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종류에 따라 그것을 오디오에 사용했을 때 소리 특성이 다릅니다. 다르지 않다고 믿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분은 그냥 보지 마세요. 이런 측면을 느낄 정도로 예민하실 분만 신경쓰면 되는 측면입니다.
약간의 개인적인 느낌을 써 봤으니, 참고하실 분은 참고하세요. 기본적으로 알칼라인 전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1) 에너자이져
: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합니다. 중립적이며 따스한 소리에, 건조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경향입니다. 구하기 쉬운 것도 장점이고요. 단, 보다 시원시원한 소리를 추구할 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알카바
: 충전이 가능한 게 장점인 전지로, 고역이 화려하며 다소의 예쁜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색이 다소 디지털적인 게 단점이지만, 시원시원한 소리가 매력 있습니다.
3) 로케트 알칼라인
: 가장 구하기가 쉽습니다. 소리 경향은 에너자이져와 다소 비슷한데, 보다 더 따듯하면서 전 대역이 다소 불분명한 경향이 있습니다. 가격이 조금 싼 게 장점입니다. 다른 장점이 있기보다도 가장 편안한 소리를 냅니다.
4) 벡셀
: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소리로 꼽습니다. 고역이 거의 안 나옵니다. 누가 줘도 잘 안 쓸 정도입니다. 고역이 너무 많이 나오는 시스템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에너자이져는 벡셀 업체측에서 대리제작한다는 말이 있는데 왜 그렇게 소리는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5) 듀라셀
: 힘 있고 모난 소리 경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듣기가 좀 그런 경향이지만, 사람에 따라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이 에너자이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높을 정도로 비싼 게 가장 큰 단점이랄까요. 장점이라면 재생시간이 오래 갑니다.
6) 까르푸 알칼라인
: 대형 할인마트인 까르푸에서 자사 브랜드로 만드는 전지입니다. 소리 성향은 로케트나 에너자이져와 다소 비슷한데, 로케트보다는 좀 더 분명한 소리를 냅니다. 까르푸에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해보면서 파악한 건 이 정도입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알칼라인 전지의 음질은 니켈 수소 전지보다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망간 전지보다는 훨씬 우월하지만요.
알칼라인 전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글을 약간은 참조해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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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별 음색차이
하지만 파워케이블보다 훨씬 중요한 건 전기의 생산방식입니다. 전달매체에 불과한 케이블보다는 공급되는 전기 자체의 원천적 품질과 특성이 훨씬 중요하죠. 물론 그 정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저가형 시스템에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처음 오디오에 취미를 갖게 된 것은 울산에 살 때였습니다. 당시 저희 집은 가까운 원전에서 전기를 공급받았죠.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로 재생되는 소리의 특성은 뭐랄까 좀 건조하면서 섬세하여 조금은 까끌까끌한 느낌을 줍니다. 음의 미립자들이 선명하게 포착되지만 약간 껄끄러운 터치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전반적으로 아날로그 음원보다는 디지털 음원에 압도적인 친화성을 보입니다. 음악을 통한 개인적 경험보다는 선명한 재생과 각 음의 분리감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원전 가까이 사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서울로 이사온 다음에는 화전(화력발전소)의 전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화전 전기로 재생되는 소리의 특성은 역시 풍부한 볼륨감과 터질 듯한 에너지의 흐름입니다. 힘있고도 묵직한 중저음과 화려하고 열기로 충만한 듯한 고역대의 소리의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깊이있고 명상적인 배음의 맛을 아는 분께는 좀 경박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막 오디오에 입문한 분이나 열정적인 감동을 원하는 분이라면 화전산 전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군생활을 강원도에서 하면서 소양강댐에서 나오는 수력 전기도 써보았는데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역시 전기는 수력이었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엔 좀 잔잔하고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듣다보면 각 대역대의 소리가 모두 충실하면서도 전혀 튀지 않고 매끄러운 조화를 이루는 데 반하게 되더군요. 분리감이 탁월하면서도 전혀 모나지 않게 마치 물이 환경에 따라 각양각색의 색깔과 모양과 성질을 품어안듯이 감싸안아주는 기분이랄까요.
참.. 발전기 종류에 따라서만 다른 게 아니라 생산재료의 질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수력전기도 장마철이 지나 물이 혼탁할 때는 음의 질감도 영 떨어집니다. 화전 전기도 마찬가지, 갑자기 어느 날 소리가 은근히 차분해지면서 정열적이기보단 정제된 활기로움의 느낌이 들기에 알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중동쪽의 정세 불안과 원유공급 차질로 공급선을 두바이유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로 바꿨더군요.
우리나라엔 재처리 원전이 없어서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의 차이를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내년에 유럽에 가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유럽은 대체에너지 개발이 활발하죠. 풍력과 태양열, 태양광 전기의 느낌도 조사해 볼 계획입니다.
ㅎㄷㄷ. 만원짜리랑 10만원짜리 이어폰으로도 구별이 안되는 저는 귀머거리 인가요? ㅜㅜ
* 번외편으로 계절별 음색차이, 공시디종류별 음질차이 등이 있다고 하네요.
AV쪽은 등쳐먹기 딱 좋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