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서 부상해 훈장을 받은 미 육군 중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민주당의 탄핵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자 미국에서 때아닌 애국자 논란이 빚어졌다. 중령이 구소련 출신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게 트럼프 지지자측 주장이다. 당장 전장에서 훈장까지 받은 애국자를 폄훼한다는 비난이 공화당에서도 나왔다. 발단은 폭스뉴스였다.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의 의회 출석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빈드먼 중령이 구소련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진행자와 전문가 패널의 발언을 내보낸 것이다. 진행자 로라 잉그러햄과 패널들은 빈드먼 중령이 미국보다 우크라이나의 이해에 부합하게 행동하는 것 같다며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흘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파견 근무 중인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직접 들은 당국자 중 처음으로 의회 증언에 나선 인물이다. 그는 전화통화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고 미리 공개된 서면진술서에서 밝혔다. 빈드먼 중령은 3세에 가족과 구소련을 도망쳐 나온 이민자 출신이다. 그는 서면진술서에서 가족이 이뤄낸 '아메리칸 드림'에 자부심을 드러내면서 자신은 미국의 가치와 이상에 깊이 공감하는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빈드먼 중령은 이라크전에서 폭탄 공격을 받고 부상한 군인에게 주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가 남다른 미국에서 보수 매체 폭스뉴스가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장에 나간 군인의 애국심을 문제 삼은 셈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도를 넘는 주장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 론 카인드 하원의원은 "우리를 위해 총탄을 맞고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중령의 애국심을 문제 삼는 게 그들이 하는 일의 전부라면, 음, 행운을 빈다. 맙소사"라고 말했다. 공화당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은 "빈드먼 중령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빈드먼 중령을 깎아내리는 대열에 가세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도 "그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사람이고 그의 애국심을 공격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빈드먼 중령을 포함,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전현직 당국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부패한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의 전화통화가 '트럼프를 절대 지지하지 않는' 오늘의 증인을 걱정시켰다고 한다. 같은 통화를 들은 것 맞나? 불가능하다!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오늘의 증인'은 빈드먼 중령을 지칭하는 것이다. CNN방송에서도 숀 더피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나와 빈드먼 중령을 폄하하는 주장을 하다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빈드먼 중령이 미국의 정책을 염려한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고국에 친밀함을 갖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진행자인 존 버먼이 "당신은 미국 방어보다 아일랜드의 방어를 우선한다는 뜻이냐"라고 반박했다. 더피 전 의원이 아일랜드계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하원에서 진행된 비공개 증언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빈드먼 중령에게 애초 우크라이나 의혹을 제기한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알아내려는 듯한 질의를 계속 하다가 민주당 의원들과 고성을 지르며 맞섰다고 CNN방송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빈드먼 중령에게 내부고발자에 대한 질의가 집중되자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이 제지했고 공화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결국 고성 대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빈드먼 중령은 내부고발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