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픽셀리티게임즈 ⊙장르: 캐주얼 VR
⊙플랫폼: 기어 VR, 오큘러스 GO ⊙발매일: 2020년 2월 13일 1차 테스트
SK 텔레콤과 픽셀리티게임즈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신규 프로젝트 '크레이지월드VR'의 베타테스트가 2월 13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크레이지월드VR'은 넥슨의 캐주얼 게임인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의 IP를 활용한 다중접속 VR 게임으로, WIFI 접속 사용자 외에 5G 사용자들도 같은 공간에서 만나 함께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현된 것이 특징입니다.
픽셀리티게임즈라는 이름이 생소하여 찾아보니, 작년 차이나조이에서 진행된 퀄컴 & 피코 XR 크리에이티브 애플리케이션 대회 결승전에서 VR 대전 격투 게임 '라이즈 오브 더 폴른'으로 금상을 수상한 한국 VR 게임 개발사 '픽셀핌스'의 새로운 이름이더군요.
인벤에서도 과거에 픽셀핌스와 두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의 철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남들도 다 만드는 뻔한 VR 콘텐츠에서 탈피하여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모토로 삼은 개발사인 만큼, 그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VR 게임 '크레이지월드VR'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부담 없고 쉬운 VR 체험 담았다
IP 팬은 물론, VR 초심자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도록 꾸며진 게임 플레이
대부분의 스탠드얼론, 모바일 VR 게임들은 혼자서 플레이하는 싱글 게임이 많습니다.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더라도 약 4명 전후의 적은 인원만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크레이지월드VR은 저렴한 모바일 기반 HMD로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도, 한 공간에서 50명의 유저가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현됐습니다.
매번 새로운 VR 게임이 등장하여 화려한 비주얼로 눈길을 사로잡더라도 VR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필수 준비물인 HMD를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았는데요. 부담스러운 가격의 고성능 VR HMD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다른 유저들과 VR 세상 속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크레이지월드 VR의 첫 번째 매력입니다.
실제로 게임에 접속하면 카트라이더, 혹은 크레이지아케이드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동화 같은 분위기의 마을에서 시작하고, 여기서는 함께 접속한 다른 유저들의 아바타를 만나 실시간으로 감정 표현을 하고 셀카를 찍는 등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직접 꾸민 방에 놀러가거나, 자신의 방을 꾸며 친구를 초대하는 것도 가능하죠.
조작도 정말 간단합니다. 걷기 혹은 텔레포트 방식 중 본인에게 편한 이동 방법을 선택하기만 하면 3DoF 컨트롤러의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하늘에 떠있는 비행선에 타거나, 고층 건물에 올라 마을의 경관을 모두 둘러볼 수 있습니다. 카트라이더 IP만 알고 있었을 뿐, VR 게임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유저들이라도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 크레이지월드 VR의 두 번째 매력입니다.
또 하나, VR 초심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에 하나가 '멀미'일텐데요. 개발사인 픽셀리티게임즈는 다년간의 R&D로 개발된 멀미방지 시스템을 적용하여 멀미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도록 구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에서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이나 맵 이동 시에 화면에 암전 효과가 들어가는 등, 멀미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여러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놀이동산처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4종의 미니 게임
단순한 소셜 게임의 한계 넘어,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VR 커뮤니티'를 만들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들만 보면 단순히 VR 속에서 다른 유저들과 만나 소통하는 소셜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크레이지월드VR에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러 미니 게임이 존재합니다. 13일부터 두 달간 진행되는 테스트 기간에는 사격과 양궁, 볼링, 테니스 등 4종의 미니게임이 제공되는데요. 여기서 업적을 달성하면 여러가지 트로피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을 자신의 방에 장식할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미니 게임은 얼핏 보면 단순하지만, 하나씩 분리해서 따로 포장하면 4개의 게임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알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사격은 정면에 등장하는 여러 과녁을 쏴서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맞춰선 안 되는 폭탄이나 유저를 공격하는 괴물의 패턴이 점차 다양해지므로, 계속 도전하여 다른 유저들의 기록을 넘고 하이스코어를 갱신하는 재미가 돋보였습니다.
양궁은 다른 유저와 함께 2인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는 미니 게임입니다. 함께 진행하는 유저와 동시에 활을 쏘기 때문에 상대방의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게 경기가 진행되고, 점수는 실시간으로 상단의 전광판에 표시됩니다. 좌우로 움직이는 과녁부터 멀리서 등장하는 과녁, 그리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매번 긴장감 넘치는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볼링에서는 매번 공을 던질 때마다 랜덤 상자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데요. 상자 속 아이템은 남아있는 핀들을 더 맞추기 쉽게 도와주는 여러 특수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누구나 스페어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볼링에 익숙치 않은 이들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랜덤 상자에서 등장하는 아이템의 성능이 워낙 좋다보니, 볼링에는 다른 유저와의 실시간 경쟁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테니스는 컨트롤러를 라켓처럼 쥐고, 상대방이 네트 너머로 넘긴 공을 받아치는 정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공의 방향을 지정하여 랠리를 이어나갈 수 있으며, 서브를 너무 세게 올리면 라인 밖으로 공이 나가 아웃이 되기도 하죠. 또한, 공을 정확한 타이밍에 치면 별도의 게이지가 쌓이는데, 이 게이지를 모아 강력한 샷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숙련되면 숙련될수록 그 차이를 실감하기 좋은 방식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네 개의 미니 게임 중 테니스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즐겁지만 '한방'이 아쉽다
픽셀리티 게임즈, "두 달간의 테스트 중에도 꾸준히 콘텐츠 추가할 것"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카트라이더 IP 캐릭터로 마을을 활보하며 다양한 유저들과 소통하고, 함께 미니 게임을 플레이하며 경쟁하는 콘텐츠는 기존의 모바일 기반 VR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개발사인 픽셀리티 게임즈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다중접속 환경에서 크레이지월드 VR 수준으로 실시간 플레이가 가능한 VR 게임은 없다"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정도였죠.
하지만 약 30분가량 테스트 버전을 체험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유저들을 크레이지월드VR의 세상에 오랫동안 머물게 할 핵심 콘텐츠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미니 게임에서 다른 이들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 위해 꾸준히 반복해서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니 게임'이기에 한순간 즐기고 만족하는 대부분의 체험형 VR 콘텐츠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유저들이 크레이지월드VR의 세상을 한 번 가볍게 둘러본 후, 더 이상의 할거리를 찾지 못하고 이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가지 기대되는 것은, 현재 게임 내 마이룸에 카트라이더에 등장하는 연습용 카트의 모델링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 모델링을 활용한 카트라이딩 콘텐츠를 추가한다면, 많은 VR 유저들의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혹은 아바타 모델링을 활용한 'VR 크레이지아케이드' 콘텐츠도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개발사 픽셀리티게임즈의 최명균 이사 또한 “경쟁력 있는 국산 VR 게임의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한 시기”라며, 크레이지월드VR의 테스트 기간 동안 다양한 유저 피드백을 받고 부족한 부분에는 꾸준히 패치를 추가해나갈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VR 게임에서 WIFI 접속 사용자는 물론, 5G 사용자들도 한 공간에서 만나 많게는 50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현해낸 픽셀리티게임즈의 기술은 앞으로도 다양한 VR 콘텐츠에 꾸준히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VR 게임 크레이지월드VR이 두 달간의 유저 테스트를 무사히 마치고, 매번 똑같은 형태의 콘텐츠만 쏟아져나오는 국내 VR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계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