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LCK는 시즌 개막전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전통의 강호 SKT는 말할것도 없고, 이적시장을 거치면서 수많은팀의 보강이 이뤄졌다. KT, 아프리카, 롱주 등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반면 보강없이 끝낸팀도 있었다. 이들의 강점은 기존의 탄탄한 팀워크. 그리고 콩두는 이런 팀워크를 유지한 팀중 하나였다. 시즌 개막전 보여준 모습은 팬들을 기대하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된 이후 뚜껑을 열어보니 콩두의 모습은 무기력했다. 연일 이어지는 패배에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자신감이 하락하고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2월15일 드디어 콩두는 첫승을 신고한다.

오늘은 콩두의 첫 승리를 안겨준 경기에 대해서 리뷰해보고자 한다. 이들은 정말 기대에 못미치는 팀인지, 앞으로 기대할만한 팀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1. 밴픽구도

   최근 LCK에서 렝가와 카밀은 더이상 필밴카드가 아니다. 팀에 따라서 다른모습을 보여주지만, 카밀 혹은 렝가 둘중 하나의 카드는 바루스가 대신하게 되면서 항상 열리게 되었다. 이날도 역시 렝가는 협곡에서 사냥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콩두가 블루 진에어는 레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콩두는 말자하, 제이스, 자이라와 같은 전통적인 강자들을 밴하였고 진에어는 르블랑, 바루스, 카밀을 밴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게 없는 밴카드 사용이였다.

이어지는 픽에서 당연히 콩두가 렝가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콩두는 애쉬를 먼저 칼픽하는 선택을 보여주게 된다. 여기서 바라볼 수 있는 점은, OP라고 분류되는 챔피언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OP챔피언의 장점이라면 게임 전체 혹은 특정 시점에 있어서(특히 초반) 말도 안되는 강력함을 보여주거나, 대처 혹은 예측이 불가능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하자면 OP챔피언의 존재 자체로 얻게되는 자신감이라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승률이 좋고, 자신이 플레이에 자신감이 있는 픽을 가져가면 플레이가 편해지고 다소 안좋은 상황이 나오더라도 '언제든 이길 수 있다' 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콩두는 여기서 OP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라, 자신감에 초점을 맞췄다. 콩두의 가장 큰 문제점은(필자가 생각하기에) 연이은 패배에 따른 자신감 하락이였다. 따라서 잘 다룰 수 있고, 자신있는 챔피언을 뽑는게 더 중요한 상황이였다.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 콩두는 쏠선수의 애쉬요청과 펀치선수의 자신감을 믿고 애쉬를 먼저 선택한것이다.

사실 렝가의 티어가 내려가면서 그레이브즈와 카직스를 가져가고 렝가를 내어주는 모습도 많이 나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특별하지만은 않은픽이였다.

   진에어는 여기에 이어서 진과 렝가를 가져간다. 렝가는 상대가 가져가지 않았으니 당연한 픽의 순서였고, 진의 경우에는 바루스가 없는 시점에서 애쉬와 나눠갖는 구도가 가장 많이 나오는 원딜이다. 두번째 밴 페이즈가 지나면 밴될 위험이 크기에 진을 먼저 뽑았다고 볼 수 있다.

그 뒤에 콩두는 그레이브즈와 카르마를 가져가면서, 정글과 바텀의 주도권을 쥐는 픽을 완성했다. 말자하/자이라가 밴 당한 시점에서 가장 무난한 서폿인 카르마와 최근 좋은기량을 연이어 보여주며 자신감이 상승한 펀치의 그레이브즈를 챙겨줬다.

   진에어는 탐켄치를 가져오면서 바텀을 완성하는데, 탐켄치는 최근 자주나오는 바텀 서폿중에 유일한 근거리 챔피언이다. 폭딜메타가 각광을 받는 시점에서 한번 살려줄 수 있다는 점과 궁극기를 통한 빠른 합류 등 유틸성이 뛰어나서 사랑받는 서포터이기에, 대부분의 서폿이 밴 된 시점에서 가장 무난한 픽이라고 볼 수 있었다.

   두번째 밴 시점에서 진에어는 라이즈/카시오페아 콩두는 쉔/신드라를 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에어는 여기서 미드 코르키를 염두에 두고 엣지가 좋은 활약을 보여온 카시를 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콩두 역시 어느정도 오리아나를 염두에 두고 합류구도에서 좋은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쉔과 미드라인전이 강력한 신드라를 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두번째 픽시점에서 콩두는 마오카이와 오리아나를 통해 완성도 갖춘 단단한 조합을 완성하고, 진에어는 상대 뚜벅이 챔피언이 많은 특징을 노려 익수의 스페셜카드중 하나인 그라가스를 꺼낸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출처 : NAVER  콩두 vs 진에어1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양 팀의 조합을 한번 더 살펴보자면, 콩두는 단단하고 안정적인 후반을 바라볼 수 있는 픽을 준비했다. 연이은 패배에 픽으로 특별한 반전을 주기보다는 자신있고 연습을 많이한 자신들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조합을 구성했다.

진에어는 초반부터 라인 주도권을 바탕으로 원거리 지원과 합류구도에 장점을 보이는 픽들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그라가스를 통한 변수를 노린 조합을 준비했다.

확실히 계획대로 경기가 흘러간다면 재미있었을 것이다.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2. 초반부터 시작된 스노우볼

   중계화면상으로 경기가 시작되면, 늘 바로 화면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우물에서 달리는 시점부터 보여줬지만 최근에는 어느정도 챔피언이 이동한 시점부터 중계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날의 경기는 이 바뀐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초반부터 사고가 발생했다.

중계화면이 시작되고 협곡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퍼스트블러드가 터진것이다.

 

미니언이 오기전에 돌아오겠소. (출처 : NAVER  콩두 vs 진에어1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여기까지는 그래도 '사고'의 범주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엄티는 여기서 본 손해를 메꾸고자 적 정글에 들어가고, 거기서 적에게 들키며 게임시작 2분만에 2데스를 안고 경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 상황을 다시 돌이켜 보자. 최근 경기에서 마오카이가 등장하면 어느팀을 막론하고 칼날부리 시작을 하게된다. 따라서 칼날부리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게 되는데, 탑에 가까운 레드쪽 칼날부리가 그 격전의 중심이다.

   진에어의 생각은 이러했을 것이다. '상대 마오카이가 나왔으니 묘목을 통해서 초반 아군 칼날부리 스타트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가 부쉬를 체크하고 미리 대비하자.' 하지만 콩두는 이를 예상하고 1렙싸움을 미리 준비했다. 강가부쉬에 먼저 자리잡은채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엄티의 렝가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부쉬를 확인하기 위해서 q를쓰면서 진입했고, q가 나가는 타이밍과 동시에 카르마의 만트라Q를 맞아버렸으니, 엄청난 사고임에 틀림없었다.

   여기서 그레이브즈는 체력손실이 거의 없었기 떄문에 자연스럽게 마오카이와 칼날부리 시작을 선택하게 된다. 이를 예측한 엄티는 이대로 가면 질 수 밖에 없다. 초반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 라는 생각에서 상대방 정글로 뛰게 되는데, 이 시점에는 이미 바텀에서 대기하던 애쉬가 와드를 박았던 상황이였고 렝가가 칼날부리로 들어오는 모습이 콩두의 시야에 포착된다. 따라서 카르마와 오리아나가 합작하여 엄티에게 두번째 죽음을 선사하게 된다.

   초반 인베에서 콩두가 본 이득은 2킬만이 아니였다. 상대 정글은 말릴대로 말렸으며, 초반 인베과정에서 박아둔 그브의 제어와드는 상대 정글 동선을 파악하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또한 정글의 레벨차이와 주도권 차이를 바탕으로 상대 정글에 시야를 장악하였고, 미드는 1킬 1어시를 바탕으로 한 2도란과 경험치 우위를 통해서 미드를 압박하여 귀환시키며 격차를 벌려나갔다.

   그레이브즈가 아군 레드에서 시작했음을 아는 익수의 그라가스 역시 마오카이를 상대로 주도권을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인베싸움 한번에 탑/정글/미드의 상체가 통쨰로 무너진 것이다.

 

애쉬의 와드가 신의 한수가 되었다. (출처 : NAVER  콩두 vs 진에어1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3. 콩두의 스노우볼 굴리기

   콩두는 이 스노우볼을 놓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꾸준히 적 정글의 시야를 장악했으며, 그레이브즈는 라인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칼날부리를 쉴새없이 빼먹는다. 격차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렝가는 존재감을 상실하게 되었다. 사실상 이 시점에서 콩두의 큰 실수가 없는 한 진에어는 돌이키기 힘든 게임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 상대의 조합은 후반지향형 조합. 후반을 바라본다고 게임을 역전할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이 아니였다. 초반부터 이득을 취하고 시작한 후반 한타조합의 강함은 지난 LCK경기들을 통해서 수없이 증명되지 않았던가.

 

정글 시야를 완벽하게 장악했다.(빨간 동그라미 안) (출처 : NAVER  콩두 vs 진에어1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스노우볼이란 반드시 킬과 연결될 필요는 없다. 라인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먼저 라인을 밀어넣으면서 포탑의 체력을 깎아놓고, 먼저 이동해서 오브젝트를 챙기다보면 자연스럽게 골드격차가 벌어지고 승리한다. 이는 과거 삼성의 탈수기 운영과 현재 KT의 운영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탈수기로 대표되는 두 팀이 아니라도,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들의 경기는 항상 많은 킬과 화려한 장면만이 보이는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원래 그런것처럼 격차가 벌어지고 승리하는 경기가 연결된다.

   이때 필요한게 변수인데, 진에어의 조합은 이 시점에서 특별한 변수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라가스의 술통폭발로 인한 잘라먹기 혹은 탐켄치의 궁과 렝가의 궁을 통한 짤라먹기 등 어떤 방식으로든 짤라먹기를 해야하지만, 정글의 주도권을 잃고 시야를 모두 장악당한 상황에서 이러한 플레이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콩두는 승리가 가깝다고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변수만 내어주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하였고, 중반이 되면서 성장한 챔피언들은 그 기다림을 달콤한 열매로 보상해주었다.

 

   23분경 탑지역에서 펼쳐진 한타는 사실상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미드 포블을 시작으로 바텀 역시 자연스럽게 밀어낸 콩두는 마지막 남은 탑지역의 포탑을 향해 진군하였다. 이 시점에서 진에어의 선택지는 두가지가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깔끔하게 내어주거나 한번 힘줘서 막음으로써 스노우볼을 한번 늦추는 것이였다.

   진에어는 여기서 약간의 실수를 저지른다. 상대의 위치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대가 탑으로 올라올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였다. 하지만 골렘을 먹으려다가 진/렝가/탐켄치 세명이 끊기는 참사가 일어나게 되고, 이는 바로 바론과 탑타워로 연결된다.

 

잘큰 그브의 화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출처 : NAVER  콩두 vs 진에어1세트 - OGN 중계화면 캡쳐)


   바론을 바탕으로 콩두는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천천히 진에어를 압박한다. 세계수로 성장한 마오카이를 앞에 두고 천천히 한타에서 집중력을 잃지않고 진영을 유지하면서.. 이후에도 익수의 그라가스를 통한 노림수 등 진에어에서도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

   하지만 콩두는 여기서 방심하거나 실수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기량이 LCK에 머무르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시작은 사고로 비롯되었으나, 승리에 대한 콩두의 열망은 작은 불씨 하나면 활활 타오르기에 충분했다. 앞으로도 자신들의 기량을 자신있게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