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EA Korea와 서울시가 ‘심시티 빌드잇’에서 ‘내가 꿈꾸는 서울 만들기’ 이벤트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시장이 되어 건물을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건설해 나만의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게임의 특성을 반영해 친환경 도시 서울의 모습을 만드는 이벤트다.

2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를 위해 EA Korea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담을 상품으로 걸었다. 서울시와의 협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이벤트다.

공무원 집단은 경직된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므로 창의, 창발적인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를 이끌어온 서울특별시 김은용 뉴미디어 담당관에게서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1999년 '버추얼 서울' 이후 게임이 서울시와 함께하지 않았을까?

'심시티 빌드잇' 이벤트를 계획한 두 주역, 서울특별시 김은용 뉴미디어 담당관과 EA Korea 정윤아 마케팅 매니저를 만나 '내가 꿈꾸는 서울 만들기' 이벤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와 목적을 들었다.

▲ EA Korea 정윤아 마케팅 매니져(좌) 서울특별시 김은용 뉴미디어 담당관(우)



■ 내가 만드는 서울, 그리고 '심시티 빌드잇'
- 서울시청과 게임. 익숙한 조합은 아니다. 이번 이벤트는 어떻게 계획되었을까.

정윤아: 국내 게임사는 게임 내에 이벤트를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심시티 빌드잇'은 글로벌 개발, 서비스하고 있으므로 이벤트 콘텐츠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한국 사용자들을 위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방안을 고민하다가 서울시를 생각하게 됐다. 서울시가 긍정적으로 반응해서 성사될 수 있었다. 보수적일 거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와줬다.

김은용: 사실 난 게임을 하지 않는다. 내가 하기는커녕 딸이 게임 하는 것도 반대했다. 게임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생각이 좀 바뀌었다. 내가 시장님에게 설명해야 되니 게임을 잘 알아야만 했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몰입했다. 사실 모바일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게임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이를 뉴미디어로써 활용할 수 없겠느냐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EA Korea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 좋은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 EA 모바일 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23일까지 진행되는 이벤트

정윤아: 사실 첫 제안은 작년 12월 출시 단계였다. 당시 접촉을 하고 연초에 진행하기 시작했다. 우리 측에서는 출시와 동시에 이슈를 만들고 싶었지만, 좀 늦어졌다. 그래도 좋은 이벤트를 만들 수 있어 만족스럽다.

김은용: 변명을 하자면 10월 서울역 고가 공원도 있고 해서 이와 관련해서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고 싶었다. 또한, 시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소셜 특별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소셜을 도구로 시민의 삶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는 고민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마침 이 콘퍼런스가 9월 7일에 시작했다. 이왕이면 함께 묶어서 가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었다. 모바일 게임으로 행정에 관심을 두게 할 수 있는 것이 소셜미디어의 한 예로 생각했다.

정윤아: 여러 이슈가 발생해 일정이 좀 밀리기도 했다.

김은용: 맞다.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다 보니 일정 확정이 어려웠다. 최근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민들 인식의 벽이 높다고 느꼈다. 게임을 활용한다면 도시의 슬럼화, 교통 문제 등을 쉽게 체험하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반가웠다. 좋은 자리를 만들 수 있어 만족스럽다.

▲ 온라인 시장들의 다양한 도시가 올라왔다.



■ 박원순 시장과의 만남
- 지난 6월, 민선6기 취임 1주년을 맞이한 박원순 시장의 별명은 '소통 전문가'다. 시민사회진영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트위터 등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은 논란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그는 소통에 무게를 뒀다. 이번 이벤트도 젊은 층과 소통하려는 박시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은용: 소셜미디어 시대다. 뉴미디어를 담당하는 나의 업무 중 하나가 인터넷 방송을 관장하며 시민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시장님은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다. 트위터의 경우 시장님이 직접하고 있다. 시민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서 말이다.

정윤아: 아무나 만날 수 없는 분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나, 사용자 그리고 시정에 이득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제안했는데 뜻밖에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와서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이런 대화의 장을 시장님이 좋아하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괜찮은 이벤트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은용: 게임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과 격의 없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친환경 도시에 대한 의견을 들을 기회다. 시장님도 격의 없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토요일로 일정을 잡았다. 시장님은 소탈하다. 현장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디어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정윤아: 다양한 사용자가 참여한 만큼 정말 생각이 가지각색이라는 점이 신기했다. '심시티 빌드잇'의 한정적인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도 신기했다. 스크린 샷과 함께 도시 설명을 하도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자기 생각을 풀어놓는 모습이 보기 좋다. 처음에는 시장님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진행해보니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걱정이 사라졌다.

▲ 최우수 다섯명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시간을 갖게된다.

김은용: 굉장히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자가 많다. 사실, 선출직 공무원들은 선뜻 생각하지 못하는 이벤트인데 EA Korea가 좋은 자리를 마련해줬고, 시장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서울시장이 한 기업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이 역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친환경'이 소재이기 때문에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에서는 다양한 통로로 시민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정윤아: 게임이라는 매체가 하나의 소통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견이 나오다 보면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김은용: 시끄럽고 개방된 야외에서, 여러 행사 중 지나가는 느낌으로 시장님과 만나는 것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을 할 수 있게 시장실로 초빙하도록 했다. 시장님과 온라인 시장들이 '친환경 도시'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기는 했다. 게이머들과의 자리는 처음이기는 하지만 네티즌과의 미팅을 적극적으로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 계획이다.



■ 글로벌 5천만 다운로드 '심시티 빌드잇'
- 맥시스는 1989년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은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의 간판격으로 성장한 '심시티'. EA는 심시티 IP를 모바일로 옮겨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국내 서비스의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심시티 빌드잇' 이벤트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정윤아: '심시티 빌드잇'은 국내에서 작년 12월 출시 후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늘어가는 추세다. 국내 모바일 게임들과는 다르게 생명주기를 2~3년 정도로 생각하고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꾸준히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김은용: 그래픽이 좋고, 도시를 끌어가는 데 있어 다양한 기능들이 구현되어 있다. 단순히 외형만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실제 도시와 유사점이 많으며 행복지수가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구획을 나누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도시를 재배치하고 도로를 정비했다. 그 결과 비행선이 도시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매우 뿌듯했다.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에 대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게임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데 이를 통해 타파할 수 있어 좋았다.

정윤아: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녹지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동감한다. 개인적으로 공원을 주거단지마다 두는 편인데, 예산과 면적 때문에 고민하곤 한다. 하지만 보기에 예쁘고 좋은 것 같다.

▲ 심의 행복지수가 중요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김은용: 개인적으로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교통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살아있고,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도시가 되려면 걷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즐길 거리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량을 이용해 지나갈 때와 직접 도보로 지나갈 때 풍경이 다르다. 걸어갈 때 더 잘 볼 수 있고 잘 알 수 있다.

정윤아: '심시티 빌드잇'이 13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으니 특정 국가를 위한 콘텐츠를 넣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꿈꾸는 서울' 이벤트에 서울을 상기시킬 수 있는 랜드마크 콘텐츠가 없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다. 다만,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추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우리에게 심시티는 매우 중요한 IP다. 사용자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게임으로 가꾸어나갈 계획이다.

김은용: 신기하고 기발한 스크린 샷들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현실에서 이상적인 도시건설은 여러 제약이 있지만, 게임을 통해 상상한 도시를 건설해 서울시와 생각을 나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분이 참여해서 의견을 많이 주면 좋겠다.

정윤아: 심사기준은 3가지다. 창의성, 혁신성, 실현 가능성.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녹여진 도시가 있다면 실제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으므로 실현 가능성도 심사 기준에 넣게 되었다. 9월 23일 이벤트가 끝나는데, 열심히 플레이해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기획 자체도 의미있는 거 같다.

김은용: 또한, 앞으로 서울역 고가 공원 홍보에 게임을 이용할 생각도 있다. 아직 구상 중이긴 하지만, 스타 크리에이터와 함께 특정 게임을 활용해 미션을 달성하는 형식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