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조사 절차에 대한 규정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절차가 야당의 단독적인 행위가 아닌 미국 의회의 권위를 담은 공식적인 절차라는 것을 선포한 셈이다. 다만 공화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는 제로(0명)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여당의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하원이 통과시킨 결의안은 그간 하원 정보위원회를 중심으로 외교위원회, 정부개혁감독위원회 등 3개 상임위가 진행한 탄핵 조사를 앞으로 정보위 중심으로 진행하며 비공개로 진행한 증인들에 대한 청문회도 공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위는 탄핵조사를 마치면 관련 내용을 법사위에 보고하고, 법사위는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권고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결의안은 찬성 232표, 반대 196표로 통과했다. 4명은 기권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 성향이 강한 지역구 출신인 제프 밴 드류·콜린 피터슨 등 2명이 반대했고, 1명은 기권했다. 반면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에 찬성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결국 탄핵 조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단 한 명의 이탈자도 나오지 않은 공화당의 결집력은 탄핵 가능성에는 의문을 남겼다. 하원이 과반수 표결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킬 경우, 탄핵 심사를 하는 것은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의석 정족수의 3분 2이라는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 최소 20명이 찬성해야 한다. 1970년 워터게이트로 낙마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결의안은 찬성 410표, 반대 4표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이날 표결 후 “공화당이 왜 진실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트위터를 남겼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직후 트위터에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며 “탄핵이라는 날조가 미국 주식시장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탄핵조사라는 사기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비난하며 약값 인하와 인프라 정비 등 경제 정책 추진에 주력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던 약 4억달러 규모의 군사원조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등을 연계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추수감사절(11월 28일)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