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킴은 스타크래프트2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밸런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날 때면 커뮤니티에서는 'DK OUT'이란 얘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팬들이 선뜻 납득하기 쉽지 않은 패치 내용이 공개될 때면 '밸런스 디자이너가 게임을 모른다'는 말도 나오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귀신같이 종족별 승률이 50%에 수렴하게 되면서 '결국은 DK가 옳았다'거나 '황밸의 신'이라고 추앙받는 등 데이비드 킴은 스타2 팬들의 애증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그만큼 스타2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판교에서 진행되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에 참여해 밸런스 관련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데이비드 킴은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스타2 밸런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Q. 한국의 팬 여러분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타크래프트2 리그와 멀티플레이어 디자인을 맡은 데이비드 킴입니다.
Q. 박령우 선수의 맹독충 빌드가 요즘 프로토스전에서 거의 무적인데, 이런 프로 대회에서의 양상만을 기준으로도 패치를 준비하시나요?
프로 레벨에서건 일반 유저 레벨에서건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패치에 반영합니다. 박령우 선수의 전략같은 경우 현재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힘들어요. 새로운 전략이 나오면 초반엔 늘 강하기 마련이고, 상대가 해법을 찾느냐에 따라 약해질 수도 있고 결국 찾지 못해 가장 강한 전략으로 남을 수도 있거든요. 현재는 지켜보는 단계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양상이 지속적으로 펼쳐지느냐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Q. 이제 다른 종족도 강한 지상군이 많이 나왔는데 현 상태의 거신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처음 우리가 의도했던 것은 거신을 너프해서 일반전에서는 계속 사용될 수 있지만 프로 레벨에서는 분열기와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유닛으로 만들려고 했었어요. 실제로 예전 거신은 너무 강해서 프로가 쓰나 일반 유저가 쓰나 큰 차이가 없었지만, 너프가 좀 심했다는 생각은 들어요. 만일 거신을 버프한다면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의 롤백은 아니더라도 약간은 버프를 해 줘서 충분히 쓰일 수 있는 유닛으로 만들되, 지상 스플래쉬 공격의 역할은 분열기가 담당하는 그런 형태로 만들고자 합니다. 다만 무작정 거신을 버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재 프로토스가 마냥 약하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Q. 테저전에서 조성주 선수가 선보인 온리 해방선 전략을 저그는 막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에요. 해방선 전 타이밍에도 계속 테란이 유리한데, 테저전 밸런스는 본인이 보기에 어떤가요?
만일 온리 해방선이 너무 강력하다면 당연히 너프가 진행될 것이고, 그 정도로 강력하지 않더라도 너무 해방선 위주로만 병력이 꾸려지면 그것 또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한 가지 유닛을 뽑는 것만으로 상대가 대처할 수 없고 카운터를 칠 수도 없다면 너프를 해야겠죠. 밸런스 테스트 맵에서도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고, 해방선이 바뀔 경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르를 리워크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죠.
Q. 테저전 밸런스 붕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여왕 애벌레 생성이 4기에서 3기로 줄어든 것이란 얘기가 많아요. 애벌레 생성은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요?
애벌레 생성만 너프된 게 아니라 지게로봇, 시간증폭 등 각 종족이 가지고 있는 매크로 메커니즘이 너프가 같이 됐었죠. 그런 상황에서 애벌레 생성 하나만 가지고 테저전 밸런스를 얘기하기는 힘들어요. '탱료선' 전략도 테저전에서 강력하고 해방선 또한 궤멸충 없이 막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테저전에서 저그가 힘들다고 해서 애벌레 생성을 버프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는 고민을 해야 해요. 저프전에서 밸런스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현 상태에서 누가 더 버프가 필요하고 너프가 필요한지를 정확히 판단한 뒤, 뭘 바꿔야 해결을 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테테전은 게임 내내 '탱료선' 싸움의 반복이죠. 예전 테스트 맵을 통해 이런 양상을 바꾸려고 시도했는데, 여전히 그 생각은 유효한가요?
우선, 지금 당장은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을 내렸어요. 처음에 그런 양상을 바꾸려던 건 한 가지 전략만이 사용되기 때문에 다양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테스트 도중 많은 피드백을 받은 결과, '탱료선 전략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왜 너프를 하려고 하느냐'는 말이 많았어요.
다양성 면에서는 문제가 많지만 플레이어들이 좋아한다면 일단은 놔두고, 나중에 문제가 될 때 고쳐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런 양상이 끝까지 반복되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면 바로 고칠 수 있게 준비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문제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저그가 밸런스를 논할 때 평가가 크게 갈리는데, 저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네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저프전이라고 생각해요. 피드백이 너무 극과 극으로 갈려요.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프로토스가 저그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하고, 한국 프로 선수들에게서는 저그가 프로토스를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불멸자를 너프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지난 주에 시작한 밸런스 테스트 맵에서 광자포에 생체 추가 대미지를 주는 방안을 시도해봤어요. 프로 단계에서는 저프전에서 뮤탈리스크가 잘 쓰이지 않고 있지만, 일반 유저 레벨에서는 뮤탈리스크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프로 단계에서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패치를 하려고 시도했어요. 이런 걸 정확히 판단해서 풀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Q. 본인이 보기에 가장 밸런스가 잘 맞는 종족전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확실하게 말하기가 힘드네요. 게임이 출시된지 오래 지난 것이 아니고, 아직 게이머들이 각종 전략에 대해 알아 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번 주에 밸런스가 좋더라도 다음 주에 나빠질 수도 있는 게 현 상황이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 이를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 유저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한국에 비해 실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북미 위주의 피드백만 반영해서 게임 양상이 점점 이상해진다"는 것인데요. 한국의 피드백이 북미에 비해 적은 편인가요? 아니면 실제로 북미의 피드백 반영률이 더 큰 것인가요?
해외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들어요(웃음). 한국 선수들은 왜 해외 선수들 얘기만 듣고 반영을 하느냐고 하고, 해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 피드백만 받는다고 불평을 하거든요. 한 쪽의 말만 들을 수는 없기에 한국의 피드백, 북미의 피드백, 일반 유저층의 피드백을 골고루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주에 나온 테스트 맵을 예로 들자면 토르와 해방선은 한국 측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한 것이고 광자포 생체 추가 대미지는 일반 유저 레벨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어느 한 쪽의 얘기만을 듣고 밸런스 패치를 진행하지는 않아요.
Q. 테스트 맵 패치노트만 계속 공개될 뿐 5개월 넘게 아직 밸런스 패치가 된 적은 없어요. 패치하기로 확정된 사안은 있는지, 그리고 밸런스 패치는 언제 할 예정인지 알고 싶네요.
일단 패치가 되지 않은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성급하게 패치를 하기보다는 테스트 맵을 자주 내면서 밸런스 추이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밸런스 변경은 될 수 있는 한 가장 필요한 순간에만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지금쯤이 패치를 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고, 원래 다음 주에 패치를 할 예정이었는데 그때 드림핵 오스틴 대회가 그 다음 주에 유럽에서도 큰 대회가 열려요.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빨리 패치를 할지, 혹은 대회가 끝난 후에 패치를 할지 토의 중이에요. 만약 다음 주 초에 밸런스 패치를 하게 된다면 현재 테스트 맵에서 밴시 항목만 제외하고 반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Q. 다음 밸런스 패치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현재 테스트 맵에 나온 점이에요. 매주 업데이트되는 테스트 맵을 보면 우리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뭔지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현재는 군단 숙주 버프와 해방선, 토르에 대한 변경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분들께 한 마디 해 주세요!
최근 업데이트가 번역이 되지 않는 실수가 있었어요. 그걸 보고 한국 팬들이 '이제 우리랑은 소통도 안 할 작정이냐'고 화를 내셨는데, 실수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한국은 오히려 피드백을 받기가 가장 쉬운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팬들과 소통해서 올바른 밸런스 방향을 잡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피드백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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