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최고의 축제이자 한국 개최 소식이 전해져 오래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4(이하 롤드컵)가 '분산 개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6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롤드컵 2014의 진행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 축구의 성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연다는 것. 하지만 팬들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집중됐다. 16강 그룹 스테이지가 대만 및 싱가포르에서 진행된다는 소식이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틀 뒤에 '협회장의 편지'를 통해 '롤드컵 16강 동남아 개최는 3월에 알았고,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나 한국을 중심으로 e스포츠의 세계적 저변을 넓히기 위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라이엇게임즈도 사과문을 통해 '그 동안 상세한 정보가 부족했고 이로 인해 혼선을 낳고 소통이 부족했다. 현 시점에서 조별 예선 구조를 변경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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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두 주체가 나섰음에도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분산 개최와 라이엇게임즈의 태도에 반발해 롤드컵과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보이콧을 제안하고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 롤드컵에 대한 반감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이번 사태의 원만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무엇보다 '성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한국 팬들의 성난 여론과 그 이유에 대해서 정리해봤다.




■ 한국 롤드컵 개최에 대한 높았던 기대감.


지난해 11월, 협회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적인 이벤트들 중 가장 커다란 행사인 롤드컵이 국내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전병헌 회장이 직접 발표에 나선 만큼 한국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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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팬들이 '롤드컵 국내 개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병헌 회장은 '롤드컵 국내 개최' 공식 발표 이후 2014년 첫 공식 행보였던 온게임넷 '게임 플러스' 생방송에서 "일정이 겹치는 아시안 게임과도 한 번 겨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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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국내 개최를 공식 발표한 이후, 전병헌 회장은 e스포츠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고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을 어필했다. 이로 인해 전병헌 회장이 발표했던 '롤드컵 한국 개최'에 더욱 많은 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곧 롤드컵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으로 성장했다.

롤드컵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비단 전병헌 회장의 행보에만 기반한 것은 아니다. 리그오브레전드 국내 게임단의 뛰어난 경기력도 한 몫했다. 롤드컵 시즌2에 출전한 CJ 프로스트가 2위를 차지했던 것을 시작으로, SKT T1 K의 롤드컵 시즌3 우승, KT 불리츠의 IEM 카토비체 전승 우승, 그리고 최근 열렸던 롤 올스타 2014에서 보여준 SKT T1 K의 무실세트 전승 우승 등 많은 국내 팬들은 잇따른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게임단의 세계 대회 제패 소식에 환호했다.

▲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는 항상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또한 리그오브레전드를 기반으로 진행된 각종 세계 대회의 흥행도 기대감을 높였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는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에서 펼쳐졌고, 현장을 찾은 팬들은 최고 수준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뜨거운 현장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국내 팬들이 롤드컵 국내 개최에 그토록 커다란 관심을 보인 이유는 또 있다. 롤드컵은 각종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 해외팀 선수과 그들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무리 뛰어난 중계 시설 등을 동원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직접 분위기를 체험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동시에 평소 좋아하던 해외 선수들을 바로 앞에서 목격할 수 있다는 것도 팬들이 롤드컵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이유다.




■ 말바꾸기 논란, 단독 개최가 아니라 분산 개최?


'분산 개최' 소식을 들은 팬들이 우선적으로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11월, 롤드컵 한국 유치 소식을 접한 뒤 단 한 번도 분산 개최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팬들은 '라이엇게임즈가 말을 바꿨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 올스타전 당시 분산 개최의 가능성이 제기 된 바 있다. 한국 지사 이승현 대표, 권정현 상무의 인터뷰 때 '롤드컵 16강이 다른 지역에서 진행된 후 국내에서 주요 경기가 진행된다는 소문이 있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이 있었던 것. 당시 권 상무는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을 동시에 고려해 팬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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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팬들은 분산 개최에 대한 가능성을 거의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약 8개월 동안 롤드컵 시즌4는 한국에서만 열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즉, 갑작스러운 분산 개최는 라이엇게임즈의 '말바꾸기'로 받아들여졌고, 약 8개월 동안 이에 대한 어떤 소통도 없었다는 점 역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 분산 개최의 이유,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라이엇게임즈는 6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하며 한국 팬들의 성난 여론을 달래고자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라이엇게임즈의 사과문은 한국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사과의 메시지는 있었지만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고, 동남아 분산 개최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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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에 대한 반응은 싸늘한 편이었다. 특히 팬들은 "개최지와 관련해, 지난 11월 공지 당시에는 수 주에 걸쳐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조별 예선을 여러 나라에서 치른 다음, 2014년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은 한국에서 열자는 것 외에 구체적인 장소는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려사항을 당시 공지에 포함하지 못하였고, 플레이어 여러분들은 대회 전체가 한국에서 단독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게 됐습니다 "라는 해명부터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 밖에 다지역 개최에 대한 열망과 그 동안의 역량 부족, 지역간 균형, e스포츠 열기 함께 나누기, 선수 불편 최소화 대책 등에 대한 부분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팬들은 주로 "취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한 나라의 여러 지역도 아니고 한국-대만-싱가포르 개최는 거리가 너무 멀다", "열기 나누기를 위한 분산 개최라고는 하지만 효율성은 효율성대로 떨어지고 효과는 효과대로 못볼 것 같다", "이동거리, 비자 발급 등 선수의 불편 최소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분산 개최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라이엇게임즈의 한국 지역 홀대에 대한 목소리도 등장했다. 서버 관리에서 드러났던 문제점, 트롤러나 핵 사용 유저 대응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 등으로 인해 불만이 많았던 팬들은 라이엇이 막대한 PC방 사용료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한국 지역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한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얼마 전 라이엇게임즈 프랑스 직원이 "아리는 한국 챔피언이 아닌 일본 챔피언"이라고 언급했던 일도 다시 화제가 됐다.




■ 롤드컵 '꿀잼'은 16강 조별 스테이지?


라이엇게임즈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롤드컵은 예선전이 동남아 지역에서 진행되고 상위 대진 경기들을 한국에서 진행된다. 이는 다양한 볼거리를 경험할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팬들의 거센 항의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팬들은 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을까? 월드컵의 예를 들자면 이해가 쉽다. 월드컵의 32강 조별리그는 팬들에게 경기의 중요도를 떠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약팀이 강팀을 제압하며 이변을 일으키는 장면과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탈락하며 슬퍼하는 강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변'은 늘 팬들을 설레게 한다.(출처: FIFA 공식 홈페이지)

롤드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상위 라운드는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강팀들 간의 대결로 좁혀지게 마련이다. 물론 강팀들 간의 치열한 대결 역시 재미있는 볼거리지만, 팬들은 16강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대진과 예측 불가능한 승부에도 많은 기대를 걸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팬들은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롤드컵 분산 개최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 '분산 개최'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팬들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롤드컵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세계 각국의 대표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만약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16강에서 유명 해외팀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우리나라 팬들은 해외의 인기 선수들을 만나볼 기회를 잡지 못한다.




■ 협회장의 편지와 라이엇 사과문에 대한 상반된 반응.


사과문보다 약 3시간 정도 빨리 공개된 '협회장의 편지'는 라이엇게임즈에 대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의외의 효과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 관련 커뮤니티들 살펴본 결과 팬들은 협회장의 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납득하고 이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라이엇게임즈의 사과문에는 더 반발하는 모습이었다.

▲ 최근 팬들은 라이엇게임즈 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협회장의 편지가 공개되자 적지 않은 팬들이 소통에 적극적인 전병헌 협회장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거두는 모습이었다. 협회는 "조별예선 동남아(대만, 싱가포르 등) 진행은 3월 달에 처음 알게 됐다", "서울에서 8강부터 결승까지의 장소 대관을 완료한 상황", "라이엇의 결정은 협회로서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일반 팬들이 알기 어려운 그 동안의 상황을 밝혔다.

'한중 대항전'에 대한 계획까지 밝히며 팬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했던 협회장의 편지와 달리 라이엇게임즈의 사과문은 싸늘한 반응을 맞이했다. 팬들은 해명의 대부분을 '변명'으로 받아들였고, 분산 개최의 이유에 대해서는 '반박'과 '불신'으로 대처했다.

심지어 "여러분의 따끔한 지적으로 저희는 한국 플레이어들이 조별 예선 역시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기대하는, 수준 높은 e스포츠 팬이라는 점을 간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는 부분은 한국 팬들의 감정을 건들기도 했다. 현재 이 부분은 오역이었음을 밝힌 뒤 "여러분의 따끔한 지적으로 저희는 조별 예선 역시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기대하는 한국 플레이어들의 열망을 간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로 수정되어 있다.

▲ 사과문 오역으로 문제가 됐던 부분, 현재는 수정되어 있다.





■라이엇, 한국 '팬심' 진정시킬 묘수 있나?


진정되지 않고 있는 '팬심'을 보고 있노라면 논리적, 합리적인 설득의 단계는 이미 지난 듯 보인다. 첫 사과문이 기대한 만큼의 진정 효과를 내지 못했고, 분산 개최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한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팬심이 돌아올 만한 상황도 아닌 듯 하다.

라이엇게임즈는 한국 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달래줄 묘수를 갖고 있을까? 1차 사과문의 효과가 미미했던 만큼 보다 더 설득력있고 호소력이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이대로 별 대응 없이 롤드컵을 치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다.

상황은 다르지만 얼마전 '2연속 GSL 스튜디오 결승전 논란'에 대한 곰exp의 대처가 떠오른다. 채정원 본부장은 스타2 팬들의 비난에 맞서 '솔직함'으로 대응했다. 사과와 함께 스튜디오 결승 개최에 대한 주된 이유를 '비용 문제'라고 솔직히 밝히며 응원을 부탁했고, 이후 비난의 목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모든 스타2 팬들이 마음을 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채 본부장의 대응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