경우 동시에 PR 활동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신규 기획이 재미가 없어 기획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주 극단적인 예이지만, 액션 게임을 만든다고 해서 아티스트들이 관절에 신경을 써서 모델링을 예쁘게 해놨더니 갑자기 카드 게임으로 선회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기획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을 진행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수기를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요시다는 배틀 계산 식이라든가 UI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 등을 종이 위에 필기해가면서 사양을 철저히 만드는 방법을 선호한다.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는 개발에 앞서 종이 위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요시다는 개발이 진행돼 결과물을 보기 전 책상 위에서 확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딥 던전' 알고리즘 검증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게임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시뮬레이션해서 확정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해놓고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한 다는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가 만든 하나의 사양서에 모든 스텝의 행동 방향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 철저히 사양서를 만들고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규모의 개발팀에서는 기민하기 움직이기 위해 빠른 개발과 피드백을 선호할 수 있다. 또 물론 게임의 타격감처럼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겪는 게 좋은 개발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사전에 제대로 검증하는 것으로 다시 작업해야 하는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
요시다는 FF14를 개발하면서 PM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픽 퀄리티가 높은 게임이나, 매우 높은 단계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을 만들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스퀘어에닉스에는 PM을 등한시하는 문화가 있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조직 전체에 퍼져있었다. 게다가 개발자들은 게임의 '게'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정을 관리한다는 것에 심한 반발심을 보였었다. 경영진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개발자가 아닌 사람에게 자원을 할당하는 것에 매우 궁색했다.
이런 생각은 개발 규모가 작다든가, 기술 레벨이 낮았던 예전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한 현재에서는 혼자서는 아무런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어떤 부문에 고민이 발생했을 때 다른 부문과 해당 부문을 연결해 타협점을 찾아줘야 한다. 이 역할을 해주는 게 PM이다. 현재 FF14 개발팀에는 개발자 15명당 PM 1명꼴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태스크 상황을 매일매일 확인하는 것도 대규모 개발을 이끌어가는 핵심 사항 중에 하나다. 사실 개발자들은 매일 확인한다는 데 심한 난색을 보이곤 한다. 일정을 조정하고 진척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조정 역할도 PM이 하고 있다.
PM은 조직구성원들의 역량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두고 있다. 과거에 어떤 일을 진행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PM 회의 때 일정을 조정한다.
일본 게임 업계에도 속된 말로 '짬밥' 문화라는 게 있다. 그래서 자신을 과신하는 프로그래머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짬이 얼마인데 3일이면 충분하지!'라고 PM에게 소리를 지르곤 한다. 그러면 PM은 자신의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해 일정을 조정한다. 과거에 비슷한 작업을 했을 때 5일이 걸렸으면 애초에 5일간의 작업 기간을 주는 행동을 취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조정을 해나가는 것이다.
태스크 상황을 매일 확인하는 것은 결코 한계선을 설정해 강제 노동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PM은 유저, 프로젝트, 개발자의 상황을 최우선으로 이해하고 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PM에 코스트를 쓰는 것이 원활하고 매끄러운 개발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준다.
"한국 개발자와 운영자와 대화하면 그들의 열정에 존경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개발 역사도 깊고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한 조언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스퀘어에닉스는 언제부터인가 게임을 낸다고 말하고 내지 않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한국도 개발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대작 게임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은 잘 안다. 일부라도 나의 조언이 도움됐으면 좋겠다."
⊙ 요시다 나오키가 생각하는 MMORPG의 도전과 미래
FF14 누적 과금 유저 수는 600만 명에 이른다. 수치만 봤을 때 성공을 거둔 것 같다. 그러나 요시다는 MMORPG 시장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한다.
우선 플레이어들의 생활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MMORPG가 위기를 맞았다. 과거 '리니지'나 '울티마 온라인'을 즐기던 시절에는 변변한 휴대폰도 없던 시기였으나 지금은 즐길 거리가 곳곳에 깔려있다. 플레이어들은 굳이 MMORPG가 아니어도 할 게 많다. 또한, 사회 흐름이 빨라지며 게임에 할애할 시간이 적어졌다.
동시에 MMORPG의 디자인이 다양화되어 위기를 불러왔다. '리니지2'에서 아이템을 얻는 과정은 이렇다. 6시간에 한 번 뜰까 말까 한 몬스터를 기다리고, 이를 잡아 드랍 확률이 2%인 아이템이 드랍되기를 기대한다. 만약 드랍이 되도 주사위로 획득해야 한다. 고난의 길이다. 심지어 한 번 죽으면 2주일간 열심히 쌓아온 경험치도 잃게 된다. '에버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죽으면 죽은 자리에 장비가 그대로 드랍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MMORPG들은 이처럼 비슷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디자인 덕분에 게임 내 친구들을 만나고 결속할 수 있었다. 타이틀 숫자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MMORPG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상황은 변한다. 각자 다른 형태를 보인 MMORPG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이틀은 확장됐지만, 장르는 축소됐다. 다양한 타이틀이 나오자 유저는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아 떠났다. 하드코어한 콘텐츠를 싫어하는 유저들은 캐주얼한 게임으로 이동해 정착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했다. 그때부터 유저들은 자신에 취향에 맞는 게임을 진득하게 즐기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장수 MMORPG들이 많은 이유다. 그래서 새로운 MMORPG는 제대로 진입도 시도해보지 못하게 됐다. 테스트 때 잠시 즐기고 결국에는 과거에 자신이 즐겼던 게임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괜찮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별 선호 취향이 크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드를 선호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지역도 있다. 하나의 디자인을 가지고 모든 곳에 통용하는 시기가 지난 것이다.
과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도 MMORPG의 위기에 일조한다. F2P가 일반화되면서 생긴 변화다. 게임 내 콘텐츠를 꼼꼼히 하며 성장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하면 어떤 사람은 시간이 없으니 레벨 포션을 구입해 레벨을 올리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한국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분되어 있다. 단시간을 플레이하며 순간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이 인기가 많다. MMORPG처럼 긴 시간 육성하며 즐기는 게임의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한국 사람들은 바쁘므로 순간적 재미를 선호한다.
이런 상황이 잘 못된 것은 아니다. 시대가 그럴 뿐이고 시대의 흐름을 MMORPG 개발사들이 거역할 수는 없다. 그래서 MMORPG를 만들려면 콘텐츠를 엄선하고 각오를 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운 후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영광을 뒤로하고 지금은 굉장히 도전적인 장르가 되어버린 MMORPG. 요시다는 MMORPG의 사이클을 10년으로 보고 있다. '리니지' 이후 '울티마온라인', 3D MMORPG가 나왔고 그 이후 '와우'가 시장을 석권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슬슬 새로운 게임 디자인을 가진 MMORPG가 나올 것이 근거다. 비록 현재는 순간적인 재미를 주는 게임들이 흥행하고 있지만, 저연령 층이나 젊은 층이 시간이 흐르면 장기적으로 즐길 만한 게임을 즐길 것이라 믿고 있다.
■ 질의응답
한국의 경우 PM은 기획이 나올 때까지 프로그래머가 노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획을 급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어 나중에 뒤엎는 경우도 많다. FF14 개발팀도 이처럼 프로그래머 부문이 잠시 휴무 상태가 됐을 때 어떻게 하나.
=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랬다. 신생 FF14를 만들기 위한 초창기에 극소수의 프로그래머만 데리고 있었다. 초창기에는 게임의 방향을 설정하고 사양서를 만드는 과정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계획이 나온 이후 인력 규모를 늘려 휴무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FF14는 오래전 시점부터 사양서가 나오니 말이다.
사양서가 나오기 전 프로그래머의 숫자를 늘리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극소수의 정예가 모여 게임의 근간이 되는 기반을 만들고 나야 사람을 늘리는 게 바르다고 본다.
사실, 질문한 상황이 완전히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런 경우 깔끔하게 놀라고 한다. 부족한 사양서로 어떻게든 만들어 버리면 게임이 더 이상한 방향으로 가버린다. 작업물을 버리기 아까워하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래서 아무것도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으면 쉬라고 하는 편이다. 대신 사양서가 갖춰지면 열심히 해달라고 주문한다.
실무에서 문서에 이력을 갱신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해결했나. 아까 보니까 정말 이력 관리를 잘하고 있던데.
= 우리도 마찬가지다. 발표한다고 정리가 잘된 것을 가지고 나왔을 뿐이다. 모든 스탭이 저렇게 잘 정리하지는 않는다.
우리처럼 대규모 프로젝트를 오랜 기간 운영해 온 팀이라면 스탭 중에 새로운 회사로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인수인계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인수인계를 해야 할 때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게 되면 인계하는 당사자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나 회사로 이동하는 데 늦어지게 된다. 이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잘 정리하는 것 같다.
또 FF14만의 특징 중 하나인데 나는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게임 디자이너가 만든 사양서는 직접 꼼꼼하게 챙겨보는 편이다. 나의 컨펌을 통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문서를 확실히 점검하는 관리자의 존재다. 그리고 자료를 꾸준히 남기는 것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개개인 커리어 평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강조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적는다.
MMORPG를 서비스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파악해야하나?
= 유저 커뮤니티를 통해 목소리와 피드백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꼼꼼히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유저들이 레이드 콘텐츠 난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면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판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다른 곳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데이터를 보여준다. FF14는 파티 매칭이 되는데 글로벌 서버 기준으로 5분에서 많게는 14분 정도 걸린다. 글로벌 유저들은 원래 그런가 하고 매칭시간 동안 다른 콘텐츠를 즐기며 기다린다. 하지만 한국 유저들은 3분 정도 기다리다가 매칭을 취소한다. 그러다 보니 연쇄적으로 매칭 시간이 길어진다.
이는 피시방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단기적인 재미를 주는 게임들이 유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 진출을 꿈꾸는 학생이다. 과제로 요시다 PD를 주제로 발표를 했던 적이 있는데...
= 에?? 어째서??? 에??? ㅇㅁㅇ;; (실제 표정)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사양서만큼 장기 계획을 수립하나?
= 게임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다. 게임 회사가 돈을 버는데 부정적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출시 후 돈을 못 벌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기회 자체를 부여받을 수 없다. 자연히 유저들은 더 좋은 체험을 할 수 없다.
FF14의 경우 회원 가입해 즐기는 정액제 게임이다. F2P 게임이 아니기에 기획할 때 수익을 고민하지 않고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즐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정액제 서비스이기 때문에 갑자기 10만 명 이상이 게임에서 이탈하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지표에 따라 약간씩 기존 계획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미래 예측에 근거하고 진행한다. 특정 콘텐츠를 도입하면 이탈 유저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고 긴급하게 진행하는 일도 있다.
F2P의 경우 목표하는 월별 수익이 있기 마련이다. 월별 수익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아이템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게임은 비즈니스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매상은 줄을 수도 있다. 줄어도 타개할 대책을 제시하고 이 행동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상쇄할 수 있는 중기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중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초기 발생 수익을 마케팅에 쏟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이보다는 후일을 위해 저장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향후 매출이 하락해 위기에 빠졌을 때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