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펼쳐졌던 NSL 시즌 1 결승전, 스타테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시 국내 최강이라고 평가 받던 fOu를 꺾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팀을 이루는 5명 모두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였을 테지만, 누구보다도 빛났던 이가 바로 'MP' 표노아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자연스레 국내 최고의 미드 레이너란 호칭이 따라 붙었다.
하지만 창대했던 시작과는 달리 이후 표노아의 선수 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규정상 NSL 시즌 2와 시즌 3에 출전이 불가능해진 표노아가 팬들 앞에 나서게 된 것은 약 3개월이 지난 KDL 시즌 1 무대였다. '버드갱'이란 이름으로 개막전에 나선 표노아는 제퍼라는 큰 산을 만나게 됐고, 시즌 막바지에는 강등의 위기까지 겪었다.
수 차례의 팀명 변경, 로스터 변경, 그리고 그로 인한 부진했던 성적까지. 표노아는 1년 남짓한 짧은 선수 기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여러 시련을 겪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금 재도약의 날개짓을 할 수 있었다. KDL 시즌 3 개막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사랑 받는 선수 표노아를 만나 보았다.
Q. KDL 시즌2 결승전에서 MVP 피닉스에게 패한 뒤 1달 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시즌이 종료된 후에 필리핀에 10일 정도 가서 휴식을 취했다. 갔다 온 뒤에는 랭크 게임 등 개인 연습 위주로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팀 연습은 지난 주부터 시작했다.
Q. TI4가 진행됐었는데 어떻게 지켜봤나?
관전자 입장으로 재밌게 봤던 것 같다. 배울 점이 많았다. 리플레이로 전략이나 플레이 스타일 등을 보면서 공부했다.
Q. 특히 주목해서 봤던 선수나 팀이 있다면?
미드레이너다 보니 IG의 페라리 선수만 많이 봤던 것 같다.
Q. 한국에서는 MVP 피닉스가 진출했었는데 지켜본 기분이 어땠나? 포커페이스 같은 경우에는 팀 결성 기간이 짧아서 초대조차 못 받았는데?
우리가 출전 못한다는 사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한국 팀이 TI4에 진출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MVP 피닉스가 동남아 지역 예선전을 뚫고, 버투스 프로를 상대로는 승리를 거뒀다는 것들이 자랑스러웠다. 물론 개인적으로 TI에 참가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TI를 노려볼 생각이다.
Q. TI4 결승전은 어떻게 평가하나? 비시 게이밍의 빠른 항복에 여러모로 말이 많은데?
뉴비가 더 잘하는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시 게이밍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다른 전략을 쓰는 것이 낫지 않았었나 생각한다. 너무 자신들을 믿었던 것 같다. EG와의 경기에서도 3경기 모두 같은 전략을 쓰지 않았나. 결론적으로 7경기 연속으로 같은 전략을 사용한 것인데 자신들이 아무리 잘 쓰는 전략이더라도 그렇게 많이 노출되면 상대가 충분히 대처법을 찾을 수 있다. 시작부터 지고 들어갔던 것 같다.
Q. 포커페이스의 시니컬 선수가 중계진으로 따라갔는데 해설은 잘 하던가?
사실 시니컬 해설을 하나도 보지 않았다.(웃음) 영어 해설이 더 편하다 보니 영어 해설만 선택해서 봤다. 갔다 온 뒤에는 재밌었다고 하더라. 정작 선수들이랑은 별 얘기를 하지 않은 것 같고, 그저 음식이 맛있었다고 하더라.
Q. KDL 시즌 3가 개막한다. 개막전 경기부터 나서게 되는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팀 내부적으로 아직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고쳐 나가고 있긴 하지만, 다른 팀들이 워낙 강해서 우리가 제일 약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사실 지난 시즌 막바지 레이브의 기량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포커페이스가 주춤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우리 팀이 약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5명이 다 친하기 때문에 이런 약점을 팀원 변경으로 바꾸려 하지 않고, 조금 더 연습에 매진해서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팀원들이 친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지 않나?
좋은 점은 다 친하다 보니 서로 화내지 않고,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친하기 때문에 이런 지적을 받아도 타격을 별로 받지 않는다.
Q. 포커페이스가 만들어지는 초기에 나온 얘기가 합숙을 원치 않는다였다. 이런 점이 오히려 다른 팀에게 밀리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합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원들 모두 이 부분에 있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합숙은 선택일 뿐이지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팀 내부적으로 합숙에 대한 얘기가 크게 나오고 있지 않다.
Q. 그런 점에 있어서 포커페이스가 프로 의식이 부족한 건 아닌가? 즐기려고만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다들 더 잘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개인의 자유를 더 중시할 뿐이다. 팀원들이 다 조용한 편이다 보니 남한테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밀어 붙이지는 않는다.
Q. 이번 시즌 결과가 참 중요할 것 같다. 그에 따라서 포커페이스의 향후가 달라질 것 같고.
물론이다. 다만 지금 팀원들이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페비 형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피시방에서 연습을 겨우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연습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또 태영이 형은 부모님이 다소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부담을 받고 있다. 이번 시즌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 할 경우에는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기 힘들 것이다.
Q. 이번 시즌부터 티어 1 경기도 단판적으로 방식이 바뀌었는데?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네메시스가 EOT를 상대로 5인 푸쉬 조합을 꺼내 승리한 적이 있지 않나. 상대 팀이 그런 한 방 전략을 펼친다면 우리 팀은 쉽게 막지 못 할 것이다. 또 우리 팀 같은 경우에는 다전제에서 보통 첫 판을 지고 시작한다. 첫 판을 지고 나서 상대를 파악한 뒤에 다음 세트부터 승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첫 판을 지고 나면 끝이지 않나. 우리 팀의 스타일이 전략이나 운영 위주의 경기보다는 정면 힘 싸움을 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본다.
Q. 이번 시즌에서 목표는 어떻게 되나?
2등만 하더라도 잘 한 것이라고 본다. MVP 피닉스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우리 팀이 다른 팀에게 밀린다고 본다.
Q. 개막전에서 MVP 피닉스와 경기를 펼치는데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준비한 것은 몇 가지 있는데 MVP 피닉스도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준비한 전략이 있다고 본다. 결국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그나저나 왜 자꾸 우리 팀을 개막전에 내보내는지 모르겠다. 지난 시즌에도 개막전 경기에서 패하면서 이후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Q. 레이브와 제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레이브는 이제 팀워크가 잘 맞는 것 같다. CAST는 오래 전부터 캡틴 활동을 했다 보니 픽밴 전략에 있어서 많은 것을 준비해 올 것 같다. 부족한 점이 많이 보완됐다고 본다. 제퍼 같은 경우에는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동남아 팀들과의 경기를 보면 막상 또 그렇지만은 않다. 이제 퍼지가 나가고 새로운 선수가 들어올 텐데 아직 누가 올 지는 모르겠다. 다만 TI에서 만났던 선수를 데려온다라고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훨씬 강해지지 않겠나.
Q. 티어 쟁탈전이 사라져서 이제 꼴찌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지게 됐다.
부담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꼴찌를 하게 되면 다음 시즌은 티어 2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데,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형들이 프로 생활을 계속 할 지 의문이다.
Q.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방송 같은 것을 해보고 싶진 않나?
글쎄, 이제는 내가 많이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책도 많이 한다. 예전에는 대표적인 미드 레이너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이젠 그런 자신감도 사라졌다. 요새는 큐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우승하면 팬들에게 방송하겠다라는 약속을 한 적이 있는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Q. 만약 방송을 하게 되면 좋아하는 불닭볶음면 먹방도 해 볼 생각인가?
힘들다.(웃음) 나는 한 개도 잘 못 먹는다. 진짜 못 할 것 같다.
Q. 사인이 충격적이다. 팬이 사인을 요청했더니 지렁이를 그려줬다는데?
원래 사인이 있었는데 그만 까먹었다.(웃음) NSL 당시 부모님이 앞으로 팬들에게 사인할 일이 있을 거라고 만들어 준 것이 있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티어 1 4팀 중에 우리 팀이 가장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 해서 최소한 2등 안에 들어 결승에 진출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좀 더 밝은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