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는 e스포츠 태동을 함께한 역사와 전통이 깊은 게임단이다. 스타1 시절부터 KT는 항상 최고를 다투는 많은 팬을 거느린 팀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LoL로 넘어간 뒤에도 KT에는 최고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단순히 잘하는 선수만 영입해서는 게임단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kt 롤스터는 이 부분을 놓쳤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된 결정적 요인이다.

2019년, 명문팀에 걸맞지 않은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kt 롤스터는 자신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장하는 e스포츠 규모에 맞게, 다른 팀의 변화도 긍정적으로 살펴봄과 동시에 육성 및 지속 가능한 시스템 정착이라는 kt 롤스터만의 방향성을 잡았다.

그래서 급선무로 생각했던 게 '육성'이다. 미래의 kt 롤스터를 책임질 '육성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2020년 이를 위해 강동훈 사단을 영입, 이미 완성된 선수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육성 시스템,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육성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서 당장 2020 시즌을 위해서는 경력이 있는 선수로 팀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고, kt 롤스터라는 이름값에 비해 만족스런 성적을 얻진 못했다. 그리고, 2021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던 '에이밍' 김하람을 떠나 보냈다.

이때부터 kt 롤스터 팬들의 걱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팬들은 불안해했다. 또, 답답했다. 그런데 2021 시즌을 앞두고, kt 롤스터가 어떤 방향,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무조건 S급 선수를 영입해라'가 아니었다. 우승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최소, 팬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 중인 사실을 공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 그동안 곪아왔던 kt 롤스터 사무국에 대한 소통의 부재에 대해 보다 직설적인 불만을 표출했고, 스토브리그가 점점 진행될수록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팬들이 kt 롤스터를 사랑하는 만큼, 불만도 극으로 치달았다. 이에 대해 kt 롤스터 측은 KT 스포츠단 송해영 경영기획실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Q. 거두절미하고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부터 말해보자. 이번 스토브리그는 엄밀히 말해 실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기 전, 어떤 계획이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 차질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선수단 예산은 작년에 비해 꽤 늘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육성 시스템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장기적으로 직접 키워낸 선수가 없으면 경쟁에서 힘들다는 내부 결론이 있었다. 그래서 신예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고, 초기에 중심을 잡아줄 S급 선수 1~2명을 영입할 계획이었다.


Q.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FA선수 영입에 대한 시장 경쟁이 치열했다. FA 계획이 있는 상황에서 과열된 경쟁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이 부분은 결과적으로 명백히 우리의 실패다. 팬들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꿔 죄송한 마음이 크다. 힘든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준 코칭 스태프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있다.

투자가 부족하다고 비춰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나은 인프라 구축과 육성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기존 농구단과 함께하던 e스포츠 부서도 별도로 분리하는 등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Q. 올해 초 인터뷰에서도 2019년을 교훈 삼아 방향을 중장기적으로 잡는다고 했는데, 현시점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프랜차이즈 준비 전, 후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그룹 차원에서 팀을 운영하기 위한 조건으로 두 가지 정도를 뽑을 수 있는데, '팬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느냐’, '아니면 ‘e스포츠가 지속 가능 하느냐’에 대해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두 가지 모두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봐 다른 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동향 파악에 나섰다. e스포츠가 가진 잠재력, 새로운 가치에 대해 많이 배우려 했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결과들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조금 더 명확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다.

10~30대가 즐겨보는 e스포츠, 기존 다른 스포츠에 비해 발전 가능성이 훨씬 크고, 잠재력이 있지 않나. 그리고 해외 게임단의 사례를 통해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은 부분을 말씀드릴 시기는 아니지만, kt 롤스터와 함께할 전략적 파트너도 꾸준히 찾고 있는 중이며, 이는 국내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 기업들도 검토 중이다.



Q. 프랜차이즈 전과 후로 나뉜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본격화 이후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

사무국과 코칭 스태프 모두 가장 먼저 생각한 게 육성 시스템이다. 단순히 1년, 2년을 바라보는 게 아닌 kt 롤스터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잡고, 장기적인 비전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강동훈 사단 영입 이후에 육성 시스템 투자에 박차를 가했고, 연습실도 오랫동안 있던 양재에서 여의도로 옮겼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있어 자신감도 있다. kt 위즈(야구단)의 경우도 올해 꽤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야구단 평균 연봉 순위는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종목이 전혀 다르긴 하지만, 우리만의 노하우나 장점들을 잘 접목하면 단기간에는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자신감 말이다.


Q. 팬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죄송스러운 부분이다. 팬분들께 어떤 말로도 심심한 위로가 되진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번 프랜차이즈를 계기로 완전히 달라지는 kt 롤스터가 될 거라는 점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SNS나 팬들과 소통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력들이 배치됐고, 팬들과 가까워지는 kt 롤스터가 되겠다.


Q.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t 롤스터가 기존 명문팀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꼭 다시 도약할 거라는 점을 약속드린다. 이번 실패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게임단의 방향성에 맞춰 지속적으로 팀을 성장 시켜 나가겠다. kt 롤스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