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직, 담백 '폰' 허원석이 말하는 현 LCK
김홍제, 석준규 기자 (desk@inven.co.kr)
'폰' 허원석은 2013년 MVP에서 데뷔해 삼성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하고 중국으로 떠났다. EDG에서도 MSI 우승 등 좋은 성적을 거뒀고, 2017년 '슈퍼팀' 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kt 롤스터로 국내에 복귀했다. 이후 킹존까지 둥지를 옮기며 '페이커' 이상혁과 더불어 꾸준히 롱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폰' 허원석은 2019년 9월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기량 저하가 아닌 건강 문제였다. 컨디션 관리를 최우선으로 해오던 '폰' 허원석이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선수가 아닌 LCK 분석데스크지만, 꽤 반가웠다. 선수 시절, 프레스 인터뷰를 할 때도 시원하고, 거침없는 돌직구 표현으로 기억되던 선수여서 분석데스크를 어떻게 진행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단출한 포장지 대신 속이 꽉 찬 내용물 같은 그의 분석은 시원한 분석을 원했던 팬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Q. 건강상의 이유로 선수를 잠시 중단한 뒤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집에만 있었다. 휴식에 집중하면서 가끔 친구들을 만났다.
Q. LCK 분석데스크 합류는 다소 의외였는데?
2020 스프링 시즌부터 제의가 왔던 팀이 있다. 하지만, 컨디션 관리도 해야 하고, 쉬고 싶다는 내 의지가 강해서 거절했다. 그런데 쉬다 보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팬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마침 라이엇 측에서 분석데스크 제의가 왔고, 섬머 시즌부터 분석데스크에 합류하게 됐다. 팬들에게 좀 더 섬세한 분석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다.
Q. 새로운 사이다 분석으로 갈증을 해소하는 팬들이 많다.
무엇보다 선수의 시야에서 팬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었다. 이런 플레이가 왜 나왔고, 왜 했는지 말이다. 다만, 아직 전달 능력이 부족해서 머릿속 정보를 제대로 제한된 시간에 하기가 쉽지 않더라. 사이다 분석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선수가 실력으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면 도대체 무엇으로 평가를 해야 하나. 그런 평가를 받기 불편하다면 잘해지면 된다.
Q.. 분석데스크에 합류하면서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솔직히 말하면 선수일 때는 나와 훨씬 연관이 있으니까 더 재밌고, LCK라는 콘텐츠에 몰입이 잘 됐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요즘 LCK가 재밌다고 할 순 없지 않나. 나조차도 경기를 집에서 보다 보면 졸릴 때가 많다. 담원이나 DRX 등 특정 팀이 아니면 보기 힘들 때가 있다.
분석데스크 진행을 총 세 명이 하는데, 보통 주요 장면을 두 컷 정도 딴다. 그리고 설명할 때 화면 컨트롤을 내가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꽤 있다. 생방송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기를 보면서 해당 장면이 나올 것 같을 때 미리 스태프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Q. 방송 중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앞서 살짝 얘기한 전달에 관한 부분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스피킹 학원을 등록했다. 그리고 말은 많이 할수록 느는 것 같아서 개인 방송도 제대로 시작해 중계나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다. 그치만 가장 힘든 건 출, 퇴근을 해야 한다는 거다(웃음). 그리고 항상 밤늦게 끝나니까 엄청 피곤하다. 선수 시절에는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는데, 이건 방송을 진행하는 역할이다 보니까 메이크업도 필수고, 이것저것 적응 중이다.
Q. LCK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최근 LCK 구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확실히 DRX가 잘하긴 한다. 상위권에서는 DRX와 담원 게이밍, 젠지 e스포츠가 뭔가 물고 물리는 느낌? T1은 여기 끼기는 좀 부족하고, 아프리카 프릭스보다는 위라고 생각한다. 다음이 아프리카 프릭스와 팀 다이나믹스, 샌드박스 게이밍이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 밑이 kt 롤스터 같고, 설해원 프린스와 한화생명e스포츠는 제일 하위권이다.
Q. 어느 팀의 경기가 가장 재밌나?
담원 게이밍 스타일이 확실히 좋다. 내 입장에서 칼퇴근도 자주 나오고(웃음). 설해원 프린스의 경우는 스프링 때 재밌게 봤던 팀인데 요즘은 그 느낌이 확실히 없다.
Q. 담원과 DRX에 대해 조금 더 설명 부탁한다.
두 팀 모두 공격적인 스타일이지만, 담원은 상체, DRX는 하체가 특출난 팀이다. 그래서 두 팀이 대결했을 때 어느 쪽이 흥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것 같다. 담원의 상체는 정말 잘한다.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정 반대다.
Q. 그러면 역대 팀 중 담원의 상체와 DRX의 하체, 위아래 조화가 완벽했던 팀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음.. 삼성 화이트? 그리고 15 시즌 SKT T1 라고 생각한다. 다른 강팀들도 많았지만, 위아래 밸런스가 완벽하진 않았다.
Q. 하위권 팀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샌드박스 게이밍이 확실히 연승을 달리며 폼이 올라오는 것 같았는데, 설해원 프린스와 경기를 보고 느낀 게 이겼지만, 경기력은 별로였다. '야마토캐논' 감독이 와서 승리한다는 말은 아직 시기상조다. 강팀 미드를 상대하는 샌드박스의 경기력을 봐야 할 것 같다.
'페이트' 유수혁이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신예의 패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경험 많은 선수를 만나면 힘들지 않을까 싶다. 노련하고 단단한 스타일의 선수들 말이다. 피지컬 외에 포지션이나 움직임 부분에서 신예 티가 난다.
설해원의 경우는 지더라도 뭔가 시도하려는 의지가 많은 팀이었는데, 요즘은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탑과 미드 라이너 안정감이 부족하다. 고점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저점도 낮다. 선수 입장에서 봤을 때 '저런 플레이를 왜 하지?'라고 생각될 때가 가끔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멤버 자체가 최하위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런데 미드의 힘이 너무 약하다. 5:5 챔피언만 선호한다. 바텀이 실질적 에이스인데, 융화되기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둘이서만 듀오로 솔로 랭크를 하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호흡이 너무 안 맞는다. 개인적으로 '리헨즈' 선수만 가끔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어느 팀이든 다섯 명 중 실력대로 발언권이나 알게 모르게 입지가 다져진다. 그런데 LoL이라는 게임은 미드와 정글 목소리가 커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바텀의 목소리가 커지면 조금 힘들다.
Q. 현 LCK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어 두 명을 뽑자면 '쵸비'와 '쇼메이커'가 아닌가 싶다. 미드 라이너로서 두 선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간단히 말하면 둘 다 잘한다. 최근 구도나 기세만 보면 '쇼메이커'의 활약이 더 눈부신 느낌이 있다. 캐리를 워낙 자주 하지 않았나. '쇼메이커'가 확실히 라인전을 강하게 주도하려 하는 것 같다. '쵸비'의 경우 라인전도 강력하지만, CS를 정말 잘 먹고, 안정적으로 잘 성장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에게 정말 신뢰를 받는 타입? '우리 미드 '쵸비'는 뭔가 해줄 거야' 같은 느낌을 나머지 선수들이 속으로 모두 느낄 것 같다. 이게 굉장히 크다. 심적으로도 편한 게 있을 거다. 이런 신뢰는 대회도 대회지만, 스크림에서 온다. 사실 모든 선수들이 말로는 '믿는다.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해도 사람이다 보니까 속마음은 다른 경우도 많다.
Q. 나머지 팀들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T1은 앞으로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프리카는 크게 변수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딱 이 정도 순위권 느낌? kt 롤스터는 처음 멤버만 보고 4위 정도라고 생각했다. 내부 사정은 몰라도 뭔가 호흡이 잘 맞는 느낌은 아니다. '소환'은 딜 챔피언을 잘 다루고, '스맵'은 오더에 장점이 있다. 미드는 '쿠로'와 '유칼'인데, '유칼'은 데뷔 시즌 이후 계속 하락세다. '쵸비'와 경쟁하던 유망주 미드가 맞나 싶다. 결국, '에이밍'이 에이스다.
담원은 아쉬운 점이 강팀과 대결에서 나타난다.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뭔가를 주면 훨씬 큰 것을 가져와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 바론을 줘도 이기는 경기가 있는데, 바론을 주면 넥서스를 가져오려다가 지기도 하고, 빨리 끝낼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천천히 할 때 천천히 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할 줄 아는데, 하지 않는 것과 아예 못 하는 건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엄청난 차이다. 한 번이면 실수여도 계속되면 실력이다.
그리고 가끔 '고스트'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떠오를 때가 있는데, 팀에서 상체 위주로 풀어가며 바텀 지원이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죽지 않는 것만 해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선수 같다.
Q. 얘기를 하다 보니 선수에 대한 갈증이 느껴진다.
미드 라이너를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다. 선수를 하고 싶긴 한데, 올해까진 일단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확실히 해야겠다고 느낀다.
Q. 흥미로운 인터뷰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분석데스크의 일원이 되겠다. 조만간 개인 방송에서 중계도 해볼 생각이니 많이 봐주시고, 플랫폼은 고려 중이다. 아! 근데, 개인방송에서는 재미없다고 생각되는 매치업은 중계하지 않을 계획이다. 유튜브도 다시 제대로 할 거다. 다양한 것들을 구상 중이며,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멸망전이나 자낳대 같은 대회들도 기회가 되면 참여해보고 싶다. '폰튜브'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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