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템'에서 변신한 '이현우 해설'에게 물었다! 윈터 시즌 예측과 시즌 4 양상은?
김화경 기자 (desk@inven.co.kr)
'깊이와 재미' 통통한 두 마리 토끼, 반드시 잡겠습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많은 영화나 문화 매체에서 수없이 사용된 이 문장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본인에게는 지금까지의 좋은 모습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면을 보여주겠다는 각오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는 설렘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볼 사람들에게는 기대와 함께 흐뭇함을 안겨주는 문장이죠.
최근 이런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꼽자면 단연 이 사람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바로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 해설입니다. 과거 CJ 프로스트의 정글러로서 팀의 창단부터 전성기까지 모든 영광을 함께 했던 '맏형'인 그가, 이제 선수라는 타이틀을 떼고 해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윈터 시즌의 오프라인 예선. 팬들의 모든 이목이 쏠렸던 그의 공식 해설 데뷔 무대는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기가 막히는 애드립과 적절한 표현, 그리고 경기를 보는 날카로운 눈까지 동시에 갖춘 이현우 해설은 경기 내내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해설이 경기를 살린다'는 극찬까지 오고 갈 정도였죠.
인벤에서는 이현우 해설이 해설로 변신하게 된 과정부터 첫 데뷔 무대의 소감, 그리고 시즌 4와 윈터 시즌 예측까지 모두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잡고 싶다'는 이현우 해설과의 인터뷰,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인벤과의 첫 인터뷰인데,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며칠 전까지 CJ엔투스 프로스트 팀의 정글러였고, 이제는 해설자로 다시 태어난 '클템' 이현우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제야 첫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Q. '향후 계획이 없다'는 이야기 후 굉장히 빨리 다음 소식을 전해주셨는데요(웃음). 어떻게 된 건가요?
과정이랄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좀 급하게 정해진 감이 있긴 하거든요. 해설을 목요일에 들어갔잖아요? 그런데 그 주 월요일까지도 사실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어요. 계속 당황하고 방황하고 있었죠.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말이에요.
알아보기도 정말 많이 알아봤고, 고민도 끊임없이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 결정한 진로는 해설이었죠. 다행히 월요일 저녁에 온게임넷 분들과 이야기가 잘 됐어요. 정규 해설 자리에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오프라인 예선 2일 차인 목요일부터 바로 인사드리게 됐던 거죠.
Q. 해설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어요?
감독님부터 팀원들까지, 팀에서는 반 장난식으로라도 항상 '이 형은 나중에 해설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예전부터 그랬죠. 이유는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팀 나가기 얼마 전에 새로운 선수들, 그러니까 지금의 CJ 식스맨 선수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는데 감독님께서 '앞으로 네 경기를 해설할 수도 있는 사람이니 잘 보여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아직 해설을 하기로 정해지지 않았던 때인데 말이죠.
이렇게 팀원들이나 감독님, 코치님께서 많이 밀어주시고 도와주셨어요. 기운도 많이 북돋아 주시고요. 그렇게 신경 써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더라고요. 모니터링도 다 해주시는지 카카오톡으로 재밌었다고 연락도 해주세요. 정말 감사드릴 수밖에 없죠.
Q. 코칭스태프나 학교생활 등 여러 다른 진로가 있었을 텐데, 해설자로서의 길을 택한 이유가 뭔가요?
그렇겠죠. 감독이나 코치 같은 길도 기회가 있다면 생각해 볼 수 있었겠죠. 원래 선생님이 되는 것도 제 꿈 중 하나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뭐 설명해주고 알려주는 것을 즐겨 하기도 했고, 발표하는 것도 무척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코칭스태프로의 길은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고려하지 않기로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코치나 감독은 선수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하고 싶은 자리가 맞고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도 많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도전하기보다는 차라리 선수로서의 생활을 더 이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코칭스태프라는 것은 팀의 기둥 같은 역할인데, 그런 일에 대한 부담도 있었거든요. 해설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설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제가 더 저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항상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으면서 저를 단련시켜 왔어요. 전 사실 원래 말을 굉장히 못했어요. 웃지 마세요(웃음). 지금도 정말 잘한다고 생각 안 해요.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말을 더듬었어요. 지금도 유심히 보시면 더듬거리는 특정 발음이나 단어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왔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항상 앞에 나가서 더 하려고 하고 그랬죠. 정말 힘들었지만 그렇게 해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저를 더 내몰았던 것 같아요. 토론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도 많이 봤고, 책도 계속 보려고 하고 혼자 떠들기도 많이 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랩을 했던 기억이에요. 말 더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랩을 많이 했어요.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웃음) 연습이 잘 된다고 하더라고요. 빠른 랩으로 속도와 순발력을 올리고, 느린 랩으로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익히고요. 지금은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아요. 빠르게 말하면서도 어느 정도 발음에 신경을 쓸 수 있거든요.
지금도 노력하는 과정이에요. (김)동준이 형이나 다른 분들 말씀하시는 거 보면 기가 막히잖아요. 전 예전의 일도 있고 해서 언변에 대한 동경 같은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해설은 또 하나의 저를 갈고 닦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더 하고 싶었던 거고요.
Q. 정말 대단하네요. 그만큼 반응도 폭발적이었어요. 정규 해설으로는 첫 데뷔였는데 긴장되진 않았나요?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같은 되지도 않는 드립에 웃어주신 분들께 일단 정말 감사드립니다(웃음). 사실 실제로 저를 아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굉장히 많이 떠는 스타일이거든요.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아무것도 못 먹고, 정말 많이 떨고 그래요. 예민한 편이죠.
그런데 안 그런 척을 많이 해요. 선수 시절에 동생들 앞에서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큰형이니까 태연한 척하면서, 막상 손은 막 떨고 그랬어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면서도 말이죠. 다들 아시는 '랜덤픽' 사건 때도(웃음)
떨면서도 괜찮다고 말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니 첫 방송 때도 당연히 떨었죠.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려고 했는데 그날은 그것도 잘 안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잘하니까 잘 될 거라고 해도 귀에 곧이들어오지 않았어요. 다들 저한테 여러 번 해봤으니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정말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한텐 그때 그게 해설 처음인 것 같았고 너무 떨렸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밤을 새우면서 3~40경기를 봤죠. 그동안 있었던 경기들을 보면서 해설자들을 분석했고, 어느 타이밍에 무슨 말을 하는지 보면서 그대로 연습해 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경기장에 한숨도 못 자고 뜬 눈으로 갔어요. 첫날을 마무리 짓고도 잠을 못 잤어요. 그래서 그 다음 날도 밤을 새우고 해설을 하러 갔죠. 사람이 적응하기 때문에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가면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튼 이번엔 그랬어요. 정말 많이 긴장했죠.
Q. 방금 말한 대로 '심장이 바운스', '전부 버려야 돼요' 등의 발언이 큰 인기였는데요. 특별히 해설을 위해 준비한 게 있었나요?
성승헌 캐스터님이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애드립의 트레이드 마크죠. 저도 그런 것을 원해요. 제가 진정 바라는 재미있는 애드립의 표상이세요. 정말 자연스럽고 순간 위트있게 나오는 '드립'들이 정말 대단하죠.
사실 애드립이 인위적이면 재미가 없어요. 저도 당연히 그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필터링을 1단계만 거치고 바로 나가는 거죠(웃음). 대신 고농도의 필터링이 되어야만 해요. 애드립이란게 평소의 정제된 언어처럼 3~4단계의 필터링을 거치고 나면 그때부터 자연스럽지가 않거든요.
1단계 필터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력도 많이 해야 돼요. 책도 많이 보고, 상식도 많이 늘려나가야만 돼요. 그래야 공감대가 형성되거든요. 게임에만 한정된 애드립은 한계가 있어요. 보통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을 많이 보면서 그런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이번 해설을 위해서는 리그오브레전드 세계관이나 스토리를 많이 읽었던 것이 도움이었어요. 원래 뭘 하든 스토리 라인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누가 누구랑 러브 라인이고 누구는 원수고 말이죠. 그런 것들을 녹여서 얘기했던 것이 좀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Q. 스토리 해설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내가 필트오버 보안관'이라는 말이 팬분들 사이에서도 인기였잖아요.
해설에 임하기 전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항상 거의 같았어요. 객원 해설을 할 때도, 이벤트 해설을 할 때도, 지금처럼 정식 해설로 데뷔를 하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어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이 두 팀을 엮을 수 있을까. 이 두 팀의 색깔을 어떻게 표현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머릿속 창고에 넣어놔요.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요. 뭐, 예를 들어 이번에는 케이틀린과 바이가 나왔잖아요. 보통 자주 나오는 듀오인데, 평소에 이 챔피언들을 보면 '케이틀린과 바이는 필트오버의 보안관으로 알아주는 듀오인데…'하고 생각해두는 식이에요.
이번에 올라온 에얼리언웨어 안드로메다 팀 있잖아요. 그러면 이 팀의 경우는 '안드로메다 팀이 경기력이 안드로메다로 가면 안 되는데'같은, 어떻게든 엮을 수 있는 것들은 틈날 때마다 생각해서 넣어두곤 해요.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도 계속 생각해서 말이에요.
Q. 그런 것치고는 이현우 해설의 특징인 깊이 있는 시각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실 재미와 깊이 중 어느 부분에 치중할 것인가는 모든 해설하는 분들의 딜레마일 수 있는데, 저는 깊이와 재미를 둘 다 잡고 싶어요. 이 두 마리 토끼가 뼈밖에 없다고 해도 잡고 싶어요. 한 마리의 통통한 토끼보다는, 두 마리 앙상한 토끼를 잡아서 키우고 싶네요.
보통 저는 깊이를 위해 데이터나 많은 수치들을 준비하는, 그런 '준비된 깊이'의 해설은 아니에요. 선수 때부터 그런 부분이 습관이 됐거든요.
저는 사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그 경기들이 매번 서로 다른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전에 그 팀이 어떤 경기를 해왔든 간에, 그런 누적된 수치들이 새로운 경기를 해설하는 데 있어 깊이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전 이 살아있는 새로운 생명체들을 순간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경기가 시작되면 그 경기에 깊이 몰두하는 편이죠. 이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며, 변수는 뭐가 있는지 하는 것들요.
앞서 말씀드렸던 재미 쪽은 사실 중계 중에 신경을 써서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평소에 차곡차곡 쌓아뒀던 창고가 '지금이니!'하고 열리는 거예요. 그러면 확 꺼내서 막 던지는 거죠. 순간 생각이 들었을 때 비속어만 아니면 바로 던지는 편이죠. 그래서 창고를 많이 채워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러면 이번 오프라인 예선 중계 동안의 이틀을 자가 평가해보자면 어떤 것 같아요?
정말 굉장히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너무 부족한데다, 평가할 만큼 일정 이상 표본도 쌓이지 않은 상태잖아요. 지금 당장 제 자신을 평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이틀 동안은 감정 조절도 잘 안 됐고, 목 관리도 안 됐어요. 초보 티가 많이 났죠. 너무 막 질렀던 것 같아요.
Q. 이번에 같이 중계를 하게 된 다른 중계진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선 전용준 캐스터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전용준 캐스터님은 그 자체를 e스포츠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아요.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좌중을 압도하는 능력이시죠. 아리의 '매혹' 스킬처럼 좌중을 매혹해서 경기에 몰입시키는 그 능력. 그런 큰 무대에서의 엄청난 카리스마는 배우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대단하세요.
특히 모든 능력치가 좋으시지만 그런 부분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e스포츠의 대 선배시잖아요. 저도 스타크래프트1 몇만 관중 시대의 수혜자인데, 그 가운데에서 전 캐스터님이 없었다면 e스포츠가 얼마나 심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목 관리를 잘 못하니 발성법도 알려주시고, 많이 챙겨주고 계세요.
성승헌 캐스터님은 제가 가고 싶은 방향 같은 느낌이에요. 애드립을 섞어서 중계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다소 능글맞기도 하시잖아요(웃음). 저도 말장난하는 것을 좋아하고,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섞이는 편이에요. 성 캐스터님의 순간순간 판을 만들어내는 능력 같은 것들이 정말 대단하세요. 시간 내주시면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김)동준이 형은 해설계의 전설이죠. 강민 형이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이었던 것처럼요. 해설을 10년 넘게 하셨잖아요. 그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e스포츠는 정말 격변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흐름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는데, 그걸 전부 따라 잡으면서 장르를 바꿔가며 해설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 정말 전설이에요.
그 기반에는 모두 동준이 형의 능력이 깔려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형은 말을 너무 잘해요. 너무 말을 잘해서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도 있어요. 논리, 문장을 만드는 형식, 순간적인 발음, 말투, 목소리까지. 심지어 외모도 반듯하잖아요(웃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강민 형은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스타크래프트의 레전드죠. 정말 너무 좋아했던 선수라 처음 봤을 때 너무 긴장했어요. '아, 내가 강민과 함께 있다니'라는 생각에 너무 떨렸죠. 강민 형과 저는 정말 굉장히 친해요. 서로 성격도 잘 맞고요.
방금 동준이 형을 설명하면서 e스포츠의 격변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그 기반에는 항상 게임이 있었어요. 즉, 변하지 않는 것은 게임이라는 거예요. 한 게임에서 가장 잘 나갔고, 그것도 가장 어려운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전설을 평가받았던 사람이면 이미 대단한 사람인 거죠.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어요.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는 뜻이죠.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은 뭐든 될 사람인 거예요. LOL에서 티어를 올리는 법에 비유해 볼까요? 모든 프로들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할 거예요. 티어를 올리기 위해서는 한 챔피언을 파서 장인이 되면 된다고요.
챔피언 폭이 좁아도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첫 챔피언을 마스터했다면 두 번째 챔피언을 연습하는 데는 1개월도 안 걸려요. 세 번째 챔피언은 일주일, 그 후 다른 챔피언들은 3일이면 모두 연구할 수 있죠. 하나를 잘하는 것이 어려운 거지, 그 후의 나머지를 잘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모두 챔피언 연구를 그런 식으로 하고요.
비유가 이해되셨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강민 형을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해요. 게이머 시절 가지셨던 철학이나 방향성 등은 이 분야에서 어느 일을 하든지 계속 가져갈 수 있죠. 해설에 있어서도 많이 조언해주세요. 특히 최대의 장점은 여유가 넘치고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는 거죠.
이런 말을 하기가 좀 조심스럽긴 한데, 커뮤니티들에서 강민 형과 저를 비교하는 글이 많은데 그런 글들 너무 싫어해요. 커뮤니티가 우리 둘의 사이를 벌려놓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그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간절히 드리고 싶네요.
Q. 정규 해설로 변신한 첫 리그, 이번 오프라인 예선은 어떻게 봤나요?
게임 내에서 순간순간 예측을 벗어나는 장면들이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인 큰 틀에서는 생각대로 비슷하게 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예상이 깨지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그게 더 재미있고 변수도 많기 때문이죠. 기존의 강팀 체제가 아닌, 재미있는 구도들이 나오면 개인적으로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의 제 예상도 당연히 다른 전문가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오프라인 예선에서의 아마추어 팀들도 인상적이었어요. 기존에 있던 팀들과 신생 팀들 간의 격차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격차를 뛰어넘어줬으면 하네요.
Q. 그렇다면 이번 시즌은 어떻게 예측하세요?
제 예측은 사실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예측이에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정밀하게 예측을 하진 않는다는 뜻이에요. 안 그럴 것 같다는 말이 많은데 전 은근히 그런 점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 저는 CJ 프로스트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네요(웃음). 아, 물론 해설하면서 편파 해설을 하진 않을 거예요. 제 친동생이나 친형이 나와서 게임을 한다고 해도 전 편파는 안 하려고요.
대신 이기는 팀들이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는 누구나 알기 때문에, 저는 지는 팀이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의 해설을 많이 하려고 해요. 이기는 팀도 뭘 조심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을 말하려고요. 겉으로는 잘 안 보이는 것들을 많이 짚으려고 해요. 무조건 지는 팀 위주로 해설하면 편파잖아요.
말이 조금 샜는데, 여튼 이런 인터뷰에서는 제 전망 아닌 소망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우선 말을 꺼내봤어요(웃음). 이번 시즌 역시 기존의 강팀들이 계속 강할 것이라고 봐요.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 아시죠? 조금 폼이 떨어진 것 같아 보이는 팀이더라도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다크호스는 SKT T1 1팀 정도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신생 팀과 기존 강팀 간의 격차는 있다 보니 이번 시즌에는 쉽게 따라오기 어려워 보이고요.
Q. 세계 무대를 정복한 SKT T1 2팀은 계속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게 재밌는 거죠. 제가 며칠 전 김정균 코치님을 만났을 때 '형네 팀 타이밍이 정말 좋다'고 말했거든요. 사람이 마라톤을 할 때는 길게 봐야 해요. 마라톤을 단거리 달리기처럼 끝까지 전력 질주할 수는 없거든요. 롤챔스도, 롤드컵도 하나의 마라톤인 셈이죠.
지금 SKT T1 2팀은 마라톤 중 페이스를 쭉 올리는 그 타이밍이었던 거예요. 지금 1등이라고 해서 계속 1등을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계속 1등을 한다면 그거야말로 아마 '전설의 출현'일 거예요. 현상금이죠. 하지만 전설이 쉽게 나오면 전설이 아니잖아요. 그건 전래동화에서나 나오는 일이죠.
SKT T1 2팀이 우승을 2, 3번 연이어서 한다면 전설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걸 위해선 한 번 꺾여야 됐어요. 제가 아까 말했던 '좋은 타이밍'이 이거예요. WCG에서 잘 꺾였다고 생각해요. 롤챔스에서 꺾이는 것보단 낫잖아요.
강팀들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우승팀들은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이 다 있는 것이거든요. 다들 자기만의 완주 노하우가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그 노하우를 가지고 대회에서 페이스를 어떻게 잘 이어가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순 없어요. 그래도 SKT T1은 김정균 코치님이 워낙 잘하시기 때문에 오래갈 것이라고 예상할 뿐이에요. 하지만 어느 누가 이번 마라톤에서 완급 조절을 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Q. 시즌 4가 곧 다가오는데, 리그는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보세요?
리그와 선수들이 성숙해질수록 결국은 기본기 싸움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기본기란 기본적인 메카닉과 챔피언 폭, 상황 판단 능력들을 종합한 그 전부를 말해요. 혼자 아무 곳에나 떨궈놔도 1인분을 할 수 있는 능력요.
시즌을 거듭할수록 한 선수가 챔피언 2~30개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될 거예요. 전설적인 선수는 100개를 전부 할 수도 있을 거고요. 모든 게임을 통틀어서 어쩔 수가 없는 거죠. 롤은 스타크래프트 때보다는 훨씬 많은 챔피언과 다양한 메타가 있기 때문에 그 타이밍이 늦어지고 있는 것뿐, 그런 흐름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어요.
시즌 3만 보면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커뮤니티를 보면 '시즌 2에 비해 재미가 없네', '비슷한 게임들만 나오네'라는 평가들이 있잖아요. 그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시즌 2에 비해 다소 정석적이고 공식화된 게임들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 이유죠.
게임이 정제되지 않은 시즌 1, 시즌 2 때는 챔피언 픽에서부터 뭐가 나올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일회성 전략,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치즈 러시 같은 것들이 잘 통했고요. 순간적이고 독창적인 기발함이 번뜩일 수 있었던 시기고 모든 선수들이 실수도 잦았기 때문에 빈틈도 많았어요.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만 오천 골드, 이만 골드 역전이 가능했던 거예요. 시즌 2 때는 라인전에서 터져도 역전이 가능했는데, 시즌 3에서는 그게 안 될 수밖에 없어요. 역전이 잘 안 나오죠. 게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나 승기를 내주지 않는 방법을 선수들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여러분들이 많이 지적하시는 시야석이나 와드 개수 같은 것들이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에요. 기본기 싸움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경기 양상이 그렇게 흘러가는 거죠. 시즌 3이 그게 굉장히 심했던 메타라 다들 그렇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결국 시즌 4에선 기본기 중심의 경기 양상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겠죠? 시즌 4에서는 와드가 몇 개가 되든, 정글 캠프가 몇 개가 늘어나든지 관계없이 기본기의 기초인 라인전 양상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거예요.
그래도 다들 시즌 3이 그렇게 재미가 없었다곤 생각 안 하잖아요? 시즌 4 역시 여러 가지 변화가 많으니 더 재미있어지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을 해야 되는 것들이 많고, 시도할 것 역시 많으니까 게이머 입장에서는 기회겠죠.
반대로 위기이기도 할 거예요. 변화에 도태되면 안 되겠죠. 다들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하루종일 연습해서 재미있는 것들을 개발해 낼 거예요. 시청자분들께서도 게이머들의 성과를 보며 재미있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Q.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때가 온 것 같네요.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요?
전 사실 어느 곳에 이야기하든 중복적인 건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이 말은 자꾸 해야겠어요. 마치 자기 주문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죠. 자기계발서나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책을 보면,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며 주문을 걸으라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식이에요. 이제 누굴 만나든 '당신의 각오는?'이라는 말을 들으면 항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습니다'라고 말해요. 그런 해설이 되고 싶어요.
사실 두 개를 어중간하게 하는 것은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을 잘 알고 있어요. 둘 다 살이 잘 오른 통통한 토끼로 잡고 싶은데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네요.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는 것이 각오예요. 지켜봐 주세요!
Q.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감독님, 코치님들께 정말 몇 번을 감사드려도 부족하다고 느껴요. 정말 평범하게 살 수밖에 없던 제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블레이즈는 탈도 많고 말도 많은데,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한 번 우승했던 팀은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올라가는 법을 잘 알 거예요. WCG 우승하고 윈터도 화이팅했으면 해요.
프로스트에겐 정말 잘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꾸준히 4강에 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직접 하면서도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페이스 조절하며 쉬고 싶은 때도 있는데 프로스트에겐 그런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어요. 끊임없이 질주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충분한 휴식을 했으니, 이번 마라톤은 42.195Km를 좋은 성적으로 완주했으면 하네요.
인벤에도 말을 전하고 싶네요. 인벤 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뮤니티잖아요. 제가 선수 때야 커뮤니티가 금지라 못 갔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고 있어요. 제가 선수 때는 친구들이 인벤에서 서식하며 저한테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었고요.
그만큼 힘이 있는 사이트인데, 그 힘을 어디에 쓸지는 여러분들이 정하시는 거예요. '파도가 뭘 싣고 올지는 나한테 달렸죠'라는 나미의 대사가 있잖아요. 그 힘을 안 좋은 쪽으로 쓰면 누구도 막을 수 없듯이, 좋은 쪽으로 쓰면 그것도 막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큰 힘을 좋은 쪽으로, 선수들과 함께 사용해 주신다면 선수들도 웃으면서 인벤에 찾아오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해요. 좋은 방향으로 다 같이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벤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라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선수 '클템'이었던 저를 많이 다그치고 응원도 해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전부 다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해설자로 바뀐 제게 많은 채찍과 당근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사람이라 당근을 더 선호하겠지만, 채찍도 달게 맞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마지막으로 긴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많은 영화나 문화 매체에서 수없이 사용된 이 문장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본인에게는 지금까지의 좋은 모습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면을 보여주겠다는 각오 새로운 분야로 나아가는 설렘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볼 사람들에게는 기대와 함께 흐뭇함을 안겨주는 문장이죠.
최근 이런 문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꼽자면 단연 이 사람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바로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 해설입니다. 과거 CJ 프로스트의 정글러로서 팀의 창단부터 전성기까지 모든 영광을 함께 했던 '맏형'인 그가, 이제 선수라는 타이틀을 떼고 해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윈터 시즌의 오프라인 예선. 팬들의 모든 이목이 쏠렸던 그의 공식 해설 데뷔 무대는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기가 막히는 애드립과 적절한 표현, 그리고 경기를 보는 날카로운 눈까지 동시에 갖춘 이현우 해설은 경기 내내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해설이 경기를 살린다'는 극찬까지 오고 갈 정도였죠.
인벤에서는 이현우 해설이 해설로 변신하게 된 과정부터 첫 데뷔 무대의 소감, 그리고 시즌 4와 윈터 시즌 예측까지 모두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잡고 싶다'는 이현우 해설과의 인터뷰,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인벤과의 첫 인터뷰인데,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며칠 전까지 CJ엔투스 프로스트 팀의 정글러였고, 이제는 해설자로 다시 태어난 '클템' 이현우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제야 첫 인터뷰를 하게 됐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Q. '향후 계획이 없다'는 이야기 후 굉장히 빨리 다음 소식을 전해주셨는데요(웃음). 어떻게 된 건가요?
과정이랄 것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좀 급하게 정해진 감이 있긴 하거든요. 해설을 목요일에 들어갔잖아요? 그런데 그 주 월요일까지도 사실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어요. 계속 당황하고 방황하고 있었죠.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말이에요.
알아보기도 정말 많이 알아봤고, 고민도 끊임없이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 결정한 진로는 해설이었죠. 다행히 월요일 저녁에 온게임넷 분들과 이야기가 잘 됐어요. 정규 해설 자리에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오프라인 예선 2일 차인 목요일부터 바로 인사드리게 됐던 거죠.
Q. 해설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어요?
감독님부터 팀원들까지, 팀에서는 반 장난식으로라도 항상 '이 형은 나중에 해설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예전부터 그랬죠. 이유는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팀 나가기 얼마 전에 새로운 선수들, 그러니까 지금의 CJ 식스맨 선수들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는데 감독님께서 '앞으로 네 경기를 해설할 수도 있는 사람이니 잘 보여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아직 해설을 하기로 정해지지 않았던 때인데 말이죠.
이렇게 팀원들이나 감독님, 코치님께서 많이 밀어주시고 도와주셨어요. 기운도 많이 북돋아 주시고요. 그렇게 신경 써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더라고요. 모니터링도 다 해주시는지 카카오톡으로 재밌었다고 연락도 해주세요. 정말 감사드릴 수밖에 없죠.
Q. 코칭스태프나 학교생활 등 여러 다른 진로가 있었을 텐데, 해설자로서의 길을 택한 이유가 뭔가요?
그렇겠죠. 감독이나 코치 같은 길도 기회가 있다면 생각해 볼 수 있었겠죠. 원래 선생님이 되는 것도 제 꿈 중 하나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뭐 설명해주고 알려주는 것을 즐겨 하기도 했고, 발표하는 것도 무척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코칭스태프로의 길은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고려하지 않기로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코치나 감독은 선수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하고 싶은 자리가 맞고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도 많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도전하기보다는 차라리 선수로서의 생활을 더 이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코칭스태프라는 것은 팀의 기둥 같은 역할인데, 그런 일에 대한 부담도 있었거든요. 해설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설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제가 더 저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항상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으면서 저를 단련시켜 왔어요. 전 사실 원래 말을 굉장히 못했어요. 웃지 마세요(웃음). 지금도 정말 잘한다고 생각 안 해요.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말을 더듬었어요. 지금도 유심히 보시면 더듬거리는 특정 발음이나 단어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왔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항상 앞에 나가서 더 하려고 하고 그랬죠. 정말 힘들었지만 그렇게 해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저를 더 내몰았던 것 같아요. 토론 프로그램이나 시사 프로그램도 많이 봤고, 책도 계속 보려고 하고 혼자 떠들기도 많이 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랩을 했던 기억이에요. 말 더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랩을 많이 했어요.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웃음) 연습이 잘 된다고 하더라고요. 빠른 랩으로 속도와 순발력을 올리고, 느린 랩으로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익히고요. 지금은 확실히 나아진 것 같아요. 빠르게 말하면서도 어느 정도 발음에 신경을 쓸 수 있거든요.
지금도 노력하는 과정이에요. (김)동준이 형이나 다른 분들 말씀하시는 거 보면 기가 막히잖아요. 전 예전의 일도 있고 해서 언변에 대한 동경 같은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해설은 또 하나의 저를 갈고 닦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더 하고 싶었던 거고요.
Q. 정말 대단하네요. 그만큼 반응도 폭발적이었어요. 정규 해설으로는 첫 데뷔였는데 긴장되진 않았나요?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같은 되지도 않는 드립에 웃어주신 분들께 일단 정말 감사드립니다(웃음). 사실 실제로 저를 아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굉장히 많이 떠는 스타일이거든요.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아무것도 못 먹고, 정말 많이 떨고 그래요. 예민한 편이죠.
그런데 안 그런 척을 많이 해요. 선수 시절에 동생들 앞에서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큰형이니까 태연한 척하면서, 막상 손은 막 떨고 그랬어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면서도 말이죠. 다들 아시는 '랜덤픽' 사건 때도(웃음)
떨면서도 괜찮다고 말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니 첫 방송 때도 당연히 떨었죠.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려고 했는데 그날은 그것도 잘 안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잘하니까 잘 될 거라고 해도 귀에 곧이들어오지 않았어요. 다들 저한테 여러 번 해봤으니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정말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한텐 그때 그게 해설 처음인 것 같았고 너무 떨렸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밤을 새우면서 3~40경기를 봤죠. 그동안 있었던 경기들을 보면서 해설자들을 분석했고, 어느 타이밍에 무슨 말을 하는지 보면서 그대로 연습해 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경기장에 한숨도 못 자고 뜬 눈으로 갔어요. 첫날을 마무리 짓고도 잠을 못 잤어요. 그래서 그 다음 날도 밤을 새우고 해설을 하러 갔죠. 사람이 적응하기 때문에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 가면 갈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튼 이번엔 그랬어요. 정말 많이 긴장했죠.
Q. 방금 말한 대로 '심장이 바운스', '전부 버려야 돼요' 등의 발언이 큰 인기였는데요. 특별히 해설을 위해 준비한 게 있었나요?
성승헌 캐스터님이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애드립의 트레이드 마크죠. 저도 그런 것을 원해요. 제가 진정 바라는 재미있는 애드립의 표상이세요. 정말 자연스럽고 순간 위트있게 나오는 '드립'들이 정말 대단하죠.
사실 애드립이 인위적이면 재미가 없어요. 저도 당연히 그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필터링을 1단계만 거치고 바로 나가는 거죠(웃음). 대신 고농도의 필터링이 되어야만 해요. 애드립이란게 평소의 정제된 언어처럼 3~4단계의 필터링을 거치고 나면 그때부터 자연스럽지가 않거든요.
1단계 필터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력도 많이 해야 돼요. 책도 많이 보고, 상식도 많이 늘려나가야만 돼요. 그래야 공감대가 형성되거든요. 게임에만 한정된 애드립은 한계가 있어요. 보통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을 많이 보면서 그런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이번 해설을 위해서는 리그오브레전드 세계관이나 스토리를 많이 읽었던 것이 도움이었어요. 원래 뭘 하든 스토리 라인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누가 누구랑 러브 라인이고 누구는 원수고 말이죠. 그런 것들을 녹여서 얘기했던 것이 좀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Q. 스토리 해설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내가 필트오버 보안관'이라는 말이 팬분들 사이에서도 인기였잖아요.
해설에 임하기 전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항상 거의 같았어요. 객원 해설을 할 때도, 이벤트 해설을 할 때도, 지금처럼 정식 해설로 데뷔를 하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어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이 두 팀을 엮을 수 있을까. 이 두 팀의 색깔을 어떻게 표현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머릿속 창고에 넣어놔요.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요. 뭐, 예를 들어 이번에는 케이틀린과 바이가 나왔잖아요. 보통 자주 나오는 듀오인데, 평소에 이 챔피언들을 보면 '케이틀린과 바이는 필트오버의 보안관으로 알아주는 듀오인데…'하고 생각해두는 식이에요.
이번에 올라온 에얼리언웨어 안드로메다 팀 있잖아요. 그러면 이 팀의 경우는 '안드로메다 팀이 경기력이 안드로메다로 가면 안 되는데'같은, 어떻게든 엮을 수 있는 것들은 틈날 때마다 생각해서 넣어두곤 해요.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도 계속 생각해서 말이에요.
Q. 그런 것치고는 이현우 해설의 특징인 깊이 있는 시각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실 재미와 깊이 중 어느 부분에 치중할 것인가는 모든 해설하는 분들의 딜레마일 수 있는데, 저는 깊이와 재미를 둘 다 잡고 싶어요. 이 두 마리 토끼가 뼈밖에 없다고 해도 잡고 싶어요. 한 마리의 통통한 토끼보다는, 두 마리 앙상한 토끼를 잡아서 키우고 싶네요.
보통 저는 깊이를 위해 데이터나 많은 수치들을 준비하는, 그런 '준비된 깊이'의 해설은 아니에요. 선수 때부터 그런 부분이 습관이 됐거든요.
저는 사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그 경기들이 매번 서로 다른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전에 그 팀이 어떤 경기를 해왔든 간에, 그런 누적된 수치들이 새로운 경기를 해설하는 데 있어 깊이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전 이 살아있는 새로운 생명체들을 순간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경기가 시작되면 그 경기에 깊이 몰두하는 편이죠. 이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며, 변수는 뭐가 있는지 하는 것들요.
앞서 말씀드렸던 재미 쪽은 사실 중계 중에 신경을 써서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평소에 차곡차곡 쌓아뒀던 창고가 '지금이니!'하고 열리는 거예요. 그러면 확 꺼내서 막 던지는 거죠. 순간 생각이 들었을 때 비속어만 아니면 바로 던지는 편이죠. 그래서 창고를 많이 채워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그러면 이번 오프라인 예선 중계 동안의 이틀을 자가 평가해보자면 어떤 것 같아요?
정말 굉장히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너무 부족한데다, 평가할 만큼 일정 이상 표본도 쌓이지 않은 상태잖아요. 지금 당장 제 자신을 평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이틀 동안은 감정 조절도 잘 안 됐고, 목 관리도 안 됐어요. 초보 티가 많이 났죠. 너무 막 질렀던 것 같아요.
Q. 이번에 같이 중계를 하게 된 다른 중계진 분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선 전용준 캐스터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전용준 캐스터님은 그 자체를 e스포츠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아요.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좌중을 압도하는 능력이시죠. 아리의 '매혹' 스킬처럼 좌중을 매혹해서 경기에 몰입시키는 그 능력. 그런 큰 무대에서의 엄청난 카리스마는 배우려고 해도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대단하세요.
특히 모든 능력치가 좋으시지만 그런 부분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e스포츠의 대 선배시잖아요. 저도 스타크래프트1 몇만 관중 시대의 수혜자인데, 그 가운데에서 전 캐스터님이 없었다면 e스포츠가 얼마나 심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목 관리를 잘 못하니 발성법도 알려주시고, 많이 챙겨주고 계세요.
성승헌 캐스터님은 제가 가고 싶은 방향 같은 느낌이에요. 애드립을 섞어서 중계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다소 능글맞기도 하시잖아요(웃음). 저도 말장난하는 것을 좋아하고,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섞이는 편이에요. 성 캐스터님의 순간순간 판을 만들어내는 능력 같은 것들이 정말 대단하세요. 시간 내주시면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김)동준이 형은 해설계의 전설이죠. 강민 형이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이었던 것처럼요. 해설을 10년 넘게 하셨잖아요. 그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e스포츠는 정말 격변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흐름이 굉장히 빠르게 바뀌는데, 그걸 전부 따라 잡으면서 장르를 바꿔가며 해설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 정말 전설이에요.
그 기반에는 모두 동준이 형의 능력이 깔려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형은 말을 너무 잘해요. 너무 말을 잘해서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도 있어요. 논리, 문장을 만드는 형식, 순간적인 발음, 말투, 목소리까지. 심지어 외모도 반듯하잖아요(웃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강민 형은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스타크래프트의 레전드죠. 정말 너무 좋아했던 선수라 처음 봤을 때 너무 긴장했어요. '아, 내가 강민과 함께 있다니'라는 생각에 너무 떨렸죠. 강민 형과 저는 정말 굉장히 친해요. 서로 성격도 잘 맞고요.
방금 동준이 형을 설명하면서 e스포츠의 격변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그 기반에는 항상 게임이 있었어요. 즉, 변하지 않는 것은 게임이라는 거예요. 한 게임에서 가장 잘 나갔고, 그것도 가장 어려운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전설을 평가받았던 사람이면 이미 대단한 사람인 거죠.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어요.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는 뜻이죠.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은 뭐든 될 사람인 거예요. LOL에서 티어를 올리는 법에 비유해 볼까요? 모든 프로들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할 거예요. 티어를 올리기 위해서는 한 챔피언을 파서 장인이 되면 된다고요.
챔피언 폭이 좁아도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첫 챔피언을 마스터했다면 두 번째 챔피언을 연습하는 데는 1개월도 안 걸려요. 세 번째 챔피언은 일주일, 그 후 다른 챔피언들은 3일이면 모두 연구할 수 있죠. 하나를 잘하는 것이 어려운 거지, 그 후의 나머지를 잘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모두 챔피언 연구를 그런 식으로 하고요.
비유가 이해되셨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강민 형을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해요. 게이머 시절 가지셨던 철학이나 방향성 등은 이 분야에서 어느 일을 하든지 계속 가져갈 수 있죠. 해설에 있어서도 많이 조언해주세요. 특히 최대의 장점은 여유가 넘치고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는 거죠.
이런 말을 하기가 좀 조심스럽긴 한데, 커뮤니티들에서 강민 형과 저를 비교하는 글이 많은데 그런 글들 너무 싫어해요. 커뮤니티가 우리 둘의 사이를 벌려놓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그러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간절히 드리고 싶네요.
Q. 정규 해설로 변신한 첫 리그, 이번 오프라인 예선은 어떻게 봤나요?
게임 내에서 순간순간 예측을 벗어나는 장면들이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인 큰 틀에서는 생각대로 비슷하게 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예상이 깨지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그게 더 재미있고 변수도 많기 때문이죠. 기존의 강팀 체제가 아닌, 재미있는 구도들이 나오면 개인적으로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의 제 예상도 당연히 다른 전문가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오프라인 예선에서의 아마추어 팀들도 인상적이었어요. 기존에 있던 팀들과 신생 팀들 간의 격차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격차를 뛰어넘어줬으면 하네요.
Q. 그렇다면 이번 시즌은 어떻게 예측하세요?
제 예측은 사실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예측이에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정밀하게 예측을 하진 않는다는 뜻이에요. 안 그럴 것 같다는 말이 많은데 전 은근히 그런 점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 저는 CJ 프로스트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싶네요(웃음). 아, 물론 해설하면서 편파 해설을 하진 않을 거예요. 제 친동생이나 친형이 나와서 게임을 한다고 해도 전 편파는 안 하려고요.
대신 이기는 팀들이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는 누구나 알기 때문에, 저는 지는 팀이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의 해설을 많이 하려고 해요. 이기는 팀도 뭘 조심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을 말하려고요. 겉으로는 잘 안 보이는 것들을 많이 짚으려고 해요. 무조건 지는 팀 위주로 해설하면 편파잖아요.
말이 조금 샜는데, 여튼 이런 인터뷰에서는 제 전망 아닌 소망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우선 말을 꺼내봤어요(웃음). 이번 시즌 역시 기존의 강팀들이 계속 강할 것이라고 봐요.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 아시죠? 조금 폼이 떨어진 것 같아 보이는 팀이더라도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다크호스는 SKT T1 1팀 정도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신생 팀과 기존 강팀 간의 격차는 있다 보니 이번 시즌에는 쉽게 따라오기 어려워 보이고요.
Q. 세계 무대를 정복한 SKT T1 2팀은 계속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게 재밌는 거죠. 제가 며칠 전 김정균 코치님을 만났을 때 '형네 팀 타이밍이 정말 좋다'고 말했거든요. 사람이 마라톤을 할 때는 길게 봐야 해요. 마라톤을 단거리 달리기처럼 끝까지 전력 질주할 수는 없거든요. 롤챔스도, 롤드컵도 하나의 마라톤인 셈이죠.
지금 SKT T1 2팀은 마라톤 중 페이스를 쭉 올리는 그 타이밍이었던 거예요. 지금 1등이라고 해서 계속 1등을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계속 1등을 한다면 그거야말로 아마 '전설의 출현'일 거예요. 현상금이죠. 하지만 전설이 쉽게 나오면 전설이 아니잖아요. 그건 전래동화에서나 나오는 일이죠.
SKT T1 2팀이 우승을 2, 3번 연이어서 한다면 전설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걸 위해선 한 번 꺾여야 됐어요. 제가 아까 말했던 '좋은 타이밍'이 이거예요. WCG에서 잘 꺾였다고 생각해요. 롤챔스에서 꺾이는 것보단 낫잖아요.
강팀들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우승팀들은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이 다 있는 것이거든요. 다들 자기만의 완주 노하우가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그 노하우를 가지고 대회에서 페이스를 어떻게 잘 이어가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순 없어요. 그래도 SKT T1은 김정균 코치님이 워낙 잘하시기 때문에 오래갈 것이라고 예상할 뿐이에요. 하지만 어느 누가 이번 마라톤에서 완급 조절을 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Q. 시즌 4가 곧 다가오는데, 리그는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보세요?
리그와 선수들이 성숙해질수록 결국은 기본기 싸움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기본기란 기본적인 메카닉과 챔피언 폭, 상황 판단 능력들을 종합한 그 전부를 말해요. 혼자 아무 곳에나 떨궈놔도 1인분을 할 수 있는 능력요.
시즌을 거듭할수록 한 선수가 챔피언 2~30개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될 거예요. 전설적인 선수는 100개를 전부 할 수도 있을 거고요. 모든 게임을 통틀어서 어쩔 수가 없는 거죠. 롤은 스타크래프트 때보다는 훨씬 많은 챔피언과 다양한 메타가 있기 때문에 그 타이밍이 늦어지고 있는 것뿐, 그런 흐름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어요.
시즌 3만 보면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커뮤니티를 보면 '시즌 2에 비해 재미가 없네', '비슷한 게임들만 나오네'라는 평가들이 있잖아요. 그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시즌 2에 비해 다소 정석적이고 공식화된 게임들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 이유죠.
게임이 정제되지 않은 시즌 1, 시즌 2 때는 챔피언 픽에서부터 뭐가 나올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일회성 전략,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치즈 러시 같은 것들이 잘 통했고요. 순간적이고 독창적인 기발함이 번뜩일 수 있었던 시기고 모든 선수들이 실수도 잦았기 때문에 빈틈도 많았어요.
그런 시대였기 때문에 만 오천 골드, 이만 골드 역전이 가능했던 거예요. 시즌 2 때는 라인전에서 터져도 역전이 가능했는데, 시즌 3에서는 그게 안 될 수밖에 없어요. 역전이 잘 안 나오죠. 게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나 승기를 내주지 않는 방법을 선수들이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여러분들이 많이 지적하시는 시야석이나 와드 개수 같은 것들이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에요. 기본기 싸움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경기 양상이 그렇게 흘러가는 거죠. 시즌 3이 그게 굉장히 심했던 메타라 다들 그렇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결국 시즌 4에선 기본기 중심의 경기 양상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겠죠? 시즌 4에서는 와드가 몇 개가 되든, 정글 캠프가 몇 개가 늘어나든지 관계없이 기본기의 기초인 라인전 양상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거예요.
그래도 다들 시즌 3이 그렇게 재미가 없었다곤 생각 안 하잖아요? 시즌 4 역시 여러 가지 변화가 많으니 더 재미있어지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을 해야 되는 것들이 많고, 시도할 것 역시 많으니까 게이머 입장에서는 기회겠죠.
반대로 위기이기도 할 거예요. 변화에 도태되면 안 되겠죠. 다들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하루종일 연습해서 재미있는 것들을 개발해 낼 거예요. 시청자분들께서도 게이머들의 성과를 보며 재미있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Q.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 지을 때가 온 것 같네요.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요?
전 사실 어느 곳에 이야기하든 중복적인 건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이 말은 자꾸 해야겠어요. 마치 자기 주문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죠. 자기계발서나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책을 보면,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며 주문을 걸으라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식이에요. 이제 누굴 만나든 '당신의 각오는?'이라는 말을 들으면 항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습니다'라고 말해요. 그런 해설이 되고 싶어요.
사실 두 개를 어중간하게 하는 것은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을 잘 알고 있어요. 둘 다 살이 잘 오른 통통한 토끼로 잡고 싶은데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네요.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는 것이 각오예요. 지켜봐 주세요!
Q.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감독님, 코치님들께 정말 몇 번을 감사드려도 부족하다고 느껴요. 정말 평범하게 살 수밖에 없던 제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블레이즈는 탈도 많고 말도 많은데,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이지만 한 번 우승했던 팀은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올라가는 법을 잘 알 거예요. WCG 우승하고 윈터도 화이팅했으면 해요.
프로스트에겐 정말 잘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꾸준히 4강에 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직접 하면서도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페이스 조절하며 쉬고 싶은 때도 있는데 프로스트에겐 그런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어요. 끊임없이 질주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그래도 충분한 휴식을 했으니, 이번 마라톤은 42.195Km를 좋은 성적으로 완주했으면 하네요.
인벤에도 말을 전하고 싶네요. 인벤 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뮤니티잖아요. 제가 선수 때야 커뮤니티가 금지라 못 갔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고 있어요. 제가 선수 때는 친구들이 인벤에서 서식하며 저한테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었고요.
그만큼 힘이 있는 사이트인데, 그 힘을 어디에 쓸지는 여러분들이 정하시는 거예요. '파도가 뭘 싣고 올지는 나한테 달렸죠'라는 나미의 대사가 있잖아요. 그 힘을 안 좋은 쪽으로 쓰면 누구도 막을 수 없듯이, 좋은 쪽으로 쓰면 그것도 막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큰 힘을 좋은 쪽으로, 선수들과 함께 사용해 주신다면 선수들도 웃으면서 인벤에 찾아오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해요. 좋은 방향으로 다 같이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벤과의 인터뷰가 처음이라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선수 '클템'이었던 저를 많이 다그치고 응원도 해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전부 다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해설자로 바뀐 제게 많은 채찍과 당근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사람이라 당근을 더 선호하겠지만, 채찍도 달게 맞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마지막으로 긴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