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DK온라인 기획팀장에서 이제는 명실공히 국내 모바일 No.1 게임인 세븐나이츠의 PD로서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세븐나이츠’가 서비스된 지 2년 반이 지났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 속에서 세븐나이츠는 장기간 서비스되며 매출 등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렸으며, 지금은 명실상부 넷마블의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븐나이츠 유저들에게는 ‘CM루디’라는 닉네임이 익숙한 넷마블넥서스의 김정민 PD는 세븐나이츠의 초기 기획자이며 지금은 주로 밸런스를 담당하고 있다. 김정민 PD는 세븐나이츠를 자식처럼 여기며 자신을 희생하는 많은 개발팀원을 대표해서 나왔다고 밝혔다.
머지않은 세븐나이츠 출시 3주년이 인생에 있어서 큰 의미가 될 거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김정민 PD는 ‘세븐나이츠 업데이트 9선’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동안 세븐나이츠를 서비스하며 얻었던 교훈과 감정을 풀어냈다.
■ 강연주제: 세븐나이츠 업데이트 9선
⊙ IGC 참여 이유와 출시 초기
세븐나이츠는 출시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다. 14명 정도의 적은 인력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콘텐츠도 적었으며, 나 자신도 영웅을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기획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당시에는 세븐나이츠가 넷마블의 주요 타이틀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턴제 게임의 매니악함에 대한 우려가 컸다.
또한, 당시에는 비슷한 게임들이 홍수처럼 출시되고 있었다. 세븐나이츠와 유사한 게임성을 갖고 있거나 더 좋은 그래픽을 갖고 있는 게임도 있었다. 세븐나이츠의 위기는 오픈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위기를 지금까지 버텨내고 있다.
세븐나이츠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며 외부에서도 세븐나이츠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한 사례들이 있었고, 이 자료 중 하나를 받아봤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실패했다고 판단한 ‘레이드’ 콘텐츠를 그 문서에서는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고 있었다. 그 문서가 퍼블리셔의 문서라면, 개발사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를 강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오해들을 풀고, 그동안의 위기와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과 노력을 공유하고 외부에 알리고 싶었다. 이번 강연을 기회로 진실된 속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그동안의 세븐나이츠 라이브 서비스와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얻었던 교훈과 감정을 9가지 업데이트를 통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 출석체크 보상 개편 - 성공 지표는 매출이 아닌 잔존율!
출시 당시 세븐나이츠는 2일~7일의 초기 잔존율이 좋았다. 하지만 서버 다운이나 버그 등 많은 이슈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며, 7일 이후의 잔존율을 챙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출시 1개월에 접어들자 잔존율이 떨어지며 위기가 찾아왔다. 이는 많은 유저들이 세븐나이츠는 1개월 이상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 많은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게임들이 출시될 때마다 유저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3개월 가기 정말 어렵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출석 보상 개편에 나섰다. 28일간 출석하면 가장 강한 ‘세븐나이츠 영웅’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 결과 신규 유저 기준 31일 차 잔존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우려도 많았다. 제일 좋은 캐릭터를 접속 보상으로 주니 당연히 잔존율은 높겠지만, 그 대신 게임의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유저가 이탈하기 전에 게임 본연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유저들을 붙잡은 다음의 방법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해왔다.
출석 보상을 개편하자 잔존율 외에도 다른 효과들이 발생했다. 먼저 출석 보상으로 세븐나이츠가 처음 지급되던 날, 말도 안 되는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게임 서버가 폭주할 정도로 접속이 늘어났으며, 공식 카페에는 유저들이 자신들이 얻은 세븐나이츠를 자랑하거나 질문을 올리는 등 글 갱신도 늘어났으며 반응도 좋았다.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스마트폰과 같다. 스마트폰은 시장이 성장하고 많은 콘텐츠가 나타나는 등 충분한 값어치를 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처폰을 대신해 스마트폰을 사기 시작했다. 세븐나이츠는 스마트폰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세븐나이츠 영웅은 성능이 뛰어나며 비주얼이 좋고, 많은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가 된다. 세븐나이츠 영웅 성장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일부에서는 결제도 마다치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출석 보상 개편은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의 격차를 유지해주는 역할로도 자리를 잡았다. 과금 여부에 관계없이 플레이한 기간에 따라 세븐나이츠 영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장기간 잔존율에 투자한다. 꾸준히 플레이하면 얻을 수 있는 정량화되고 확정적인 보상을 제시하며 장기 잔존율을 추구했다. 그 결과, 전체 유저 기준 90일 차 잔존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게임의 성공 지표는 매출이 아닌 잔존율이라고 생각한다. 잔존율을 챙기면 마케팅을 통해 모객한 유저들을 안착시킬 수 있으며, 이런 유저들은 언제든지 좋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잔존율이 낮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마케팅으로 유저를 퍼부어도 매출은 오르지 않고 유저들은 떠나기 마련이다.
⊙ 영웅 각성 업데이트 - 업데이트의 목적과 당위성을 고려
세븐나이츠에는 100여 종의 영웅이 있고, 그 안에서 서로 간의 상성이나 조합이 있다. 우리는 꾸준한 업데이트나 리메이크를 통해 최대한 많은 영웅들이 사용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영웅이 가진 액티브 스킬이 2개라는 한계와 많은 영웅으로 인한 테스트의 어려움으로 인해 영웅 밸런스를 잡는데 난항을 겪고 있었다.
우리는 단일화된 조합이나 전략, 기존의 영웅보다 상위 버전이 나오는 뻔한 스킬을 탈피한 새로운 재미와 다양성을 위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유사 장르의 다른 게임들이 어떻게 했는지 분석했다. 이런 고민은 세븐나이츠만이 가지는 고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게임이 7성 업데이트를 단행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리가 본 7성 업데이트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고 별다른 재미가 없으며, 특별한 조합이나 전략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며,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의 격차만 벌리는 좋지 않은 업데이트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우리는 7성 업데이트를 배제하고, 수직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업데이트의 목적을 다시 돌아봤다. 다양한 영웅들을 만들고 싶고, 영웅을 매력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각성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7성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각성의 당위성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각성을 통해 캐릭터의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 외에, 액티브 스킬인 각성 스킬을 추가했다. 다양한 스킬을 보유한 각성 캐릭터는 할 수 있는 역할이 늘어나고, 그 결과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각성이 유저들에게 너무 큰 허들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7성 업데이트 방식은 5성 2개를 합쳐 6성을 만들듯이 6성 두 마리를 합쳐 7성을 만드는 단순한 방식이었는데, 우리는 이렇게 부담이 되는 방식은 취하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과금을 부추기거나, 과금과 무과금의 갭을 너무 벌려서도 안 되었다. 그래서 각성에 필요한 재화를 특정 콘텐츠를 플레이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하루에 제한된 숫자 이내로만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각성 업데이트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 것은 각성 업데이트가 잘 되었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해서가 아니다. 각성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시장을 검토해 유사 장르들이 어떤 방식을 채택했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분석하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각색했다. 그래서 각성 업데이트는 긍정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하며, 1년 3개월간 꾸준히 업데이트되며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 신규 서버 추가 – 아직까지 남은 숙제
신규 서버에 대해서는 출시 1년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야기다. 넷마블에서 같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에서 먼저 신규 서버를 도입해 따라 하고자 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TV나 지하철 등 대형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유저 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모객을 위한 새로운 모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신규 서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마케팅의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해도 신규 유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임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단일 서버로 장기간 서비스되는 동안 게임이 복잡하게 바뀌었고, 이 때문에 신규 유저가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시장의 트렌드도 바뀌어 세븐나이츠는 오래된 게임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신규 서버에서는 기존 유저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등의 이유로 그동안 세븐나이츠를 시작하기 부담스러웠던 유저들을 노렸다. 기존 서버보다 빠른 성장은 당연히 탑재했다. 하지만 단순한 모객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서버를 열었을 때의 새로운 재미가 필요했다.
당시의 구상은 서버 대항전이었다. 평소에 축구에는 관심이 없지만 한일전 축구에서 일본에게 졌다는 뉴스를 보고 기분이 나빴던 적이 있다. 이런 느낌을 게임에 담고 싶었다. 두 서버 간의 경쟁 콘텐츠를 추가한다면 자연스러운 커뮤니티 형성과 서버에 대한 소속감도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신규 서버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유저들이 기존 서버와 유저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유저의 숫자 차이도 컸다. 덱 꾸리기도 바쁜 신규 서버 유저들에게 서버 대항전이 추가되면 유저들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고 생각해 쉽게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외에도 개발적인 이슈도 많았다. 보통은 신규 서버에 대해 처음부터 고려하거나 아예 하지 않기로 못을 박는다. 하지만 우리는 서비스 중간에 신규 서버를 오픈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데다가, 신규 서버를 이용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개발적인 이슈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신 서버는 필요할 것 같아 단행했다. 콘텐츠는 준비가 길어지고 있지만 곧 나올 것 같다.
신규 서버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이 내용을 담은 이유는 준비하는 과정과 이후 피드백이 좋았기 때문이다. 1년을 준비했지만, 아직 준비 중인 것을 고려하면 2년은 고민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바일 게임에서의 신규 서버나 모객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하고, 아직도 숙제라고 생각한다.
⊙ 쫄작과 토파즈 – 무과금의 재미와 과금의 메리트
‘쫄작’은 유료 재화인 루비를 무과금 유저도 노가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지칭하는 단어다. 영웅 캐릭터를 육성해 처음 최대 레벨을 달성하면 5개의 루비를, 한 번 최대 레벨을 달성했던 영웅을 다시 최대 레벨을 달성하면 2개의 루비를 준다. 따라서 결제해야 얻을 수 있는 유료 재화를 계속해서 얻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나 역시 무과금 유저이기 때문이다. 내가 게임을 할 때 ‘이 게임은 결제하지 않을 테니까 여기까지만 해야지’, ‘과금 요구하니까 그만 해야지’ 하는 식으로 스스로 선을 긋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웅 수집 게임에서 영웅을 얻기 위한 뽑기에 루비가 필요하고, 게임을 추가로 플레이하기 위한 열쇠를 살 때도 루비가 필요하다. 결제를 하지 않고 게임을 온전히, 그리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들더라도 유료 재화를 인게임에서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세븐나이츠에는 나를 포함해 무과금 유저가 많다. 95% 이상, 심할 때는 99% 이상이 무과금 유저다. 이런 무과금 유저들이 루비를 얻을 방법 없이 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남아있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의 추가를 당연시했고, 많은 유저들이 ‘쫄작 덕분에 게임할 맛 난다’는 말을 한다.
게임 전체에서 쫄작으로 얻는 루비의 양은 결제로 얻는 루비보다 3배 이상 많다. 그래서 게임의 수명을 위해 루비의 사용처나 사용량에 제한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2의 결제 재화인 ‘토파즈’를 추가했다.
세븐나이츠는 원래 한 번 장착한 장비를 빼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결제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루비로 장비를 탈착 할 수 있게 만들면 소량의 장비를 자유롭게 탈착 할 수 있게 되어 게임의 수명이 크게 줄어든다. 이는 과금 유저를 지치게 하는 요소가 되어 과금 유저를 위한 메리트가 필요했다.
토파즈는 철저히 과금 유저의 메리트를 위해 추가한 요소다. VIP 시스템과 흡사하거나 거의 동일할지도 모른다. 다만 서비스 도중에 추가된 재화가 게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재화가 되면 많은 무과금 유저들이 불만을 갖는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토파즈의 사용처는 편의성이나 시간 단축, 장비 탈착이나 환생 등의 특별한 사용처에 집중했다.
쫄작과 토파즈는 연관성이 많다. 유저들이 적응해 생활화된 쫄작은 없애기 어렵다. 하지만 쫄작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므로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를 결제로 완화하되 쫄작을 빼앗지 않기 위해 추가한 것이 토파즈다. 다른 게임에서도 토파즈와 같은 요소를 추가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필요한 것은 토파즈가 아닌 결제 유저의 메리트다.
⊙ 영웅 선택권 – 콘텐츠는 목적지가 보여야 한다
세븐나이츠를 플레이하면서 필요한 영웅은 있지만, 영웅이 너무 많아 뽑기로 얻기 힘들다. 다양한 영웅을 수집해 여러 콘텐츠의 공략에 활용해야 하는데, 다양한 영웅 수집 자체가 막혀 게임성이 흔들리고 게임을 즐기지 못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수집을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추가한 것이 영웅 선택권이다. 구상부터 개발까지 불과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시행 후 좋은 효과를 거뒀다.
비현실적인 요소는 영웅 수집 외에도 너무 많았다. 가령 하나의 장비를 얻는데 5개월이 걸리면 파티 하나에 필요한 5개를 모으는 데는 25개월이나 걸린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장 환경 때문에, 밸런스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비현실적인 밸런스의 문제가 점점 부상하였고, 이 때문에 이런 요소들을 하나씩 고쳐갔다.
10미터의 거리를 깜깜한 어둠 속에서 걸어가는 것은 힘들지만, 100미터의 거리를 밝은 곳에서 가는 것은 쉽다.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사람마다 뛰어서 가거나 도중에 쉬어갈 수도 있다. 콘텐츠는 후자여야 한다. 방법은 유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목적지가 보여야 한다.
⊙ 공성전 개편 – 16%에 불과했던 참여율을 70%로
공성전은 길드 내의 협동 콘텐츠로, 길드원들의 점수 합계에 따라 확률적으로 세븐나이츠 영웅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다. 이렇게 중요한 콘텐츠지만 유저들의 참여율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유저가 아닌, 공성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길드에 가입한 상태의 유저 기준이다.
‘왜 안 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 먼저 난이도가 어려웠다. 공성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가 느끼는 난이도가 너무 달랐다. UI도 불편했으며, 공성전에 대한 설명도 불편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참여 보상과 전용 상점을 추가하고, 입장 횟수를 줄이고 루비로 재입장이 가능하게 해 입장 허들을 낮췄다.
길드 출석 보상과 스킬 등 길드 자체의 메리트를 강화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기도 했다. 공성전의 입장 부담을 낮추고 길드의 가입률을 높여 길드전 참여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불편한 UI와 불친절했던 설명도 개선했다.
그 결과 공성전의 참여율은 70%까지 상승했다. 이때 많은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이러한 경험을 결투장이나 레이드, 심연의 탑, 길드전 등 많은 곳에 반영해 전체적인 참여율 상승에 큰 도움이 되었다.
콘텐츠의 양이 적었을 때는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데 급급했다. 그러자 콘텐츠의 종류는 많았지만 유저들이 실제로 하는 콘텐츠는 정해져 있었다. 이제는 신규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콘텐츠를 살리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았다.
⊙ e스포츠 도전 – 아직은 부족하지만 좋은 선례 만들고 싶어
세븐나이츠는 e스포츠에 많은 도전을 했다. 아직은 e스포츠라고 말하기에 미흡하고 해야 할 것도 많다. 세븐나이츠는 e스포츠화를 위해 결투장과 연계된 ‘세나컵’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나컵은 매주 결투장 상위 32명이 토너먼트를 벌이고,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는 다른 유저들은 참가 유저들을 선택해 응원한다. 이 유저들은 응원한 유저의 토너먼트 결과에 따라 추가 보상을 얻는다. 또한, 길드전에 연계된 토너먼트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상위권 유저나 길드에 대해서만 관심이 집중된다는 우려는 있지만, e스포츠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상위 유저들의 경기를 보며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받거나 따라 하기도 하며, 특정 유저를 응원하며 팬심이 생겨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면 흡사 E스포츠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를 지향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고교 시절에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며 게임에 매진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 e스포츠 현장에 뛰어들며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하나의 게임을 함께 보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를 게임에 적용하면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가령 우승 유저의 덱에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면 그 캐릭터에 대한 좋은 평가와 수집욕이 생긴다. 결투장 상위권을 노린다면 어떤 덱을 쓰는 것이 좋은지 참고할 수도 있다. 또한, 상위권 유저들의 결투를 관전하며 내 덱에서 할 수 없는 재미도 있다.
아직은 부족하고 준비 중인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븐나이츠의 정식 리그가 열려 방송되고, 오프라인 행사와 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바일 RPG에서도 e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
⊙ 영웅 리메이크 – 기획자의 10분이 개발자의 10시간을 줄인다
세븐나이츠에는 리메이크 패치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리메이크 패치의 관점은 다르다. 다른 게임들은 성능이 낮은 캐릭터는 상향시키고, 강한 캐릭터는 하향시키며 영웅 간의 밸런스를 조절한다는 느낌이 많았다. 변화가 아닌 개선의 방향에서 접근했다.
우리도 개선을 포함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캐릭터가 바뀌어 유저들에게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변화를 원한다. 세븐나이츠는 전체 업데이트 중 밸런스 업데이트의 비중이 40%로 치중되어 있다. 60종의 6성 영웅 중 대부분인 45종의 리메이크가 되었고, 하나의 캐릭터가 대여섯 번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이렇게 리메이크가 잦은 이유는 최소한의 리소스로 최대한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기획, 개발, 그래픽 리소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매주 업데이트를 하기에는 이 리소스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개발과 그래픽의 손을 많이 들이지 않고, 기획자들끼리 한 회 분량의 업데이트를 만들기 위해 영웅 밸런스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가성비로만 밸런스 패치를 했다면 게임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그래서 실제 유저 반응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영웅 리메이크 공지에는 다른 공지보다 조회수 대비 댓글이 많았다. 그만큼 유저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다. 욕도 많이 먹지만, 그만큼 관심이 많기 때문에 욕도 먹는다고 생각한다.
신입이었던 시절, ‘기획자가 10분 고민하면 개발자의 10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기획자가 고민을 많이 하라는 뜻이다. 위기의 순간에서 기획자의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죽어가는 게임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만 잘 한다면 밸런스 패치도 하나의 훌륭한 업데이트가 될 수 있다. 단,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 맺음말 – 세븐나이츠를 자식처럼 여기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해
세븐나이츠는 나 한 명이나 소수 사람들의 힘으로 끌고 온 것이 아니다. 세븐나이츠를 자식처럼 여기고,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는 많은 개발팀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주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강연을 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지난 업데이트 이후 생긴 이슈들을 정리하고,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나 역시 강연을 마치고 복귀해 업데이트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 강연을 준비하며 지금까지의 일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그동안의 좋았던 일들과 그렇지 않은 일들을 떠올렸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지금까지 9가지 업데이트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중요한 것은 주인의식을 갖고 이를 만들어낸 개발팀과 유관 부서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 질의응답
캐릭터가 강한 경우에는 너프를 고민하기 마련인데, 세븐나이츠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 세븐나이츠는 너프 패치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영웅을 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 키운 영웅도 있다. 이런 영웅이 밸런스 패치라는 명목 하에 갑자기 너프되면 유저들이 게임을 할 마음이 사라진다.
하지만 너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 너프가 아닌 간접 너프를 사용한다. 해당 영웅에게 상성이 되는 영웅을 상향하거나 이길 수 있는 신규 캐릭터를 출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궁극적으로는 하향 패치를 하지 않는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쫄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면 플레이 시간이 적은 라이트 유저에게는 쫄작이 부담되지 않는지?
= 쫄작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루 2~3시간 기준에서 1만 원 상당의 루비를 얻을 수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또, 무한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선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프로모션을 통해 재화나 영웅을 지급하고자 한다.
새로운 콘텐츠를 디자인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
= 핵심적인 게임성인 영웅 수집, 그리고 영웅의 활용에 중점을 둔다. 콘텐츠의 공략법에 기존 영웅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영웅이 필요한지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잘 사용되는 영웅보다 그렇지 않은 영웅 위주로 공략법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버 대항전이 생기면 승리 서버에 혜택이 있을 텐데, 그러면 유저들이 특정 서버에 몰리지는 않을지?
=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짚은 질문이다. 기존 서버와 신규 서버의 격차가 쉽게 교차되고 있지 않다. 이를 염두에 둔 경쟁을 만들다 보니 형평성을 추구하거나, 기존 서버만 유리하지는 않을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좋은 답을 찾아서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