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leagueoflegends.co.kr/?m=news&cate=champion&mod=view&schwrd=&page=1&idx=251524#.VYzO7_ntlBc



안녕하세요, 소환사 여러분. 오늘은 ‘물고기 탱커’라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탐 켄치라는 챔피언으로 탄생할 수 있었는지 챔피언 기획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게임 디자인
게임 기획 담당자 ZenonTheStoic

탱커가 팀에 기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아무무나 세주아니처럼 적팀 전체를 제압해 순식간에 궤멸시킬 수 있도록 상황을 연출해주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아군이 상대 팀을 제압해 가장 강력한 챔피언을 처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형이 있습니다. 군중 제어기를 연계한다든지 (예: 레오나의 흑점 폭발에서 천공의 검, 여명의 방패로 이어지는 공격) 아군 진영으로 적을 던지거나 끌고 오는 (예: 신지드, 볼리베어, 스카너) 거죠. 하지만 이런 유형과는 차별화되는 방식으로 팀에 기여하는 탱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탐 켄치를 기획하게 되었죠. 아트 팀이 고민한 끝에 이 큰 캐릭터로 결정했 는데, 이렇게 정해진 모습을 바탕으로 ‘집어삼켜 버리는’ 스킬을 고안하게 됐습니다.캐릭터에 어울리면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죠.


  탐 켄치는 아군도 집어삼킵니다. 처음 구상은 적을 대상으로 하는 스킬이었기 때문에 아군을  삼킬 수 있게 해도 괜찮을지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도해 보니 “전장의 택시, 탐 켄치”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고의로 게임을 망치려는 플레이어가 악용할 소지가 없진 않지만, 믿음직한 아군이 탐 켄치를 플레이해 줄 때는 든든한 기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탐 켄치는 벽을 사이에 두고도 아군을 삼키거나 뱉을 수 있고 트린다미어처럼 적에게 빠르게 다가가기 힘든 챔피언을 적 앞으로 신속하게 데려다 주기까지 합니다. 아군은 잠깐의 행동 불가 상태가 끝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 뛰쳐나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투 중인 아군을 빼낼 수 있는 능력은 정말 유용합니다. 나미의 물의 감옥이나 바이의 궁극기 등을 피하게 할 수도 있고, 몸이 약한 아군이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충분히 구해낼 수 있습니다. 특히 공격력은 강하지만 체력이 낮아 교전을 피하거나 후방에서만 싸워야 했던 챔피언이라면 탐 켄치의 집어삼키기를 믿고 좀 더 과감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겁니다.


  
“이거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군중 제어기를 한 챔피언에 모두 쏟아 부어 거의 처치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탐 켄치가 갑자기 나타나서 꿀꺽 삼키고 도망가면 어쩌라는 거죠?”

네, 그렇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 요소를 통해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집어삼키기는 꽤 요긴한 스킬이긴 하지만 탐 켄치에게 보통 탱커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은 대체로 없는편입니다. 적을 옴짝달싹 못 하게 제압할 수도 없고 유틸리티* 광역기도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아군을 삼켜 구하는 능력이 굉장히 유용하긴 하지만 몇 가지 단점도 있습니다. 이 스킬은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아서 공격받는 아군을 구하려면 항상 가까이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탐 켄치의 골드 보유량은 서포터 수준이라 다른 챔피언들만큼 아이템으로 체력을 보강하기는 어렵죠. 그러니 탐 켄치의 아군을 노릴 땐 그 옆에 붙어 있는 탐 켄치를 먼저 처치해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탐 켄치가 아군을 삼켜버렸다면 다시 내뱉을 때까지 시간이 약간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수적 우세를 잘 이용해볼 수도 있고요.

“그럼 적을 삼키면 어떻게 되나요?”

집어삼키기 스킬을 사용하면 전투 중에 적을 삼켜 몇 초 동안 적의 시야를 없애버립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하죠. 그래서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했습니다. 탐 켄치가 돌아다니다가 아무 때나 적을 집어삼킬 수 있게 하는 건 너무 과하기 때문에 스킬 시전을 지연시키거나 시전에 필요한 조건을 붙이려고 했죠. 말파이트는 궁극기인 멈출 수 없는 힘을 시전하는 데 아무런 조건이 없어 언제든지 궁극기로 이니시*가 가능하고 바로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재사용 대기시간이 매우 깁니다. 하지만 탐 켄치의 경우, 기존의 탱커들이 적을 제압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기로 한 터라 말파이트처럼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기본 지속 효과로 중첩을 쌓아 시전하는 방식으로 결정했습니다. 탐 켄치는 적 챔피언을 꿀꺽 삼켜 몇 초 동안 싸우지 못하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먼저 대상에게 기본 공격을 몇 차례 해야 합니다. 즉, 시간도 걸리고 적 가까이 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하며 곧 집어삼킬 거라는 걸 적 팀에 알려주는 셈이 되니 적 팀 입장에서도 충분히 막을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다른 스킬도 굉장히 독특합니다. 회색 체력은 격투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요소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처음으로 도입됩니다. 또한 아군을 이동시켜줄 수 있는 궁극기는 측면 공격에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 켄치를 가장 색다르게 만들어 주는 건 역시 집어삼키기입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이 독특한 스킬을 최대한 활용해 상대의 혼을 쏙 빼놓을 수 있길 바랍니다.

게임 아트
아트 담당자 Skeeziks와 Lonewingy

아이디어 구상

구상 단계에서는 먼저 전반적인 목표를 정해둔 다음 최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에 집중합니다. 탱커라는 역할을 염두에 둔 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모았고 몇 주 후에는 꽤 그럴듯한 후보를 대여섯 개 정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안을 추려냈죠.


눈물을 머금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외한 뒤 입이 큰 괴물과 공포의 탱커로 후보를 좁혔습니다. 둘 모두 독특한 개성을 자랑했죠. 입이 큰 괴물 캐릭터는 그 입을 주 무기로 썼고 공포의 탱커는 시야를 제한해서 적을 공포로 몰아넣는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텁수룩한 수염을 자랑하는 독일인이자 열렬한 메탈 팬인 기획자 ZenonTheStoic은 두 번째 후보를 더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 두 캐릭터의 모습을 대충 그려보고 정하자고 했는데, Lonewingy가 이런 이미지를 그려 왔습니다.


 이 스케치는 구체적인 챔피언을 정해 놓고 그린 건 아니었습니다. ZenonTheStoic은 시야를 제한하는 스타일에 집중했고 저희는 입이 큰 괴물을 물고기 캐릭터로 잡고 기획해 나가다 보니 점점 이 두 아이디어가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물고기는 대체로 입이 커다랗죠. 그 모습이 커비, 요시, 팩맨처럼 삼키는 스타일의 게임 캐릭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아직 선보인 적 없는, 다른 캐릭터를 집어삼키는 챔피언으로 결정하고 보니 비주얼과 게임 플레이 방식은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게다가 ‘피쉬 탱크(물고기 탱커)’라고 부르면 여러모로 의미가 통하니 안성맞춤이었죠.

아이디어 구체화

이렇게 기본 비주얼과 테마를 정한 후에 세부적인 특징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빛으로 먹잇감을 유혹하는 심해 아귀의 모습으로 그려 보았지만, 저희가 원했던 익살맞으면서도 무시무시한 분위기는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개성과 지성을 더해 느낌을 살려보고자 했죠.


커다란 입으로 그냥 물리적인 피해만 입히는 게 아니라 달변으로 적을 속이고 상대를 집어삼키겠다는 사악한 의도는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에 가려 보이지 않는 캐릭터를 상상했고, 새 스케치로 그런 이중성을 잘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상대를 집어삼키겠다는 사악한 의도는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에 가려 보이지 않죠!”


옷을 보면 스타일이 나오죠

그리고 탐 켄치의 옷차림으로 이런 이중성을 더 강화해 보았습니다. Lonewingy의 첫 스케치에서 탐 켄치는 작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 기품 있는 듯한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죠. 탐 켄치는 큰 입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 큰 입으로 상대를 속이는 달변가입니다. 근사한 옷을 입어 좀 더 사람에 가까운 모습으로 먹잇감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죠.


 갑옷을 입혀볼까도 생각했지만 캐릭터와 잘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탐 켄치는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 달변가이지 싸움꾼은 아니고, 이야기로 듣는 이의  신뢰를 사기 때문에 방어구 같은 건 필요 없을 겁니다. 
 대신 코트를,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벌을 입혀봤습니다. 탐 켄치는 사람들이 입는 옷을 입기엔 너무 비대하기  때문에 코트 두 벌을 꿰매 이어서 입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익살맞으면서도 무시무시한 느낌이 잘 살아나는 설정이죠.

“탐 켄치는 큰 입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 큰 입으로 상대를 속이는 달변가입니다...”


성격 묘사
스토리 기획 담당자 WAAARGHbobo


신규 챔피언을 기획할 때마다 스토리 기획 담당자는 스토리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찾습니다. 
탐 켄치의 경우 군중 제어기에 의존하지 않고, 튼튼해 보이지만 기존의 탱커들과는 확연히 다른 챔피언으로 구상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이러한 유형에 맞는 신화와 심리학 이론을 조사했고 룬테라에서 탐 켄치의 성격을 묘사하는 간단한 스토리 개요를 2~12페이지 정도로 여러 개 써봤습니다. 공식 배경 스토리라기보다는 이 챔피언의 성격을 드러내고 게임과 비주얼로 표현할 수 있는 테마를 제시하는 참고 자료에 가까웠죠. 게임 기획 및 아트 작업과 연계해 스토리를 써내려 갔습니다. 컨셉 아트나 초기 스킬 설정처럼 스토리도 기획팀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방법이었죠.

“저 커다란 입이 단순히 식욕 말고도 비정상적인 탐욕이나 불순한 욕망을 나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탐 켄치로 결정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여러 기획안을 두고 고심했지만, 일단 정하고 난 후에는 큰 입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순식간에 틀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이 챔피언에 어떤 성격을 입혀야 재미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커다란 입이 단순히 식욕 말고도 비정상적인 탐욕이나 불순한 욕망을 나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기획팀은 저 작은 모자를 두고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누구는 싫다고 했고, 또 누구는 좋다고 했죠. 하나같이 의외의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순이야말로 탐 켄치의 성격을 말해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걸 바탕으로 최종본이 될 스토리 개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 모자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탐 켄치가 먹을 것, 그 이상에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자를 쓴 괴물의 성격은 어떨까요? 
대체 왜 모자를 쓰고 있는 걸까요? 이 캐릭터가 가진 아이러니를 생각하다 보니 익살맞고 허세와 건방으로 가득한 건달이 떠올랐습니다. 정서적으로 약간은 불안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무시무시하죠. 
탐 켄치는 연옥을 떠도는 악마와 일본의 요괴인 갓파, 성서에 나오는 괴물 리바이어던을 섞어 놓은 듯한 챔피언입니다. 그리고 그의 모자로 표현되는 익살스러움과 그 이면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욕망(이건 나중에 이빨이 삐죽삐죽 솟아 나온 입으로 표현했습니다)은 잘 균형을 이루고 있죠. 가끔 유머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절대 어색하지는 않은 캐릭터입니다.


많은 노력 끝에 탐 켄치의 모습과 성격, 스킬의 핵심 요소를 확실하게 정할 수 있었고 이렇게 여러분께 공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얼굴의 달변가 탐 켄치는 어딘가 기분 나쁘면서도 묘하게 끌리게 되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플레이어 여러분도 이 뻔뻔한 악당을 사랑해주시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 유틸리티: 아군의 기동성을 높여주거나, 적을 이동을 방해하거나, 팀을 위해 시야를 확보하는 등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히거나 받아내는 능력 외의 ‘보조 능력’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 이니시에이팅 - 줄여서 '이니시'라고도 부릅니다. 아군에게 유리하고 적 팀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팀 전투를 촉발시키는 것을 말압니다. 주로 군중 제어기로 적의 발을 묶거나 기동성을 살려 적진으로 파고든 후 아군이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